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 우파는 부도덕하고 좌파는 무능하다??
조지프 히스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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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최고의 책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책의 난이도가 좀 있지만, 경제학 관련 책 중에서도 이 책은 단연 최고다.

  중학교 때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은 이원복, 송병락 공저인 "자본주의 공산주의"를시작으로, "한국, 한국인, 한국경제", "멘큐의 경제학 개론", "경제학 카페", "파킨슨의 법칙", "이코노미 2.0", "괴짜 경제학", "퍼센트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88만원 세대" 등 꽤 많은 경제학 관련 책들을 읽어왔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다만, 책의 난이도가 조금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목적이 지금까지 나온 좌파, 우파의 경제정책과 오류들을 하나하나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비론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올고 그름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창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책의 제목과 뒷표지의 카피 - "걸핏하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보수의 구라에 왜 진보는 쩔쩔매는 걸까" 같은 카피에 좌파 적인 책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이 책은 좌, 우의 정책과 논리를 모두 비판한다. 어쩌면, 좌에도 우에도 치우치지 않은 첫번째 경제학 책이 아닐까 싶다.

   경제학, 오류의 학문
 

  IMF이후 대한민국의 화두는 민주주의에서 경제로 바뀌었다. IMF이후, "더 민주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보다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정치인들이 앞선으로 나온 것이 그 반증이다. 좌우간의 이념 대립도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 중심이 경제정책으로 상당히 옮겨가 있는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TV토론과 신문지면을 빌려서 이건 이래야 한다, 저건 저래야 한다

  하지만,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구라"의 학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경제정책의 오류들을 수없이 많이 지켜봐왔다.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면 값싼 소고기를 먹게되어 국민들이 좋아할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국민들의 대다수는 분노했다. 천성산 터널을 뚥기 전에 제대로된 환경영향평가를 해달라는 지율 스님의 요구로 인해 2조 5천억이 넘는다고 신문기사를 썼지만, 결국 10원짜리 소송으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공정무역을 통해 빈국의 노농자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제로 왜곡된 가격은 공급 과잉을 불러와 더 큰 피해를 만들어 냈다.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신도시를 개발하지만, 그 신도시의 토지보상비가 다시 서울 아파트에 투기되어 집값을 상승시키는 일도 있었다. 유시민 전장관의 "경제학 카페"에서는 "능력의 차이, 자연재해, 운의 차이 등으로 빈부격차는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악이다" 라고 모순된 이야기도 버젓이 한다. 이렇듯, 경제학은 현실문제와 부딪힐 때, 성공적인 답안을 내놓기 보다, 오류를 범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저자는 이런 오류의 원인 중 하나가 현실을 단순화 시키는 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말하다. 누군가 하와이 까지는 데려다주지 못하지만 그 거리의 90%까지는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면 그 비행기를 타겠는가? 만약 90%면 대단히 하와이와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 비행기를 탄다면, 결과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익사하는 것이 될 것이다. 경제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만드는 모델은 내제적으로 오류를 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인간사회는 대단히 복잡미묘하고, 정책의 변화로 환경이 변화면 그에대해 시장 역시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경제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오류가 많은 학문일 수 밖에 없다.

   경제학, 사기의 학문
 

  또 한가지 문제는, 경제 정책을 제안하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 조차 자신의 입장에서 거짓말과 모순된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대형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고, 화물선을 물 위로 달리게 하는데 수질은 더 좋아질거라던가, 수익을 내야만 하는 영리 병원에서 의료보험지정 환자도 동일하게 수용하겠다는 주장들을 TV 토론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책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직접 나눠주면 빈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좌파의 정책들도 그 성과가 입증된 바 없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 사례가 많다) 거짓말들이다.

