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계속해야 할 일들이 있다. 글 쓰는 일은 내 직업이므로 글이 써지든 그렇지 않든 써야 한다. 알맹이 있는 문장이라고는 한 줄도 못 쓰면서 다섯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건 한심하고 복장 터지는 일이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는 동안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남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보다 어렵다는 것을 통감한다.
이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그동안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다고 우겨 왔지만 사실은 내가 읽고 싶을 때만 읽고, 쓰고 싶을 때만 써 왔다는 걸 알게 됐다. 취미와 놀이의 연장으로 일을 대해 왔다는 것도. 이제라도 스스로 작업 규칙을 만들고 지키며 지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마감을 기준으로 질질 끌려다녔던 일상을 조만간 정리할 수 있기를.
그래서 뭘 써야 할지 몰라도 아침밥 먹고 나면 일단 책상 앞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