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패스트푸드의 제국 - The Dark side of the All-American Meal

  번역판의 부제인 "패스트푸드가 당신의 생명을 노린다"는 엄밀히 말하면 이책의 주제가 아니다. 이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인 패스트푸트-외식산업이 미국의 전체 경제에 있어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는지를 말한다. 이것은 단지 패스트푸드의 "천연"첨가물이 수십가지 휘발성 화합물이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다는 예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생식을 끼워주다니, 황당한 발상이다. 이책은 정크푸드가 비만을 유발하고 각종 암을 생기게 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기업위주의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할 때, 그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이 얼마나 고통을 당하는 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자유국가 미국에서도 가장 큰 고용을 창출한다는 맥도날드에 노조가 없다는 것이다. 있더라도 쟁의한번 재데로 못하고, 직원들은 부당해고와 최저임금과 매우 위험한(근로기준법을 태연히 어길 정도의)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도축장에서 한시간의 300마리 이상의 소가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도축이 되지만, 식가공 회사의 정치헌금과 로비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이 먹는 음식에서 세균검사하는 것을 막아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고기가 매일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것이 미국이다.

  정말 놀라운 사실들이었다. 가장 자본주의적 경제정의가 발달되었다는 미국의 현실은 공산주의의 다른 한쪽 끝의 최악의 모습이었다. 공산주의경제가 결국 붕괴되고 소련의 헤체로 끝났다면 자본주의의 최후는 미국에서 한해 140만명 이상의 식중독 환자와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정치헌금에 국민을 위한 정당한 법률의 입법조차 거부하는 기업이 정치를 지배하는 극단으로 치달아 있다.

  한 도축회사는 남미의 가난하고 무식한 노동자들을 도시의 노숙자 쉼터에 내려놓는다. 그들은 최저임금에도 위험한 일을 기꺼이 할 사람들인데, 회사는 그들의 숙소조차 마련하지 않고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이용하려한다. 저자는 "시장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지금 미국 정부는 그 역기능을 막기위한 노력을 포기했거나 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부도덕한 기업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다는 3억이 넘는 소비자 뿐이다" 라고 말하며 소비자들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정말 감명깊게 읽었다. 미국 경제의 Darkside 를 보았다. 어디에나 완벽한 것이란 없겠지만, 이건 정말 최악이었다. 상상도 못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읽기를 권한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책을 읽고 다시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권한다. 그곳에서 파는 음식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그 기업이 부도덕하기 때문이다.

[인상깊은구절]
  여러분은 유리문을 열고, 에어컨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안으로 걸어들어가 줄을 서서 주위를 둘어볼 것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아리들과 앉아 있는 손님들을 살펴보며 최신 장난감 광고를 들여다보고, 카운터 위에 위치한 컬러 사진들을 보며 골똘히 생각할 것이다. 그 음식들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패스트푸드 음식을 하나 살 때마다 그 이면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또 이 음식이 만들어내는 길고 짧은 파급 효과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런 다음 주문을 하라. 아니면 돌아서서 매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 아직 늦지 않았다. 여러분들은 패스트푸드 제국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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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과 21세기 1 - EBS 기획시리즈
박재희 지음 / EBS(한국교육방송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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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문학 책들을 읽을 때, 종종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저자는 뭔가 심오한 이론을 실컨 설명하는데 나는 마치 외국어를 듣는다고 느낄때가 있는 것이다. 일례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하지만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러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건축"이라는 글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건축물 사진 몇장을 보니 "아 이거구나" 라는 감이 잡혔던 기억이 있다.

  공대생이라 그런지, 난 구체적인 실례, 예화없이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구체적인 예화를 들어 글쓰기를 매우 좋아한다. 그런면에서 이책은 100점이다.

  손자병법이라면, 중학교때 삼국지 게임에 한참 빠져있었을 때 좀더 나은 전략을 세워보겠다고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만화로 그려진, 손자병법의 한구절 한구절을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로 보여주는 전쟁사에 가까운 손자병법이었다. 그때는 구체적인 전술(학익진 같은)이 안나온다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가지 느낌은 병법이 단지 전술만을 다루지는 않는구나. 오히려 전략과 전체를 보는 법이 더 많았다.

  박재희 박사의 이 책은 손자병법을 매우 쉽게, 그러면서 분명하게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고 있다. 과거 전쟁에서 "지지않는"법으로 서의 병법을 현대에는 처세술, 경영철학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그 글이 매우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유가, 도가를 명분론으로 본다면 손자병법은 실용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같은 상황에 대한 유가적 입장과 손가적 입장을 설명하는 부분이 좋았다. 단지 손자병법 만이 아니라 제자백가 사상 전체의 의의와 내용을 설명하는 비교철학(맞나?) 적인 내용이 좋았다.

 서문에 도올에 대한 인물평에서 "버터를 우리말로 번역할때는 고추장으로 해야한다는 그의 일갈에 민망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고 했는데, 이책에는 그런 식으로 쉽게 번역한 부분이 많이있다. 한문의 국역에관한 어떤 지식은 없지만, 읽는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번역과 설명은 도움이 많이 된다.

  세상의 모든 인문학 책이 이렇게 쉽고 명쾌하게 쓰려진다면 공부하기 참 쉬울텐데. 2권도 빨리 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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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명품이 좋다
나카무라 우사기 지음, 안수경 옮김 / 사과나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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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었다. 그리고 매우 유쾌했다. 내용자체가 많지 않았고, 내용도 쉬웠기때문이다. 어떤 에세이들처럼 늘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매우 스피디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여자친구 생일날, 지갑을 원한다고 한달전부터 이야기를 해왔지만 선물하지 못했다. 예산에 맞는 몇만원짜리를 하자니 요즘 대학생들의 명품지갑 기준에 들지 않는다면 갖고 다니지도 않을 것이요, 그렇다고 명품을 사기에는 너무 부담이 컷기 때문이다. 왜 명품을 찾을까? 남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맞춰 주고는 싶지만..