  앞서 말한대로, 천성산 터널을 뚫지 못한 피해액을 산정할 때도 결국 미래 가치와 기회비용을 "가정"해서 산정하는 것이고, 새만금 간척 사업에 의한 환경 피해액도 "가정"해서 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들도 자신의 성향과 의지에 따라 "편익은 더하고 비용은 빼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IMF에서 막 벗어날 시기에만 해도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위대함을 설교하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오류" 라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 의도적인 거짓말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저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500페이지가 너는 책을 통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찰력이다.
 

  결국, 수없이 많은 경제이론과 경제정책을 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것이 옮고 어느 것이 그른지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르는 일이다.  모든 경제 정책은 정의와 불의,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싸움이라기 보다는(물론, 진정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도 있기는 있다.) 자신의 재산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사상적 성향에 따르는 정책들이 많다. 이런 정책들의 근거로 들이미는 것이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의도적 혹은 정말 몰라서 만들어낸 왜곡된 통계들과 추정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근거들을 살펴서, 최소한 근거 속에 모순을 품고 있는 것들만이라도 걸러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가장 정의로운 정책을 고르는 의인의 심장을 모든 사람들이 갖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최소한, 눈 감고 아무 정책을 지지하거나, 약자를 공격할 위험이 있는 정책만이라도 걸러낼 수 있다면. 경기 부양을 위해 땅을 파고 물을 가두고, 다시 그 물을 정화하기 위해 수조를 퍼붓는 그런 정책에 가운데 손가락이라도 들어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찰력이고, 이 책은 그런 통찰력을 이야기하는 첫번째 경제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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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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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없는 일을 하고 싶을까?
 

  얼마전 조직개편이 대대적으로 있었다. 부서 내 또 하나의 팀을 만들면서 기존에 있던 팀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새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과장급 여러명은 강제 차출, 대리급은 대부분 자원이었다고 한다. 우리 팀에서도 과장님과 대리님 한 분 씩이 옮기게 되었다. 과장님은 근 3년 가까이 팀의 리더로 일을 해 오시다가 다른 과장님 밑으로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시는 것이라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셨다. 대리님은 회식중에 밝은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강대리님, 그 팀으로 옮기시면 일은 지금보다 딱딱하고 재미 없을텐데요?"

  "재미 없는거 알아요. 그래도 변화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옮기는 거에요."

  뭐 더는 묻지 않았다. 재미 없는 줄 알고 간다는 말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이 더 재미없다는 의미로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직장을 다니고, 일을 하는 것을까? 일이 재미가 없다면, 그걸 계속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직장생활에 관한 한 세미나에 300여명의 20대 부한 ~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강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신 분은 손들어 보세요" 라고 물었을 때, 나를 포함해서 딱 두 명이 손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였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막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한편의 동화를 통해, 삶의 재미를 찾아보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재미"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선다. 우리는 모두 직장을 결정할 때, 결혼을 할 때,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사귈 때 "재미"가 있기를 기대하고 시작한다. (긴긴 백수 생활에 질려 아무 직장이나 선택해서 들어갔다고 할 지라도, 집에서 놀고 있는 것보다는 재미있을 것을 기대하고 시작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곧, 우리 삶의 재미를 잃어버린다.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삶을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모든 직장생활은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라도 재미없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버텨나간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없다면, 재미 있게 일을 해보자. 먼저 움직이고, 생각을 바꾸고,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내고, 그마저 안된다면 재미있는 취미라도 가져서 변화를 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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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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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표 지성 12명 - 그러나 모두 왼쪽인...
 



  처음에 인터넷 서점의 광고를 보고 책을 골랐을 때,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라는 카피가 가슴에 와 닿아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자살로 인한 극도의 사회 분열과 혼락 속에서 어떻게든 희망을 찾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뭔가 긍정적인 결론을 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김어준, 박원순, 우석훈 이라는 저자의 이름이 주저 없이 이 책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한국의 대표 지성"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왼쪽 사람들에 치우쳐진 인선이었다. 책을 읽으면서야 이 책이 시사 IN에서 주최한 강연을 묶어 낸 책이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한국의 대표 지성" 이라는 타이틀은 좀 무책임한 타이틀이 아니었나 싶다. 위기와 혼돈을 운운하면서 국가의 미래에 대한 답을 구하겠다면, 마땅히 왼쪽과 오른쪽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 보았어야 했을 것을. 결국 이 책은 반쪽 짜리라는 얘기다. 아니면, 아얘 오른쪽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거나. 마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이 책을 절대로 읽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서로 듣지 않기로 했다는 것 외에는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다.



