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ㅣ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H와 책이 고프다는 말을 나눴어요.동감.

하루에 몇 페이지라도 읽는 책이지만

일이 많아져 그렇다고.. 신경쓸 부분들이 많아 그렇다고..

나름의 이유를 들어 장편의 글들을 미뤄왔거든요.

​

한두 시간 카페에서 커피를 누리는 여유와 다르게

때때로 책은.. 깊은 몰입이 필요하니까요.

​

​그런데 말이죠. 꽤 유쾌한 제목의 소설을 만났어요!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요? ㅋㅋㅋㅋ


​/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를 앞뒤 자르고 듣게 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요.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요. 이번 경우엔 지독하게 잘못됐어요. 로맨틱 스릴러 작가와 에이전트의 대화는 누가 들어도 오해하기에 충분했거든요.

​

“지난 번 살인은 지나치게 상투적이었죠. 제 수법이 너무 뻔해지고 있나 봐요. ”

“그러면 방법을 바꿔야죠. (중략) 아름답고 상냥한 비운의 여인을 나쁜 놈 한테서 구하면 그만인걸. 나쁜 놈만 제거하면 가련한 여자는 진심으로 고마워할 테고, 모두 모두 행복해지는거죠. 당신은 보상을 두둑이 받고요.”


/


스릴러 소설에 큰 흥미를 느끼는 분이라면 이 소설의 구성을 좋아하실 듯 해요. 쉽게 풀어질 결론 같았지만 또다른 사건의 시작과 반전은 읽는 이의 긴장감을 쥐락펴락 하거든요.


다행스러운 건 킬러, 살인 의뢰, 마피아, 시체 등 자칫 음산하고 끔찍할 수 있는 소재들이 사용되었음에도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에는 적당한 웃음 코드가 가미되어 이야기의 경중이 꽤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거에요. 아마 장편에 대한 부담이나 반감이 있으신 분들도 쉽게 소화할 책이 아닐까 싶어요.

​

더군다나 빠지면 섭섭한 로맨스! 이런 상황에도 싹틀 수 있는 러브라인이라니요ㅎㅎㅎㅎ 적절한 긴장감과 해제가 한 장면에서 연출될 때면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미스터리.. 대체 이 소설의 장르를 무엇으로 소개해야 옳을지 고민스럽더라구요ㅋㅋㅋㅋ


네네! 그만큼 소설의 구성이 탄탄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에요. 구성을 표현하는 문체 역시 지루할 틈이 없는 작가의 능력! 이미 미국에서는 3편까지 출시되었다고 하네요. 어서어서 다음 편이 국내에도 소개되길 기다려 봅니다~




시작은 나쁜 남편을 죽여달라는 (결론에 비하면) 소소한 의뢰였지만 마피아의 우두머리를 재판정에 서게 하는 해결자가 여성이란 점이 인상 깊었어요. 더군다나 핀레이 도너번, 그녀의 상황은 최악 중의 최악이었으니까요. (남편의 외도로 이혼 후 양육권 소송을 준비해야 하고 계약금을 받은 소설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세금 미납으로 전기도 끊긴 상황..)

​

실현 가능성이 없을 때 이룬 성공은 더 큰 만족감을 주는 게 사실이죠. 물론 다음 진행될 일에 긍정적인 여파를 주기도 하고요. 어쩌다 킬러가 되었지만 그녀의 ‘어쩌다 성공’은 홀로서기를 실현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니 작게는 바람을 피운 남편에 대한 최고의 복수로 보여질 수도 있고 사회악을 저지르는 남편들 곁에 선 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준 것 같아 통쾌하기도 했어요.

​


“소설이니까 그렇지” / “어.. 그럴 수도 있겠는데?”

오락가락 하실 분들 많으실 것 같은 이야기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그러니 읽어 보세요!

이렇게 잘 쓰여진 소설이라면 이웃님들의 일상에

무엇이 됐든 하나는 남기지 않겠어요?

