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흔, 이제부턴 체력 싸움이다! - 몸과 마음의 격동기를 지나고 있는 나를 위한 체력상담소
서정아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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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만 봤을 땐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마흔이 되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살려고(?) 운동하게 되는 과정 같은 것을 그린 책인 줄 알았다.
서른 중반을 접어들며 부쩍 몸이 안 좋아진 것을 느껴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찰나에 만난 책으로 가볍게 읽으며 동기부여나 해볼까 싶었는데 생각한것보다 건강에 대해 훨씬 더 풍요롭고 폭넓게 다루어 꽤 의미 있었다. 특히 여자들이 나이를 먹으며 겪는 문제들에 대해 집중한다.

총 5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는데 첫 스타트가 몸이 아닌 마음가짐인 구성이 마음에 든다. 신진대사, 식단, 운동, 림프순환, 독소, 영양제, 호르몬, 자세 등을 전반적으로 다루는데 혹 웹상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이며 뻔하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불명확한 정보가 아닌 의사인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정보들을 정리하여 한 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분명한 특장점인듯 하다.

몸의 여기저기 불편한 곳들이 하나 둘 생기지만 간헐적이고, 게다가 명확하게 장기간 지속되는 뚜렷한 증상도 없어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에는 애매한- 그렇지만 건강에 노란불이 켜졌다고 느끼는 (나 같은) 독자들이나, 더 늦기전에 최소한의 건강을 지키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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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
조지 M. 존슨 지음, 송예슬 옮김 / 모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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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퀴어인 남성이 쓴 자신의 이야기.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헤쳐온 시간들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다.
저자가 도입부에서 설명하듯 책의 주제는 무겁다. 사실 무겁고 가볍고를 떠나 이렇게 적나라한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게 맞겠다. 책의 후반부에는 퀴어로서 가졌던 관계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있는데 역시 익숙하지 않은 묘사로 어려운 부분이었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어려운 것과 거부감이 드는 것은 구분되었으면 한다.)

논란이 되는 주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서술한 형태의 글은 아니며 자서전이나 회고록에 가깝다. 흑인 남자로 그리고 성소수자로 지내며 겪은 어려움들, 유년시절 주변인들에게 퀴어임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같은 것들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주체성. 내가 어릴 때는 알지 못했던 개념이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걸 입어”라고 지시하기보다, “어떤 걸 입고 싶니?”라고 묻는 어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가 이성애 사회 규범에 순응하지 않거나 ’정반대 젠더‘를 지향한다면, 아이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깊이 성찰하게 해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 아이들은 잊지 않는다. 좋은 순간을 오래 기억하듯 나쁜 순간도 두고두고 간직한다. 또 아이들은 부모가 자녀를 사회 기준에 맞추려는 지도를 할 때 받는 스트레스의 무게를 함께 느낀다.

책의 메인 주제인 흑인, 퀴어를 제외하더라도 생각해봐야할 질문거리를 던져 준 문장들이 많았다. 가족들과 할머니 내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긴 글 같은.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온 이들에 대한 존경과 신뢰로 가득한 페이지들을 읽으며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그가 흑인과 성소수자들에게 결코 따뜻하지 않은 미국땅에서 엇나가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의 그를 향한 애정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의 글을 읽다보면 무조건적인 가족들의 신뢰속에서 자라온 건강한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랑을 많이 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그 에너지가 글에서도 느껴지는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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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의 종말 - 우리 안의 거대한 편향 사고를 바꿀 대담한 시도
제시카 노델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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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어떠한 일에 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하는 것부터 나와 같거나 다른 성별의 사람, 다른 인종에 대해 ‘인지’하는 등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들에 대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순수하게 스스로’ 인식하고 의사결정 한다고 느낀다. 아마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저자는 고유한 각각의 개인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을 살아오며 겪는 수많은 경험들에서(문화적인 요인부터 타인이나 집단에게 받는 영향 등) 편향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편향은 개인과 이웃들, 마을, 도시, 더 나아가 범국가적으로, 결국은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유색인종이나 아랍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나 젠더편향,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고 별 생각없이 내뱉는 사람을 범주화 시키는 발언들에서 어느하나 자유로운 이가 없으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누구나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편향을 줄이기위해 그동안 시도됐던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성공과 실패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유의미한 결론들까지 굉장히 진지하고 섬세하게 풀어냈다.

관련하여 많은 책들을 읽은 상태도 아니고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접한 책 중 개인이나 집단이 무의식적으로나 본능적으로 행하는 말투, 시선, 행동들을 ‘편향’이라는 단어로 정의하며 어째서 편향이 생기는지, 편향으로 인해 어떤 치명적인 일까지 발생할 수 있는지, 극복하기 위해 각 개인과 지역사회는 무슨 시도들을 해야하는지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제안한 책은 사실 유일해보인다.

‘나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지 않아. 그런데 저 사람 게이라고?‘
’남녀는 평등하며 각자의 역할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데 남자가 눈물이 많은 건 보기 영 그렇지 않아?‘
’나는 인종차별 주의자가 아니야. 그런데 그 영화 여주인공이 흑인이라고?‘

과연 우리는 이 질문들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젠더 편향이 이제는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은 젠더 편향을 실행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다.