   그는 망할 것이다. 아니 망해야만 한다.  그래, 망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이명박 정권들어 그들의 공언과는 다르게 경제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말을 많이 하는데,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위 소제목과 같다. 불의한 정권이 들어섰으니, 응당 망할 것이다는 작은 저주, 혹은 넋두리, 신세 한탄. 1960년대 대폿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하던 이야기를 사람들 모아놓고 강연 형식으로 한 것 외에, 어떤 다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 읽는 내내 글 하나 하나, 강연 하나 하나는 참 좋았고, 많은 위로가 되었다. 현 시대에 정당함을 가지고 정의롭다는 평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지성과 양심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들의 강연이니,   그 내용에 추호의 부족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갈 무렵 내 가슴 한켠에 드는 생각은, 이렇게 좋은 책, 그들은 읽지도 않을 것이고, 이런 강연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를 텐데, 그럼 이 강연과 책속의 말은 다 허공으로 공허하게 퍼져나가는 소리에 지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광화문을 가득메우고 촛불을들고 외쳐도 듣지 않던 그 사람들이 이런 강연, 점잖게 이야기 하는 수준 높은 고언에 귀나 기울이겠나. 그것도 한 켠에 "망해라 망해라. 그래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다오" 라고 주문을 외우며 하는 강연에 말이다.



   진짜, 진짜 고언이 될 수는 없는가
 



  대안이 없는 정치, 대안이 없는 말.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과 책임도 없는 사람들의 시대. 우리는 결국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는 저들이 외쳤던 "잃어버린 X년" 이란 말을 계속 되뇌이게 될 것이다. 일본에는 6선 이상의 중진들을 물리치고 28의 젊은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에 같은 기적이 벌어지기 전에는, 결국, 이런 말의 향연은 그냥 불쌍한 사람들이 모여... 아 더는 못쓰겠다. 

   W에서 28 의 젊은 여성 국외의원이 유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70먹은 노인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더 우울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MB 정부가 실정을 해도 저런 모습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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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경제학 - 숫자로 읽는 4,900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구정화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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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 
 



  교회에서 어머니들과 식사를 하다 보면, 종종 교육 문제가 대화의 화제로 올라가곤 한다. 한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옜날에는 아이를 미국에 조기유학 보내서, 거기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거기서 취업하는 것이 대세였는데, 실제로 미국 현지 취업이 쉽지 않고, 미국 경기도 않좋아서 돌아오는 학생들이 많데요. 그런데, 막상 미국에서 학교 나오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인맥이 없어서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와도 밀어주고, 끌어주고, 일을 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정말 앞서가는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을 중,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나오게 하고, 대학은 다시 한국에서 다니게해서 인맥까지 만들어 준다고 하네요."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에, 통계로 지금 하신 말씀을 증명하더라구요"

  내가 요즘 읽고 있던 책이 이 책이었다. 퍼센트 경제학. 요즘 세태가 이렇다더라, 이런게 유행이라더라, 이러고들 산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실제로 구체적인 통계와 신문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해서 읽어내는 책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만 현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사회, 문화, 교육까지 2009년의 대한민국을 전방위적으로 읽어내고 있다.