(그 눈빛으로 남편은 그만 보시고요ㅋㅋ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에게는 온기가 있기에 - 어쩌면 오늘도 마주하고 있을 사랑이라는 따뜻함
연그림 지음 / 놀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온화한.. 평온한..
이런 류의 단어를 좋아라 하는 분들 계실텐테요.
책의 온도를 짐작케 하는 단어 덕에 연그림 작가의 책은
저 역시 받아보기도 전에 이미 맘에 든 책이었어요.

평범함 사람들의 이야기라네요.
지치지 않고 세상을 반짝이는 그들의 이야기라네요.
제 곁에도 그런 이들이 있는데 말이죠.
.
.

** 어쩌면 오늘도 마주하고 있을 사랑이라는 따뜻함
[우리에게는 온기가 있기에]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이 책의 감동을 나타내실지 궁금해요.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몽글몽글 살아날까요? 요즘 들어 늦어지는 아빠의 퇴근 시간이 걱정돼 평소에 하지 않았던 안부 문자를 보내시려나요? 혹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한 선행을 떠올려 지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네요. 무뚝뚝하던 형제자매가 달라 보이거나 길에서 힘든 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어쩌면 오래 기억할 것 같았지만 잊힌, 어릴 적 따스했던 기억을 찾아낸 이도 있을 테고요.

무엇이든 괜찮아요.
꺼내진 기억과 전하는 안부와 이야기는 당신의 진심이..
여전히 따뜻하다는 걸 보여주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냈고 회복이 더디긴 하지만
여기저기 피워진 온기 덕에 힘을 낼 수 있다는 걸
우린 알잖아요.

그림 이야기 하나 읽고 눈에 가득 눈물..
몇 페이지 읽고 또 눈에 가득 눈물..
곧 웃음이 났어요.
감동과 눈물이라는 궁합이
아직 제게 남아 있어 다행이지 싶은 웃음이요.

연그림, <우리에게는 온기가 있기에>
가족 추천 도서로 소개합니다.
아니.. 전 연령 추천 도서로 소개할게요.

바쁜 일상 잠시 쉬어가세요.
당신의 마음이 “참 좋다” 하실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나이쓰 -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서재다
김민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저기..”
호흡보다 심박수가 세 배는 빨라진 느낌이다.
내 여행에 함께 할 이를 찾았다.

참 오랜만에 정독이란 걸 했다. 책에는 절대 흔적(밑줄도 구김도 용납하지 않는)을 남기지 않는 오랜 습관을 이 책이 깨뜨렸다. 초록 색연필을 들었다. 표지와 같은 색이다. 물론 힘을 주어 진한 밑줄을 긋는 건 내겐 아직 어려운 일이니 알아볼 정도의 색을 남겼다. 그렇게 조금 더 의미를 두고 싶은 문장들을 수집하다 보니 다시 책 한 권이 나올 양이다. 이런 작가와 글쓰기 연습을 한다면 믿을 만하겠지? 이미 아쉬운 선택과 안타까운 결말을 경험했던지라 한 번 더 고민이 깊어졌다.

“저기..”라는 메시지로 말을 걸고 나니 일정한 호흡에 비해 심박수가 세 배는 빨라진 느낌이다. 문의만 했을 뿐인데 얼굴은 왜 붉어지는지.. 술이나 한잔 마셔야 사람을 사귈 정도의 용기가 생겼던 대학 시절, 지금 딱 그만큼의 기분이다. 맨정신으로 낯선 이에게 말을 걸다니. 것도 맘에 든 책의 작가에게 말이다. 없는 용기 중에 큰 용기를 냈다. 작가의 말투는 편안했다. 다행스럽다.

