그러나 열정적이기 위해서는 열정적인 동시에 무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맞다. - P25

한 외로운 사람이 불을 켜고 책을 읽는다면 그 시간은 ‘영혼의 시간‘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는 늘 영혼이 있었다. 나는 그 시간 덕분에 좋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육체적 기쁨‘인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이야기가 나를 공기처럼 에워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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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해야 한다."

출간된 책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알려 드릴 때마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다. 딸의 들뜬 마음을 워워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건 알지만, 평소 나는 염세적인 성격이라 좋은 일에도 크게 들뜨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반발심이 인다. 안 그래도 이제껏 겸손하게 살아왔는데 왜 자꾸 겸손해야 한다는 거지?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잘난 척조차 할 수 없었던 시기가 훨씬 더 긴데 왜 자꾸 가만히 있으라는 거야? 이제껏 계속 가만히만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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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라로 듣기 시작. 종이책도 있으니 이해 안 되면 중간중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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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계속해야 할 일들이 있다. 글 쓰는 일은 내 직업이므로 글이 써지든 그렇지 않든 써야 한다. 알맹이 있는 문장이라고는 한 줄도 못 쓰면서 다섯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건 한심하고 복장 터지는 일이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는 동안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남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보다 어렵다는 것을 통감한다.

이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그동안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다고 우겨 왔지만 사실은 내가 읽고 싶을 때만 읽고, 쓰고 싶을 때만 써 왔다는 걸 알게 됐다. 취미와 놀이의 연장으로 일을 대해 왔다는 것도. 이제라도 스스로 작업 규칙을 만들고 지키며 지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마감을 기준으로 질질 끌려다녔던 일상을 조만간 정리할 수 있기를.

그래서 뭘 써야 할지 몰라도 아침밥 먹고 나면 일단 책상 앞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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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방에 틀어박혀 책 읽고, 글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가 쓴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읽으며 여러 번 지우고 고치고 새로 썼다. 솔직히 이 책으로 벌떡 일어서고 싶었지만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습관적으로 멋져 보이는 문장을 늘어놓고 나니 글 구석구석에서 이런 열망이 느껴졌다. 나 좀 좋게 봐 주세요. 대단하다고 말해 주세요. 아직 나를 내려놓지 못하겠어요.

그걸 불쑥 깨닫고는 마음이 어려워져 작업을 멈추고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 그를 향해 "저 이거 못 쓰겠어요, 너무 어려워요." 하며 엉엉 울었다. 그때 그가 뭐라고 했더라. 별 이야기 안 했던 것 같다. 그냥 듣고 있었던 것 같다. 내용은 기억 안 나는 통화지만 아직도 그 시간을 선명히 기억한다. 전화기 너머의 온기와 침묵이 축 처진 내 어깨를 쓸어내려 주는 것 같았다.

글 쓰는 일 따위 그만두고 싶었던 사람은 사실 글 쓰는 일 따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짝사랑이라도 계속하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들어 준 보이지 않는 힘들이 생각날 때마다 고맙다고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길을 걸으면서, 밥을 먹으면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도 문득 떠오르면 속으로 짧은 기도를 한다. ‘고맙습니다.’라고. 그동안의 시간은 결코 나 혼자 쌓아 온 게 아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더는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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