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 박원순 세기의 재판이야기
박원순 지음 / 한겨레신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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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사를 왜 읽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행동의 지침을 삼기 위해서"이다.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후세 까지도 정의롭고 올바른 행동이었다고 인정받을 만한 일들을 나도 하기 위해서 역사를 읽는다. 투표란 형태든, 직접 공무를 담당하든 "정치"와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역사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도서관에 재판 판례집과 같이 놓여 있었지만 실제 내용은 한 권의 역사책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같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역사적인 재판들에 대하여 우리 역사와의 비교를 해준다는 것이다. 토머스 모어 와 일제에 침묵했던 문인들, 마녀사냥과 빨갱이 사냥, 드레퓌스와 지식인, 필리페 페펭의 제판과 친일파 처단, D.H.로렌스의 재판과 반노, 즐거운사라 같은 외설소설 문제. 단순히 읽고, 놀라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의 비교를 통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책들이다. 이런 역사를 몰랐기에 우리는 근대에 이 바보같은 재판들을 반복했던 것일까?

  또 한가지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역사적 명문들의 원문을 실었다는 것이다. 많은 책들이 이 책에서 다룬 사건들, 재판들을 다루지만 대부분은 저자의 말로 바뀌어 실린다. 이 책에서는 그 원문들을 완역으로 실었고, 사진을 곁들여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밝힘으로써 그 책임을 묻는 것도 새로왔다. 정말 주옥같은 금언들을 읽었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 "그렇다면 공작과 나 사이에는 나는 오늘 죽고 공작은 내일 죽는 다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같은 토머스 모어의 죽음에 초연한 금언들.

  20세기의 문명 국에서 중세 마녀재판과 꼭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느꼈다. 인류가 중세 로마인들의 문명보다 발전된 삶을 살고 있는가? 글쎄. 어느 순간에 다시 암흑시대로 돌아갈 지도 모든다. PS. 로젠버그 부부의 재판 당시 "미국인"에 대한 "미국의 피해"에 관한 "미국법정"의 불의한 재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반미시위와 항의가 있었고 더블린에서는 화염병 까지 날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피해"에 관한 "미군법정"의 불의한 재판이었음에도 우리 신문들은 반미시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어느것이 잘못된 것일까?

[인상깊은구절]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흘러간다. 세상은 변하는데 판결은 영원히 바꾸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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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해설집 - 국내편.세계편
이우혁 지음 / 들녘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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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아 용...이 맞다. 퇴마록 전권을 섭렵한지 꽤 지난 시점에서 국내편과 해외편의 해설을 다시 읽는 것이 조금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책 뒤에 있던 주석을 조금 더 보충한 정도랄까... 그 세계관에 대한 해설서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에는 너무 내용이 없다.   예전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개미와 관련된 내용을 제외 하고도 읽을만 했었다. (그 책 또한 개미의 매니아용 부록 이었음을 부정할 수 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다만 무당에 관한 인터뷰들은 다른 책에서는 읽기 힘든 것이다. 당연한 것이... 국문학에서 연구의 대상이 되는 무속은 "세습무"이고 이 책과 퇴마록에서 관심을 갖는 무당은 "강신무"이기 때문이다. 세습무에 관한 내용은 국문학 쪽에서 많은 연구가 있어왔지만 강신무는 일종의 "미신"으로 치부 됬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퇴마록을 현재 읽고 있는 시점이 아니라면 별다른 읽을 가치도, 의미도 없다. 퇴마록을 읽는다 하더라도, 그 책의 각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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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책 1
폴 임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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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참고문헌이 빠져있는 것만 제외하고는, 이 책의 가치는 나무랄데 없다. 잡학사전으로 이만한 책은 드물다. 세 권이나 되는 내용도 그렇고, 사진과 그림의 상태도 훌륭하다. 다만, 동성애 라던지 몇가지 민감한 주제에 대하여 역시 민감한 유명인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한다던지, 역사적으로 검증되기 힘든 사실들, 야화들을 사실처럼 적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지...

  이 책은, 일종의 "소설"정도로 가볍게 봐두는 편이 좋겠다.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이 책을 근거로 이야기를 한다던지 리포트의 근거자료 등으로 이야기 하다가는 몇 대 맞기 딱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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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 개정판
진중권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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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익, 우익이란 말, 특히 전자는 "빨갱이" 후자는 "애국자"란 또다른 이름으로 각인 되어 살아온 것이 내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이었다.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이 입에 달고 다니던 한마디 "애국이야요",  내 모든 삶의 행동, 걸음을 애국 안에서 하라던 "찬송가"를 "애국조회"시간마다 하셨었다. 틀린말은 별로 없었지만...

