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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열세창고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지음ㅣ이윤기 옮김 ㅣ열린책들 펴냄
움베르토 에코. 20세기 최고의 석학.
그의 학문적 꼬리표만 해도 몇가지가 붙는지, 나열해 보자면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책도 출간하고 강의도 하고, 에코님이 언어에 능통했다고 들은 바는 있는데 이것도 나열해보니 모국어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몇 개국어에 통달한 언어의 달인인지 모르겠다.
움베르토 에코가 이런 준비된 지식으로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완성한 지적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을 단 며칠만에 읽어내고 끝내기엔 나의 책읽기 자세가 볼성실하기 그지없다. 내용의 방대함은 물론이거니와 이 책 안에 거론된 실제 인물들을 엮은 스토리는 팩트와 픽션이 혼합된 <팩션>의 장르라 할 수 있다.
방대함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음은 우선 이 책을 읽어내려면 다방면에 걸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인용된 학문만 짚어봐도 아리스토텔래스의 논리학과 시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 에코의 인류학적 지식과 기호학 이론 등등......고전 문학의 아름다움과 놀라운 통찰력을 피력해 주는 책들은 다 모였다. 그래서 이미 배경지식에 해박한 독자들은 <장미의 이름>이 에 숨겨진 알짜배기 코드를 짜릿하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고, 아직 그 어느 배경지식에도 미치지 못한 독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에코가 찝어주는 저서나 인물들을 찾아가며 읽는다면 빈틈없이 짜여진 완벽한 스토리 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장미의 이름>은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아주 오래전 기억이 남아있는 탓인지 숀 코네리의 연기가 오버랩된다.
1327년, 영국 수도사 바스커빌의 윌리엄은 그의 수행사 아드소와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도착하면서 소설의 은밀한 첫 페이지가 열린다. 수도원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고 이것을 해결하러 윌리엄이 급파되었으나 그가 온 이후로 이 사건은 '연쇄살인사건' 으로 변질된다. 중요한 건 이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들이 성경 <요한 계시록>에 예언된 말씀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이 의문의 사건들은 매우 끔찍하고 두렵다. 특히 차례대로 발생하는 수도사들의 죽음 가운데 윌리엄과 호르헤의 종교적으로 대립하는 첨예한 논쟁이나 아드소에게 설파하는 윌리엄의 해박한 논리들이 에코의 사상에서 흘러든 것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의문의 죽음이 연이어 일어나는 때, 윌리엄이 의심의 눈초리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은 바로 장서관이다. 그리고 살인 사건들이 가리키는 열쇠는 한 권의 책으로 향하는데......
<장미의 이름> 상권의 첫 장부터 읽다보면 지식이 막히는 사상적 논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특히, 웃음에 대한 호르헤와 윌리엄 수도사간의 논쟁은 놀라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 2권이 존재한다는 명제 아래 인간의 이성과 카톨릭 교부철학의 불꽃튀기는 대립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성경 외적인 것은 모조리 이단으로 간주하여 처단하는 교황과 교회 카톨릭의 횡포는 후에 등장하는 다양한 철학 사조의 틀을 오랫동안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카톨릭 교리만 신봉하던 세상에서 자행되었던 참혹하고 공포스러운 학살과 고문은 반대파들의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강한 신념을 부채질하게 됐다.
하권에서 이어지는 윌리엄 수도사와 아드소의 맹활약을 기대해보며 어떤 논점들이 수도원 곳곳에서 부각될지 계속되는 지적 스릴러 추리를 따라가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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