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1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6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동양적인 환상적 분위기, 사심없는 순수한 아이, 갈등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폭력적이거나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음, 특유의 문체와 서술. 들개, 황금바늘, 벽오금학도 등을 통해 만나왔던 이외수의 근작을 읽었다. 그전의 작품들에 비해 다소 현대적인 요소들을 갖기는 했지만 내용은 여전히 이상적이다. 그리고 그 이상적인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에 든다.

  불교의 윤회와 연기설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특별한 감동을 주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이웃집 할아버지의 이야기 같이 편안하게 진행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선동을 만나고 세선을 만나고 진짜 기생과 진짜 선비를 만난다. 제목은 "괴물"이지만 오히려 괴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괴물이 있나" 가 아니라 "이런 세선을 보고싶다"가 더 마음에 남은 감동이다. 그게 이외수 소설의 매력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존 소설들에 비해 몇배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완전한 결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야기가 끝난다는 점이다. 좀 더 많은 이야기와 완전한 결말을 지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얼마전 "한강"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마음이다. 정도는 좀 덜하기는 하지만. "들개"나 "벽오금학도"같은 완결성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우리 선주님은 진정한 기생이 없는 시대에는 진정한 선비도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진랑호 아가씨들은 진정한 선비를 만들어내기 위해 진정한 기생이 되었다는 말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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