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등교 시간이 지나면 상대적 고요함.플레이리스트에서 비올라 연주곡을 골라 볼륨을 높인다.빈 곳 여기저기를 채우기엔 이만한 게 없지.커피를 내리고 책을 꺼내 내 소파로 이동.<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매일 아침, 가슴을 누르는 코끼리의 무게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단다.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오늘 난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알록달록 코끼리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다.딸아이에게 어울렸는데 오늘은 내 차지다.난 코끼리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다행이다. 다행스런 내 삶이 다행이다...<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바바러 포어자머 지음📚 박은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언론사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촉망받는 기자 바바라 포어자머는 30여 년간 앓고 있는 우울증을 ‘코끼리’로 비유하며 우울과 무력함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고충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129‘우울한 상태’의 반대는 ‘삶을 느끼는 것’이다...저자는 우울증을 겪으며 지낸 고충과 무력함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양이지만 우리도 알아두어야 할 기록인 듯 싶습니다. 저역시 잘못된 사고와 이해를 부끄럽게 여긴 시간이었습니다.우리는 감정의 급저하가 올 때 흔히 ‘우울하다’는 말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을 앓았던(앓고 있는) 이는 이렇게 말합니다.우울증은 감정이 아니라 질병이라고..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 치료를 받습니다. 잘 지내다가 같은 곳이 아프면 또 병원에 갑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우울증 역시 같은 수순을 밟으면 되는 것인데 앓고 있는 이도, 바라 보는 이도 불편하게 여겼습니다.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인상 깊은 문장(우울증은 감정이 아니고 질병이란 문장)을 읽고 나니 한 소녀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느낀 후에 지체하지 않고 가족에게 알려 병원을 찾았던 소녀. 혼자가 아니란 사실은 우울증 환자에게 꽤 중요한 요소인 듯 싶습니다. 저자 역시 가족의 도움과 지지로 지금껏 버텼으니까요.또 저자는 약에 대한 우려로 치료받기를 거부하지 았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누릴 수 있는 삶의 시공간은 넓어질테니까요. (실제로 저자는 결혼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아이까지 낳아 길렀습니다)‘자신의 감정 하나 조절 못해서 저러고 있나’‘지나가는 감정일 뿐인데 저렇게 빠져 지낼 게 뭐야’‘그거 병 아냐. 네가 정신만 차리면 돼’이런 판단과 말이 누군가의 치료를 늦추게 하진 않았을까요?몇 해 동안 우리는 사회적으로 꽤 어려운 시기를 거쳤습니다. 내 감정에 대해 내 마음에 대해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고 해도 맞는 이야기가 될만큼이요.무거웠던 마음, 잊고 싶은 기억, 아팠던 일들을 벽 뒤로 쌓아두지 마세요. 그것들은 미뤄 둔다고 사라지는 것들이 아니니까요. 얇게 세워진 벽은 언제라도 무너져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으니까요. 내 마음이 병이 들면 아픈 이는 나만이 아니니까요.혹여나 지금 병적인 우울함이 당신을 휘감았다면 저자의 말을 빌려 전해봅니다. “일단 …….만 하고 나면.”이란 잘못된 믿음에 매달리는 대신(p. 56) 가끔은 푹 자고 일어나 혁명을 시작하시길요(p. 199) 그래서 당신의 삶을 제대로 느껴보시길요.[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무기력, 우울, 공허함 속에서도 코끼리 녀석을 데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