사실 완벽하게 벗어나기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모두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며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아주 작은 시도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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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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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소설을 읽었다.
저자는 한국이름을 가졌다. 15세기 조선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미국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먼저 나왔고 영어로 쓰여진 책은 번역자의 손을 통해 한글로 바뀌었다.
인천에서 태어나 삶의 대부분을 캐나다에서 보낸 저자는 한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본인의 뿌리를 생각할만큼 한국을 떠올릴 일이 없었으리라. 그러다 우연히 한국에 관한 책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발전하여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야기는 실종된(모두들 죽었다고 하지만 주인공은 그렇게 믿고있다) 아버지를 찾으러 제주에 도착한 주인공이 아버지의 불에 탄 수사 일지 하나만 달랑 들고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가 생전에 조사하던 소녀들이 사라진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헤치며 시작한다. 꽤나 두꺼운 책은 중후반쯤까지 결정적인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이리저리 독자를 끌고 다니는데 책의 후반부에서 생각지못한 반전이 튀어나와 놀랐다. 그래, 이게 추리소설의 묘미지 참.

사실 미국에서 영어로 먼저 출간된 소설이라 최대한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신중히 하였겠으나 아무래도 번역에 관한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는 좀 더 무거운 대사가 어울릴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생각보다 좀 가벼운데. 라고 느끼는 부분이 꽤 있었다.(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게 꼬지않아 덕분에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건지도 모른다.

책의 특성상 내용을 상세히 쓸 수는 없지만, 읽으며 마음이 쓸쓸해졌던 부분은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였을지 궁금하다.

• “매월이는 너와 다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그러는 편이 나아. 만약이라는 가능성에 현혹되어 살아서 무엇하겠느냐.“

•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나은 것을 받아야 마땅한 이들에게 시련을 주고, 선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들의 앞길을 장애물로 가로막지. 그러는 동안 가슴에 악을 품은 자의 길은 수월하게 뚫린다네. 악을 퇴치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는 것은 없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그 사실을 일찍 받아들일수록 삶도 편해질 것이오.“

맞다. 이해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주저앉지않고 더 나아가 희망을 말한다.

•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소. 이 나라의 암담함에 겁먹은 새처럼 도망쳐서 자기들끼리 웅크리고 숨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커다란 빛을 올곧게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 대신 싸우고 자유를 쟁취하는 사람들이 있더군.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빛은 항상 반짝일 거요.“

#사라진소녀들의숲#허주은#미디어창비#역사소설#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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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 휘청거리는 삶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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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간 걷기 여정과 혼란스러운 스스로의 내면을 유려하게 그러나 거리낌없이 드러낸 글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그 곳을 정복하고자 하는 걷기가 아닌, 어딘가를 걷고자 하지만 길을 잃으며 발길이 닿는대로 떠나는 조금은 특이한 걷기다. 물론 길위의 방랑자처럼 잠을 아무데서나 자거나 하지는 않는다. 남편인 H는 아내의 여정을 지지하며 차를 타고 데려다주고 데리러오는 일을 1년 넘게 반복한다. 거기에 어린 아들인 버트도 함께. 꽤 현실적이기도 하다. 결혼한 상태의 아이 있는 엄마인 저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발이 닿는대로(물론 걷기 시작할때 목적지는 분명히 정해두었지만)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독자도 함께 길 위를 걷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가 묘사하는 주변 풍경, 바람, 냄새, 촉감,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동행하는 기분.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보았다면 그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어린시절을 보낸,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한 시선으로 자신과 주변을 보는 사람이라고 여겼을것이다. 저자 스스로도 마치 운명같은 그 라디오 방송을 듣기 전까지는 혼란스러운 유년과 사춘기를 보내고 사람들과 섞일 수 밖에 없는 사회생활을 하며 사회성을 ‘습득’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는 매 순간- 나는 왜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들이 어려울까, 왜 이렇게 힘들까, 왜 이렇게 참지못하는 것들이 많을까, 심지어 자식과의 신체접촉까지도 어려워하며 스스로의 모성애를 의심하고 자책하는 시간을 보냈을 테다. 결국 아주 우연히 들은 그 방송으로 인해 스스로 이것은 일종의 질병이나 장애가 아닐까 그제서야 인지한다.
저자는 이후 본인의 ‘상태’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심리적인 과정까지 세심하게 글로 표현해냈다. 지금까지 특정 부분에서 너무나 힘들었던 삶, 남들은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문제들이 나에게만 힘들었던 이유가 내가 ‘이상해서’ 그런것이 아니라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끼는 대목에서는 그가 그동안 받았을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느껴져 아득해졌다.

•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어쩔 수 없음을 알고서,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참을성을 발휘할 수 없음을 알고서, 사람들이 나를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좀더 나은 인생 이야기, 내 산탄총 같은 삶을 마침내 하나의 의미로 묶어주는 일관되고 간결한 기승전결을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그는 삶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쳇바퀴 돌듯 반복된다고 느끼는 그 상황을 나중에는 결국 이해하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동안 반복되며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것을 억지로 감당하고 받아들이는 삶을 살다보면 그 원인에 차라리 이름이라도 붙여서 정리하고픈 마음이 든다고.

책의 마지막, 약 1년간의 걷기를 끝내고 의사에게 찾아간 저자는 결국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기뻐한다.’

• “참 재미있어요. ASD라는 진단을 받고 사람들이 늘 기뻐하거든요. 다른 진단은 다 나쁜 소식으로 여기면서.”
“모든 게 이해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들에게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니까요.“

약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는 홀로 이 모든 것들을 견뎠다. 이제는 더이상 휘청거리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봄을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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