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얼굴 ㅣ Dear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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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지인에게 빌려 읽었던 <잃어버린 영혼> 인상적인 그림은 글이 전하지 않는 부분까지 많은 생각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전달해 주었어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나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크게 자극이 되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들렸어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와 볼로냐 라가치 수상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가 5년 만에 신작 <잃어버린 얼굴>로 돌아왔다는 거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8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고 해요. 그럴만한 이유는 현실과 닮은 허구의 세계, 허구의 세계지만 현실 같은 이야기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기 때문이 아닐까요.

 

얼굴을 잃어버린다는 황당한 설정도 이해할 만큼 글과 그림은 여전히, 또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엔딩이 다소 공포스럽긴 하지만ㅎㅎ 임팩트 있는 설정은 짧은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해요.

 

얼굴을 잊어버린다.. 면 어떨까요? 그것도 잘나가던 얼굴을요.

(재산을, 직업을, 건강을 잃으면 어떨까요....)

 

수많은 직업군과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 속에서 뚜렷한 사람은 존재감이 있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누구보다 더 또렷해지고 싶었을 테죠. 불법인 줄 알지만 전 재산을 지불해 새 얼굴을 살만큼이요.

(갖고 있던 걸 잃어버리는 경우는 많아요. 그럴 때마다 우리.. 무모하게 찾으려 행동한 적은 없었던 걸까요.)

 

결국 마주한 건 내 얼굴! 여기도 저기도.. 그리고 한 아가씨가 전하는 말, “곧 익숙해질 거야.”

(어느 날 문득,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낯설 때가 있지 않았던가요? 원했던 길이 아니라고 후회가 밀려오지 않던가요?)

 

팬더믹 시대를 지내며 우린 많은 것들을 잃었습니다. 정신적인, 물질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나의 가치, 나의 안정, 나의 얼굴을요. 당신의 ‘나’는 잘 있나요?

 

그림책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언제나 기대 그 이상인 듯싶어요. 특히나 <잃어버린 얼굴>은 서늘한 결론을 제외하면 아이들과도 충분히 독서 일지를 채울 수 있을 듯 싶구요.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들고 나눌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 읽기 전에 글을 제외하고 그림만으로 독후 활동을 진행해 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아이들도 어른이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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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한 소년이 있습니다. 맑고 밝은 성격의 소년은 주위에 늘 친구가 많아요. 예의범절을 아는 모습은 부모의 자랑이 되기에 충분했고 주위의 사람들은 소년이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라 그럴 거라며 하나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여느 부모들이 걱정하는 사춘기에 소년도 접어들었구요. 유쾌했던 소년은 말수가 적어졌고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곤 합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고 가족들이 모인 식탁에서 넌지시 얘기해요. 또래 모임을 중히 여길 나이이니 소년의 부모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소년이 달라집니다. 흘리듯이 얘기했던 친구들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소년에게서 보입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들이 지날 때마다 소년은 낯선 아이가 되어갑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던 얼굴 대신 낯선 눈빛과 낯선 입술과 낯선 뒷모습만 보입니다.

 

<잃어버린 얼굴>은 여러 모양으로 생각할 수 있는 책이란 걸 아실 거예요. 긴 리뷰보다 한 줄 리뷰가 더 어울릴 것 같아 마무리하려는데 어느 사춘기 소년의 일화가 떠올랐어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본래의 모습을 잊어가는 소년이요.

 

가족들은 소년의 잃어버린 얼굴을 누구보다 찾고 싶어 해요. 소년을 붙잡고 울어도 봤어요. 소년을 앉혀 두고 꾸지람도 해봤어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답이 없어 보여요. 벽에 대고 말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가족은 소년 역시 그 마음 아래엔 돌아올 길을 찾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부디 <잃어버린 얼굴>의 '또렷한 사람'처럼 잘못된 방법을 찾지 않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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