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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표지에 있는 덥수룩한 수염에 강한 눈빛의 남자가 뭔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조금 섬뜩했고, 두꺼운 두께에 놀랐다. 하지만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흡인력 있는 소설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어지는 사건들은 마치 내 숨통을 조여오는 것처럼 긴박하고 처절하다. 주인공을 따라 허덕이며 마지막까지 왔을 때는, 정말 이젠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토비라는 한물 간 연극배우가 등장한다. 그에겐 사랑하는 아내 제니가 있다. 아니 지금은 옆에 없지만 아직 이혼 수속이 끝나지 않은 제니가 다른 곳에 살고 있다. 그들에겐 피터라는 아이가 있었지만 세상의 빛을 본지 4년 6개월 만에 하늘 나라로 가버렸다. 그때부터 그들은 서로를 탓하며 결국엔 함께 살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가끔은 모든 일이 그렇게 꼬여 풀 수 없는 매듭이 되어 버리고 만다. 제니에겐 이미 로저라는 남자가 있고, 그들은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토비는 그저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 하며 퇴물이 된 자신의 배우 인생을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사건의 발생은 토비가 아내가 살고 있는 '브라이턴'에 순회 공연을 가면서 시작된다. 그저 아내가 사는 곳이라 반가웠을 뿐인데, 아내가 의논할 일이 있어 그를 불러내고, 아내의 주위를 맴도는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내도 돕고, 아내도 보고, 아내의 마음도 돌리고! 일석삼조라 생각한 그는 적극 아내를 돕기로 한다. 하지만 그 사내와 로저와 얽힌 사연들이 토니의 삶까지 파고 들어와 그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공연에 빠지게 되고,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빠져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 토비. 끊임없이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이별을 선택할 것인가. 죽음인가, 삶인가 하는 거창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물건들까지도 무수히 많은 선택들을 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들이 쌓여가면서 우리들의 일부를 만들어 나간다. 그 선택들이 자신의 가치이고, 자신의 존재로 증명되는 것이다. 토비는 아내를 사랑한 순간부터 자신이 궁지에 몰린 막바지까지 단 한 순간도 하나의 가치를 놓지 않았다. 바로 '사랑'이라는 자신이 가진 가치였다. 그래서 모든 선택은 그 사랑이 중심이 되어 돌아갔다.

 

 

제목이 '끝까지 연기하라'라는 점도 있었고, 주인공이 토비가 연극배우라는 점에서 나는 몇 장 읽지 않았을 때, 이 책의 내용이 어떠한 순간에도 연극배우임을 잊지 않는, 연기에 대한 애착이 강한 한 남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연극을 하여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었다. 하지만 몇 장 지나지 않아, 그는 이상한 예감에 휩싸여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 약속 때문에 공연에 막무가내로 빠진다. 연극 공연에 대한 어떤 사명감은 없어보여서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제목이 말하는 '연기'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것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기를 의미했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끝까지 연기하는 것. 비단 토비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오가며, 비리와 배반이 오가면서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다른 캐릭터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의 무대에서 자신이 가진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때론 긴박하게, 때론 전전긍긍하며 우리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던 이 소설의 메시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 마지막은 어떤 긍정의 흔적을 남기고 끝이 나서 기분좋은 여운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 또한 내게 주어진 삶의 무대에서 끝까지 연기하는 존재가 되리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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