  정신과의사에서 "쇼핑중독증"으로 판정받은 공식 "여왕님"의 쑈핑일기다. 모피코트에서 콘돔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상품에 대하여 나름의 품평과 그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바보같은 줄 알면서도 구입했던 이유들을 나열한다. 스스로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시인하는 부분도 여러곳이다. 사실, 별 이유는 아니였다. "여왕님이니까" "지기 싫어서" 정도겠지만, "명품"이라는 종교의 신자라는 표현은 이해가 됐다. 왜, 남자들도 나이키 아니면 안신는 사람들 많이 있으니까. 책이 양이 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줄간격이 매우 넓고 활자도 크다. 하지만, 유쾌하게 읽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만한 책이다. 특히 명품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나같은 남자들은.

[인상깊은구절]
  아니, 나는 나쁘지 않다. 여왕님의 환상을 지지하지 않는 바로 이녀석(디오르의 구두)이 나쁘다. 세상을 잘못 만났다면, 너 같은 것은 당장 참수형이다. 동화애는 나오지 않지만,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외친 그 빌어먹을 녀석도 분명 처형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 나는. 벌거벗은 여왕님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초리는 냉정하다.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세상의 비웃음 따위, "이 디오르 구두로 뭉개버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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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의 이해
최유찬 지음 / 문화과학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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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연세대 국문과 교수님께서 "제 8의 예술"로 새롭게 등장한 컴퓨터게임이란 장르를 분석해 보겠다고 책을 쓰셨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어떤 것에 대한 설명과 해설을 할 때, 그것을 잘 알지 못하면 어렵게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컴퓨터를 가깝게 해 온 나도, 예로 든 게임을 모두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님 스스로의 체험에 바탕을 두고 쓰신 "컴퓨터게임과 시뮬레이션 (삼국지 4, 6에 관하여" 챕터 외에는 너무 어려웠다. 위 챕터를 예외로 한 것은 교수님께서 그 게임을 충분히 해보셨고 설명하고자 한 범위가 축소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처음에 "컴퓨터게임"이라는 용어 자체를 정의하고 시작하는데 "게임"의 의미를 "유희"로 확장하여 너무 어려운 일반이론까지 끌어들인 부분은 이 책의 실패의 서장에 불과하다. 이후 거의 모든 설명을 거의 이런식으로하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예시와 부연설명없이 전문용어를 끌어쓰는 곳이 많다. 예를들어 "게임에 관한 정확한 정의는 단순히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작용에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많은 사회 활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라는 문장에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화한 정의와 사회활동을 올바로 이끄는 것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예시 하나 쯤은 들어줄 수 있지 않는가? 아니면 그냥 교수님의 생각일 뿐인가.

  또 한가지 어려운 점은 교수님 스스로도 어떠한 문제제기 혹은 기존 이론의 적용외에 교수님 스스로 어떤 결론이나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지를 못한다. 대학 교수님 정도 되면 어떤 사건, 현상에 대하여 나름의 새 이론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여 명쾌한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것 없이 어려운 이론들을 끌어들여 글을 끼워 맞춰가다가 결론엔 "더 모색해 봐야 한다" 정도로 끝내버리면 이게 뭔가.

  마지막으로 책 전반에 수없이 많은 삽화가 들어있다. 문제는 삽화랑 글의 내용이랑 거의 관계가 없어서 상당히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거의 완전히 따로논다. 편집이 꽝이라는거다. 작가와 그림 선택한 사람이 거의 상의 없이 책을 만든 것 처럼. 아주 실망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컴퓨터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밖에 안되나" 란 생각일 든다. 제목과 같이 "잘 알지 못하면 (이렇게) 어렵게 설명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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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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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레랑스, 다른사회와의 만남, 개똥 세 개.

  남을 인정하는 관용 - "역지사지"의 개념이야 진작부터 우리에게도 있었고, 얼마간 유도리를 두는 것도 우리에게도 있는 것이지만 우리가 정에 얽매어 제대로 이 가치들을 활용하지 못한 것에 반해 프랑스 사회에서의 "똘레랑스"는 좀더 구체적이고 이성적인 원리로 살아있었다. 흔히 듣던 이야기 - 프랑스는 그 많고 잦은 파업에도 사람들이 불평하지 않더라 - 부터 고속도로의 속도표지판 까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불량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모순된 면에 불행을 격은 저자는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으리라.

  우리가 여행을 하고 이민을 하는 것은 단지 다른 나라, 국민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만나고 배우는 것이다. 과연 사회란 무엇인데?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려 살고 있는가, 그 모습아니겠는가. 인간의 한자가 사람 사이를 의미하듯이 사회 자체가 그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같은 의미일것이다. 나도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자체일테니까. 과연 나는 나와 다른 사회들을 만날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게 될까?

  해야할 말을 하지 못할 때 개똥 세개는 결국 내 몫이 될거이다는 이야기. 그 많은 개똥들은 누가 다 먹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과연 자기 몫의 개똥을 받았을까? 개똥 먹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잡아 가두는 사회. Good Bye..

[인상깊은구절]
"세화야, 네가 앞으로 그 말을 못하게 되면 세 개째의 개똥은 네 차지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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