   현실은 파란불, 아니면 빨간불?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진단하는 부분이 조금 아쉬웠던 것을 제외하면, 이 책은 간만에 속 시원하게 대한민국 사회를 진단해 주는 책이었다. 그것도 발뺌하지 못한 만큼 정확한 통계를 들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엉터리 정책들을 펴오고 있으며, 어떤 정책들은 얼마나 효과가 없었는지,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각박하고, 급박한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아마도 내년 즈음 또 다른 통계를 가지고 속편이 나오면, 좀 더 속 시원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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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힘 - 작지만 강력한, 우리에게 부족한 1%는 무엇인가 디테일의 힘 1
왕중추 지음, 허유영 옮김 / 올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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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이 아닌, 중국인 저자의 책을 읽기는 처음이다
 

  중국이 개방되고 나서 이젠 미국을 넘보는 경제대국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과 자기계발 관련 서적들은 미국과 일본의 책이 번역되거나, 우리나라 저자들의 책이 많았는데, 근래들어 중국의 책들도 번역되어 들어오고 있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국은 참 주변 강대국들의 트렌드와 문물을 잘 받아들인다. 단, 강대국인 경우에 한정된다.

  이런 종류의 자기계발서가 들어온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중국을 무시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네들이 하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게 큰 의미를 갖는다. 고전과 무협지가 아닌 중국인 저자의 책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어려서부터 많이 듣던 이야기, 중국판
 

  어려서 참 일본과 미국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양심냉장고라는 제목으로 TV 쇼도 방송이 되었지만, "일본은 이런데 우리는 이것 밖에 안된다" 는 말,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어왔던 것 같다. 지하철에서, 버스정류장에서, 관광지에서, 학교에서 등등, 일본이 왜 선진국이고, 우리는 왜 아직도 계발도상국이라고 불리는지 참 많은 일화들을 들으면서 자랐다. 미국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여서, 고우영 선생님이 미국 여행을 가셨을 때, JFK 공항의 공중 화장실에서 온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선진국임을 절감하셨다는 글을 읽었었다.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책을 통해서, 우리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디테일"들을 정말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꽤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는 모르겠지만, 제품의 품질에 있어서는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일제보다 더 비싸고,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 하던 일제보다 국산을 더 신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책은, 그렇게 어린시절에 듣던 "선진국 이야기"의 중국판이다. 물론, 한국어 번역과정에서 꽤 많은 우리의 부족한 부분들이 추가되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래서 중국인은 아직도 멀었다" 는 이야기가 많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논리를 펴고 있어서 공감 되는 부분이 많고, 특히 사회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훈은 시대 변해도 여전히 가치를 갖는다. 남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저자가 주로 일본과 독일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이야기도 나올 법 한데, 이웃나라가 보기에도 한국은 아직도 멀었다고 느껴지나 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경제, 사회적인 부분만 언급하고, 정치, 외교적인 부분은 다루지 않고 있다. 저자가 세일즈맨 출신이라 어느정도 한계는 있겠자만, 정말 중요하면서 현재 한국과 중국이 선진국과 가장 격차가 벌어진 부분이 정치, 외교인 것을 생각하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선진국이란? - "I'm sorry, that's all my fault"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내 이야기를 하나 첨언하고 싶다. 독일에 출장을 갔을 때, 점심먹으러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우리는 직진 중이었는데,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위해 좌회전하던 차가 우리를 못보고 들어오다 사고가 났다.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운전을 하던 선배는, "내가 뭐 신호 못본거 없지? 혹시 어디 신호 있었어?" 하고는 자기 방어를 준비했고, 나는 한국에서 처럼 뒷목을 잡고 내려야 하나, 우린 독일어는 못하는데 뭐라고 설명하지, 이거 키작은 동양인이라고 경찰이 불리하게 판정하는거아냐 등등 별의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그때, 상대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면서 하는 한마디.

"I'm sorry. that's all my fault"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차를 빼놓고, 경찰이 오고, 보험회사와 렌터카 회사에 연락을 하기 까지, 언성 한번 안높이고, 모든게 조용히 끝났다. 누구 과실인지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우리는 렌터카 회사에서 새 차를 받았다. 아무 추가 비용 없이.

  독일은 과연 선진국이었다. 절대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곳. 그 곳이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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