하루가 25시간이면 좋을 사람, 그러잖아도 바쁜 일상을 더 바쁘게 보내는 사람이 나만 있겠냐마는 티도 안 나는 살림은 하루 종일이다. 약속이나 한 듯 돌아가며 아픈 아이들은 내 손으로 살펴야 하고 매 끼니와 간식을 챙기며 남은 체력을 점검할 때쯤엔 내 수업을 해야 하니 아줌마의 일과는 하루가 꽉 차게 풍성하다. 가까스로 밤 10:30분이나 되어야 내 여행은 시작이다. 출발과 동시에 한두 문장 끄적이고 막혀 버리는 날엔 ‘아직 때가 아닌가 봐’라며 달도 안 보이는 깜깜한 밤만큼 우울함에 빠져 버리고, 작은 문단이라도 채우는 날에는 왜 이렇게 눈이 감기는지.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메모장에 끄적임이 늘어간다는 것으로 삼는 위안이다. 블로그에 몇 자 적기 위해 이전부터 해 오던 습관이지만 메모의 횟수가 늘었고 보이고 들리는 것들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하게 반응하게 되었다는 거다.

목적지를 향해 느리게 가는 내 여행은 빠르게 전진만 해야 하는 고속도로보다 시골길을 달리며 계절마다 감탄스러운 풍경에 눈도장 찍기를 선호하는 그런 맛을 내고 싶다. 그런 맛을 찾는 이들과 나눌 글이라면 좋겠다. 한 주에 한 번, 두세 주에 한 번 만나는 동행자지만 내가 지치지 않도록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이가 있어 조금 더 걸어 본다. 천천히.

.
.

**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서재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과 같은 목적지를 향할 수 있다는 것, 다툼없이 걷고 이야기하며 흔적들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여행을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대형 서점에 가도 작은 책방에 가도 누군가의 글쓰기를 돕겠다는 책이 차고 넘친다. 온라인상에서도 글쓰기 모임이나 강의는 셀 수도 없다. 개인적 안목에 차이가 있겠지만 김민 작가를 글쓰기 여행 동행자로 선택한 분명한 이유는 그의 글은 ‘진심’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책 한 권 내보겠다는 의지가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끄적이지 않으면 허망한 욕심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묻는 이가 있을 테다. 연필을 들고 한 번에 꼭지 하나씩을 쓰는 이라면 바로 출판사와 계약하면 될 일이지만 탄탄한 연습을 위한 시작점을 찍고 천천히 알아가는 글쓰기 연습을 출발하고 싶다면 김민 작가의 <오나이쓰>를 추천해 본다.

.
.

** 작가란 단어는 동사다

트레이닝 Step 1 연상되는 단어 쓰기부터 트레이닝 Step 81 글다듬기 퇴고까지. 글쓰기 연습의 실전에 대한 김민 작가의 길잡이 글과 트레이닝 팁, 그리고 실제로 연습해 볼 WT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안내서라 표현한 매 스텝의 시작 글은 글쓰기 연습에 막막한 이들에게 왜 이런 연습을 해야 하는지, 이런 소재도 글감이 될 수 있다는, 그러니 어서 시작해 보라는 동기 부여 글이라 보면 좋을 듯싶다. 무언가 알고 시작하는 연습은 쓰는 이에게 부담이 적을 테니까. 좁았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 그렇담 쓰는 이의 연습장이 풍성하게 채워질 테니까.

라이팅 트레이너의 조언을 읽고 스트레칭으로 워밍업! 그런 후에 WT를 실행하는 당신이라면 “작가란 단어는 동사다”라는 말을 곧 실감하게 될 테다.

이어서 트레이닝 Step 82부터 트레이닝 Step 92까지는 출판사에 투고하기부터 출간 계약서와 편집 과정까지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글쓰기란 것의 최종 목표가 출간이라면 분명히 체크하고 준비해야 할 것. 작가의 꼼꼼한 진심에 놀란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닝 Step 93은 작가의 편지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글을 쓰며 사는 이들에게 전하는 진심. 흔들릴 때마다 읽어도 좋을 만한..

.
.

근육량을 늘려보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배우면서 하는 운동이라야 변화가 빨리 찾아올 것 같아 1:1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내게 필요한 부위별 운동을 계획하고 시작하기 전에는 늘 워밍업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후에 기기 운동으로 순서를 잡았다.

메이크업 강의를 하다 보면 화장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들은 없다. 뷰티 트레이너를 찾아 클래스를 예약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 더 나은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노력이다.