  이게 대학교 입학 때 부터 이상해졌다. 신입생 환영회 때는 붉은 깃발과 민중가요로 시작된 "엄청난"것을 보았다. 마지막에는 "반갑습니다. XX대학교 총학생회장, 한총련 서울 대의원, 지명수배자 XXX 인사드립니다"라며 양복입은 형이 올라왔었다. 정말 착하고 술 잘먹고, 공부대신에 세상공부에 조금 더 열심인 형인데 수배중이란다. 어떤 형은 학교 다니다 말고 재입학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은 면회도 다녀오곤 했다. 공익근무 복무중에 만난 연세대 다니던 형은 또다른 경험이었다. 이 형과 이야기 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박학다식했고, 시사와 정치에 밝았다. 이 형을 통해 노무현을 알게됬고 적극적인 정치 참여란 무엇인가를 배웠다. 이 형은 연세대가 전경들과의 싸움으로 박살 날 때 그 안에 있었다.

  "레드 바이러스"란 책을 읽었었다. 읽기 전에 들었던 수 많은 경고들을 직접 읽지 않고는 뭐라고 판단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읽는 과정에서 전혀 문제점을 발견 할 수 없었다. 이 책의 근거들과 증언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본 다른 "사회"는 그런 곳이 아니니까 문제였다. "레드 바이러스"로 불릴만한 "친북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절대로 모두는 아니며, 그 또한 민주주의 사회안에서라면 최소한 발언의 기회는 허용되는 것이 옳다. 일본과 유럽의 국가들이 그런 것과 같이, 공산당, 사회당도 정당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모두 허용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국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파"가 옳다, "좌파"가 옳다를 이야기하는 책은 아닌것 같다. 특히 원문들의 극히 일부만 옮겼기에 그 내용을 잘은 모르는 나로서는 (이문열의 "선택"과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만 읽었다) 읽지도 않고서 진중권 씨가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조갑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보수 극우의 말하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 책의 서문에 "우파의 논리로 우파가 틀렸음을 입증하겠다"는 말이 있다. 철저히 그런 방식이다. 또 하나의 고급한 글 쓰는 방법.

  노무현이 당선되었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인터넷에는 일명 "XXX당 알바"라고 분류되는 말도 안되는 주장과 오류 투성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50,60으로 분류되는 "어린 것들이"로 모든 논리를 깨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다른 한 부류는 이른바 "우익"논리 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20,30"의 좌파적 개혁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지면을 통해서 서로 각자의 목소리가 같은 게시판에 한 줄을 차지하고 올라왔다. 내용의 가치와 논리는 하늘과 땅이었지만. 이 책은 여러가지 이유로 잡지 등에 직접 실리지 못했던 글들의 모음이다.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서 "도데처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란 찬탄 혹은 분노가 일었던 사람이라면 필독하시기 바란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상대의 억지논리를 깨뜨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글이란 이렇게 쓰는 방법도 있구나. 덧붙여, 박정희란 인물에 대한 상반된 평가 속에서 그의 "인물"자체를 부정하는 글이 실려있다. 대체로 동감하지만, 경제 발전을 위한 공 까지 모두 부정 할 수 있을지. 좀더 생각해 볼 문제다. PS. 사실 조금 어렵게 느낀 것도 사실이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문장. 끊어지는 단락. 스타카토. 하지만 고급 기술이다. 인정.

[인상깊은구절]
"난 날아갈 거야."
어느 날 아기 새 한 마리가 참지 못하고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원숭이는 잡으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어요.
"난 뛰어다닐 거야."
어느 날 아기 사슴 한 마리가 네 발로뛰어 달아났어요.
원숭이는 잡으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어요.
이제 아무도 원숭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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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천재들 1
에릭 시걸 지음, 이옥용 옮김 / 문학과의식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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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에 나오기는 "닥터스", "프라이즈" 같은 책들보다 늦었지만(재판된 것인가..) 내용과 소재는 비슷하다. 세계 최고의 대학을 다니는 수재들의 다양하고 치열한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하버드는 하나의 성역이요, 최고의 대학이자 신화적인 존대이다. 아마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책과 영화가 그런 명성에 일조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버드"란 검색어에 걸리는 수많은 책들, 그중 절반정도는 "어떻게 하버드에 보낼것인가?"에 관한 내용이니 말이다.

  하지만, 책 속의 아이들은 테니스로, 피아노로, 집안의 배경으로 인해 하버드에 들어왔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루 4시간만 자고 공부하는 모습이 아니란 말이다. 하버드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공부하고 열정을 쏟는 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공부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 결과가 아니라 열정말이다. "하버드도 사람 사는 곳이다" 가 이 책의 주제라면 주제일 수도 있다. 물론 작가의 최종 결론은 책 말미에 "대학 생활은 그들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지만.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대학생이라면,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어떻게 공부하는가에 대한 좋은 보기가 될 것이다. 닥터스, 프라이즈, 클래스(이 책) 모두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프랭크 하베이가 그 제안을 갖고 나에게 전화했을 때, 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쾌히 승낙했다. 내 모든 슬픔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지냈던 유일한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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