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소설을 읽었다.저자는 한국이름을 가졌다. 15세기 조선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미국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먼저 나왔고 영어로 쓰여진 책은 번역자의 손을 통해 한글로 바뀌었다.인천에서 태어나 삶의 대부분을 캐나다에서 보낸 저자는 한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본인의 뿌리를 생각할만큼 한국을 떠올릴 일이 없었으리라. 그러다 우연히 한국에 관한 책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발전하여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오게 되었다.이야기는 실종된(모두들 죽었다고 하지만 주인공은 그렇게 믿고있다) 아버지를 찾으러 제주에 도착한 주인공이 아버지의 불에 탄 수사 일지 하나만 달랑 들고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가 생전에 조사하던 소녀들이 사라진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헤치며 시작한다. 꽤나 두꺼운 책은 중후반쯤까지 결정적인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이리저리 독자를 끌고 다니는데 책의 후반부에서 생각지못한 반전이 튀어나와 놀랐다. 그래, 이게 추리소설의 묘미지 참.사실 미국에서 영어로 먼저 출간된 소설이라 최대한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신중히 하였겠으나 아무래도 번역에 관한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는 좀 더 무거운 대사가 어울릴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생각보다 좀 가벼운데. 라고 느끼는 부분이 꽤 있었다.(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게 꼬지않아 덕분에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건지도 모른다.책의 특성상 내용을 상세히 쓸 수는 없지만, 읽으며 마음이 쓸쓸해졌던 부분은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였을지 궁금하다.• “매월이는 너와 다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그러는 편이 나아. 만약이라는 가능성에 현혹되어 살아서 무엇하겠느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나은 것을 받아야 마땅한 이들에게 시련을 주고, 선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들의 앞길을 장애물로 가로막지. 그러는 동안 가슴에 악을 품은 자의 길은 수월하게 뚫린다네. 악을 퇴치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는 것은 없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그 사실을 일찍 받아들일수록 삶도 편해질 것이오.“맞다. 이해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주저앉지않고 더 나아가 희망을 말한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소. 이 나라의 암담함에 겁먹은 새처럼 도망쳐서 자기들끼리 웅크리고 숨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커다란 빛을 올곧게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 대신 싸우고 자유를 쟁취하는 사람들이 있더군.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빛은 항상 반짝일 거요.“#사라진소녀들의숲#허주은#미디어창비#역사소설#소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