작가가 꿈인 당신은 어떤가. 일기를 쓰거나 블로그를 작성하거나 각종 SNS에 반짝이는 메모를 남겨 두는 당신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렇다. 라이팅 트레이너다. 당신이 걷고 싶은 길을 위해 기꺼이 도움을 줄 책 여기. 라이팅 트레이너 김민 작가의 <오나이쓰!>

Step by Step!
오늘 나의 이야기를 쓰다

.
.

천천히 걷던 걸음이지만 실은 바쁜 일상에 잠시 멈춘 여행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언제라도 다시 출발할 수 있다는 믿음과
내 손이 닿는 곳에 라이팅 트레이너가 있다는 것.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내가 있는 이곳은
언제라도 나를 위한 서재가 될 테니까.

삶을 바꾸는 글쓰기의 힘.. 김민, <오나이쓰>

매 순간이 여행이 되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바바라 포어자머 지음, 박은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주한 등교 시간이 지나면 상대적 고요함.
플레이리스트에서 비올라 연주곡을 골라 볼륨을 높인다.
빈 곳 여기저기를 채우기엔 이만한 게 없지.

커피를 내리고 책을 꺼내 내 소파로 이동.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
매일 아침, 가슴을 누르는 코끼리의 무게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단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오늘 난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
알록달록 코끼리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다.
딸아이에게 어울렸는데 오늘은 내 차지다.

난 코끼리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이다. 다행스런 내 삶이 다행이다.

.
.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 바바러 포어자머 지음
📚 박은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언론사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촉망받는 기자 바바라 포어자머는 30여 년간 앓고 있는 우울증을 ‘코끼리’로 비유하며 우울과 무력함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고충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 129
‘우울한 상태’의 반대는 ‘삶을 느끼는 것’이다.

.
.

저자는 우울증을 겪으며 지낸 고충과 무력함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양이지만 우리도 알아두어야 할 기록인 듯 싶습니다. 저역시 잘못된 사고와 이해를 부끄럽게 여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감정의 급저하가 올 때 흔히 ‘우울하다’는 말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을 앓았던(앓고 있는) 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울증은 감정이 아니라 질병이라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 치료를 받습니다. 잘 지내다가 같은 곳이 아프면 또 병원에 갑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우울증 역시 같은 수순을 밟으면 되는 것인데 앓고 있는 이도, 바라 보는 이도 불편하게 여겼습니다.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인상 깊은 문장(우울증은 감정이 아니고 질병이란 문장)을 읽고 나니 한 소녀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느낀 후에 지체하지 않고 가족에게 알려 병원을 찾았던 소녀. 혼자가 아니란 사실은 우울증 환자에게 꽤 중요한 요소인 듯 싶습니다. 저자 역시 가족의 도움과 지지로 지금껏 버텼으니까요.

또 저자는 약에 대한 우려로 치료받기를 거부하지 았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누릴 수 있는 삶의 시공간은 넓어질테니까요. (실제로 저자는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아이까지 낳아 길렀습니다)

​
‘자신의 감정 하나 조절 못해서 저러고 있나’
‘지나가는 감정일 뿐인데 저렇게 빠져 지낼 게 뭐야’
‘그거 병 아냐. 네가 정신만 차리면 돼’

이런 판단과 말이 누군가의 치료를 늦추게 하진 않았을까요?

몇 해 동안 우리는 사회적으로 꽤 어려운 시기를 거쳤습니다. 내 감정에 대해 내 마음에 대해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고 해도 맞는 이야기가 될만큼이요.

무거웠던 마음, 잊고 싶은 기억, 아팠던 일들을 벽 뒤로 쌓아두지 마세요. 그것들은 미뤄 둔다고 사라지는 것들이 아니니까요. 얇게 세워진 벽은 언제라도 무너져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으니까요. 내 마음이 병이 들면 아픈 이는 나만이 아니니까요.

