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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중에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있다. 거기서 나오는 주인공들 중 좋은 책을 만드는 멋진 출판사를 꾸려나가는 것이 꿈인 '한정원'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그녀는 좋은 집안에서 좋은 부모 밑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다 누린다. 하지만 그 드라마에서 중요한 사실은 그녀가 가난한 집 딸이었는데,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뀌었다는 사실.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연 그녀의 그 밝음과 삶을 긍정하는 성격은 상황이 바뀐 뒤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내가 그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정원이라는 여자가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것들을 발견하는, 그래서 그걸 믿고 나아가는 힘과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시궁창 같은 삶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그러한 가운데 자신을 합리화 시키며 과연 선(善)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곤 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선이라는 것이 악에 맞대응하여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은 언제나 고개를 가로 젓는 것으로 끝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희망 없어보이는 세상 속에서 책과 드라마 같은 예술 분야는 우리에게 언제나 '선'은 이겨야만 하고, 결국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우리에게 단언해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러니 꼭 그 믿음을 버리지 말라고 말이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나는 일본의 전래동화 내용을 알지 못했기에 어떤 내용일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전래동화 내용을 찾아 읽어보고 이 제목만큼 이 내용에 적합한 제목은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교활한 원숭이가 착한 게를 속여서 게의 재산을 갈취한 후에 게를 죽여버리고, 이에 증오심에 가득 찬 게의 새끼들이 계략을 꾸며 원숭이를 죽여 복수한다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마지마 미쓰키는 6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남편이 일하고 있다는 신주쿠 가부키초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가사키 외딴 섬에서 호스티스로 일하고 있던 미쓰키는 연락이 되지 않는 남편 도모키를 만나러 무작정 그곳으로 갔지만 남편은 없고, 남편의 친구인 준페이를 만나게 된다. 준페이는 얼마 전 일어났던 뺑소니 사건의 범인을 두 눈으로 확인한 까닭으로 자수한 사람이 자신이 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 사건에 연루되고, 도모키와 함께 그 사건에 발을 담그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진짜 범인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나토임을 알게 되고, 그를 협박하여 돈을 얻어낼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엉뚱하게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치와는 무관한 소시민인 그들에게 나타난 거대한 정치세력. 미나토가 죽인 사람은 집안의 원수인 '에노모토 요스케'였고, 그가 죽기 전에 가지고 있던 중요한 서류가 정치계에 비리가 잔뜩 담긴 거라 그것을 찾는데 혈안이 된 사람들과 맞서 거대한 거래를 하듯 준페이는 뜻밖에 국회의원 준비를 하게 된다.  고작 술집에서 일하던 한 남성이 자신의 고향에 내려가 사람들을 모아 문화적인 페스티벌을 열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강력한 국회의원 후보를 몰아내어 결국엔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쾌거를 거머쥔다. 물론 그 과정에 있어서는 음모도 있었고, 그를 도와주려는 야쿠자 세력의 피해도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승리는 '선'하고 '약한' 자에 대한 보상 심리를 안겨주듯 후련하고 통쾌한 면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요시다 슈이치가 말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의 한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한 사람은 선한 사람을 알아보듯이 거대한 힘이나 권력은 없지만 그들이 가진 에너지와 힘을 뿜어내며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 진심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주 작은 나비의 몸짓이었을지 모르나 결국 그 결과는 거대했고 엄청났다.

 

미나토 게이지의 비서였던 소노 유코는 평생 멋진 정치가를 키워 내는 것이 꿈이었는데 준페이를 통해 그 꿈을 실현하고, 어디서나 리더십을 발휘하며 문화적,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준페이는 국회의원에 당선됨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또한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신주쿠의 거리를 헤매던 마지마 미쓰키는 자신의 가게를 차리게 되고, 호스티스에 대한 별다른 재주가 없어보였던 도모키는 매니저로서의 삶의 도약기를 펼쳐낸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듯, 있는 듯 없는 듯 여겨졌던 각자의 존재감이 그들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누구도 그 시작은 미미했을 것이다.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나중이 결정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리는 사람들의 위력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또한 이 책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약자의 편에 서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선'이라는 것이 승리하고야 만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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