혹여나 지금 병적인 우울함이 당신을 휘감았다면 저자의 말을 빌려 전해봅니다. “일단 …….만 하고 나면.”이란 잘못된 믿음에 매달리는 대신(p. 56) 가끔은 푹 자고 일어나 혁명을 시작하시길요(p. 199) 그래서 당신의 삶을 제대로 느껴보시길요.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무기력, 우울, 공허함 속에서도
코끼리 녀석을 데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얼굴 ㅣ Dear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해 전, 지인에게 빌려 읽었던 <잃어버린 영혼> 인상적인 그림은 글이 전하지 않는 부분까지 많은 생각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전달해 주었어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나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크게 자극이 되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들렸어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와 볼로냐 라가치 수상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가 5년 만에 신작 <잃어버린 얼굴>로 돌아왔다는 거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8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고 해요. 그럴만한 이유는 현실과 닮은 허구의 세계, 허구의 세계지만 현실 같은 이야기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기 때문이 아닐까요.

 

얼굴을 잃어버린다는 황당한 설정도 이해할 만큼 글과 그림은 여전히, 또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엔딩이 다소 공포스럽긴 하지만ㅎㅎ 임팩트 있는 설정은 짧은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해요.

 

얼굴을 잊어버린다.. 면 어떨까요? 그것도 잘나가던 얼굴을요.

(재산을, 직업을, 건강을 잃으면 어떨까요....)

 

수많은 직업군과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 속에서 뚜렷한 사람은 존재감이 있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누구보다 더 또렷해지고 싶었을 테죠. 불법인 줄 알지만 전 재산을 지불해 새 얼굴을 살만큼이요.

(갖고 있던 걸 잃어버리는 경우는 많아요. 그럴 때마다 우리.. 무모하게 찾으려 행동한 적은 없었던 걸까요.)

 

결국 마주한 건 내 얼굴! 여기도 저기도.. 그리고 한 아가씨가 전하는 말, “곧 익숙해질 거야.”

(어느 날 문득,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낯설 때가 있지 않았던가요? 원했던 길이 아니라고 후회가 밀려오지 않던가요?)

 

팬더믹 시대를 지내며 우린 많은 것들을 잃었습니다. 정신적인, 물질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나의 가치, 나의 안정, 나의 얼굴을요. 당신의 ‘나’는 잘 있나요?

 

그림책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언제나 기대 그 이상인 듯싶어요. 특히나 <잃어버린 얼굴>은 서늘한 결론을 제외하면 아이들과도 충분히 독서 일지를 채울 수 있을 듯 싶구요.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들고 나눌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 읽기 전에 글을 제외하고 그림만으로 독후 활동을 진행해 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아이들도 어른이들도요.

.

.

저기 한 소년이 있습니다. 맑고 밝은 성격의 소년은 주위에 늘 친구가 많아요. 예의범절을 아는 모습은 부모의 자랑이 되기에 충분했고 주위의 사람들은 소년이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라 그럴 거라며 하나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여느 부모들이 걱정하는 사춘기에 소년도 접어들었구요. 유쾌했던 소년은 말수가 적어졌고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곤 합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고 가족들이 모인 식탁에서 넌지시 얘기해요. 또래 모임을 중히 여길 나이이니 소년의 부모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소년이 달라집니다. 흘리듯이 얘기했던 친구들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소년에게서 보입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들이 지날 때마다 소년은 낯선 아이가 되어갑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던 얼굴 대신 낯선 눈빛과 낯선 입술과 낯선 뒷모습만 보입니다.

 

<잃어버린 얼굴>은 여러 모양으로 생각할 수 있는 책이란 걸 아실 거예요. 긴 리뷰보다 한 줄 리뷰가 더 어울릴 것 같아 마무리하려는데 어느 사춘기 소년의 일화가 떠올랐어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본래의 모습을 잊어가는 소년이요.

 

가족들은 소년의 잃어버린 얼굴을 누구보다 찾고 싶어 해요. 소년을 붙잡고 울어도 봤어요. 소년을 앉혀 두고 꾸지람도 해봤어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답이 없어 보여요. 벽에 대고 말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가족은 소년 역시 그 마음 아래엔 돌아올 길을 찾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부디 <잃어버린 얼굴>의 '또렷한 사람'처럼 잘못된 방법을 찾지 않길 바라면서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