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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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을 읽기 전에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사전조사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펜에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시대적 영향 아래에 삶, 죽음, 그리고 사랑이 물들어 갔는지 연결지어 이해할 수 있다면 작품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폭넓고 깊게 음미할 수 있게 된다.

오래 전에는 아버지와 아들이란 제목으로 필독도서 중 한 권으로 접했었다는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엔 전반적으로 책 난이도가 높아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들의 갈등이 막연해 와 닿지 않았고, 사랑도 이상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아버지의 마음도 보이고 자식의 마음도 보인다.

이반이 이 작품을 완성했던 시기 역시 1862년 그의 나이 44세였다. 그이 평생 역작인 아버지와 자식에서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세대 갈등과 대립이 소설의 큰 틀을 이룬다. 
잠깐 줄거릴 보자면 평민이었고, 소지주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들 바자로프는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가기 전 절친 아르카지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다. 바자로프는 낡은 관습이나 그 어떤 도덕적 규율들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고 오직 과학만을 신봉하는 니힐리스트다.

바자로프는 친구 아르카지의 집에 기거하는 동안 그의 아버지 니콜라이와 오래되고 낡은 귀족적 격식과 규례를 중요시하는 그의 형인 파벨과 대립각을 세우고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얼마 후 아르카지와 바자로프는 함께 아르카지의 친척 집에 머물게 되고, 오진초바라는 연상의 여인을 방문하게 된다. 낭만주의를 철저히 배제하기로 여성에게 냉소적이던 바자로프는 오진초바에게 순식간에 빨려들고 그녀 또한 바자로프에게 동요되고 흔들린다. 그러나 그 둘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책에서 확인해 보는 것으로 미루고......

바자로프는 복잡한 몇 사건들을 거쳐 아르카지의 어린 새 어머니, 페니치카에게 마음이 끌려 키스하게 된다. 하필 이 순간을 파벨이 봐버렸고, 맘 속으로 그녀를 연모하고 있던 파벨은 바자로프에게 결투를 신청하게 된다. 결투는 바자로프의 승리로......

작품의 배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1859년의 러시아. 농노제와 전제정치의 경종을 울리는 시기이기도 했기에 러시아 개혁을 두고 세대와 계층 간의 갈등이 아주 치열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1840년대 귀족 출신, 관념과 이상의 세대였던 아버지들과 1860년대 평민 출신 급진적 혁명 세대 아들들의 사상과 정치적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버지 세대들은 뼛속까지 귀족의식에 사로잡힌 낭만주의자들이었고, 예술적 가치를 존중했다. 그와는 반대로 아들들은 예술을 불신하고 어떤 체제나 사상이든지 간에 모조리 반대하고 부정했다.
소설 속에선 이런 바자로프를 두고 니힐리스트라 했다.

- 니힐리스트(nihilist)
니힐리스트(nihilist)는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이다. 기존의 질서와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고 과학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들만 인정했다. 라틴어로 Nihil은 ‘무無’의 의미로 니힐리즘은 본래 완전한 ‘부정’을 뜻하는 말이었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아들들과 세상적으로 결별할 수 밖에 없다. 세대차이라고 해야 할까. 다른 역사적 사건들과 경제적 노동, 이데올로기적 불협화음을 겪으며 고집불통들처럼 서로를 등지는 날들이 다가온다. 그리고 다시 아들들은 아버지들이 될 터이고, 시대는 그만큼 시간을 잡아먹는다. 이런 반복은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며, 그러는 동안 세대는 또 변할 것이다. 더 혁명적이고, 더 민주적이고, 더 저돌적으로 나아갈 터이다. 

관념과 이상의 보수 성향인 아버지 세대, 그리고 혁명과 부정의 진보 성향인 아들 세대의 대립을 세세하게 묘사하면서 현재 똑같은 갈등들로 동시대적 고민을 안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 죽음, 그리고 사랑은 어떠해야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 우리는 우리 스스로 유익하다고 인정한 것을 위해 행동합니다.
- 오늘날에는 부정이 무엇보다 유익합니다.
- 그래서 우리가 부정하는 것이고요.
- 모든 것을?
- 모든 것을요.
-91쪽

니힐리스트라고, 젊은 세대들의 모든 것을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낭만주의적 기조는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엔 드러나게 되어 있다. 삶, 죽음, 그리고 사랑......
세대 간의 갈등은 반복된다. 그러므로 스스로 파고들어 공부해야만 이 변곡점들마다 겪게될 진보적이고 보수적이고 때론 낭만주의적인 모든 세태가 유연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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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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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소머스가 죽었다.
마티아스를 처음 사랑했던 그녀는 그녀가 살아온 세상 속에서 사랑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마티아스가 살고 있는 세상에선 어떤 의미였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와도 같았다. 
아이를 임신하고 마티아스로부터 거절 당한 후, 세베로의 보살핌 속에 아이의 태교에 힘쓰던 그녀는...
사실, 린의 아빠 타오 치엔의 넓은 아량과 딸에 대한 배려와 극진한 내리 사랑에 너무 감동 받았다.
그리고 엄마 엘리사 소머스의 강인함과 자신과 똑같은 인생의 대물림을 전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심장의 소리는 곧 태어날 아우로라, 리밍의 미래가 어떨지 예측하게 하는 축복처럼 들리기도 했다.

전쟁은 지속되었고, 세베로는 혼인신고를 마쳤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니베로는 아직 편지만 받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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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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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와 타오 치엔의 아름답고 슬픈 만남에 시대의 날선 인종 가르기가 삶의 부종을 만들었음이 마음 아프다. 미국 시민권을 얻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웠고, 결혼조차 합법으로 허가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럭키와 린은 엘리사와 타오 치엔의 자녀들이지만 혼인신고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라 아이들의 출생신고 역시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었다. 그들은 타오 치엔의 사생아로 올라가 있게 된다.

타오 치엔은 평생을 중국인 배척 조례와 그 밖의 캘리포니아의 모든 불평등한 법들을 타파하는데 혼신을 다했다.
그런데 린과 럭키의 삶은 부모가 소원하는 방향대로 달려가지 않았다.
혈통에서 벗어난 혼혈인들의 비애가 때론 유리하게 때론 불리하게 적용되며 반반씩 걸쳐 살아가야 하는삶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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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자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4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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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합니다.
바보처럼, 미친듯이......

바자로프는 오진초바에게 뭔가에 홀리듯이 단박에 사랑에 빠진 니힐리스트가 됐다. 무늬만 니힐리스트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내면이 보여주듯 그는 지금 적의를 닮은, 어쩌면 적의와 흡사한 정렬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
오진초바와 바자로프가 말하는 사랑의 밀담은 무엇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은게 무엇이길 사랑이란 감정에 매이는걸까.
러시아 문학에서 자주 나오는 사랑이 내게는 낯설고 어렵다. 모든 조건을 초월해 자유로이 나누는 당당한 표현들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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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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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맨들은 현대의 젊은 후계자들에 대한 사고방식과 태도에 분노를 터뜨린다. 이도저도 아닌듯 모든 것에 관심없어 보이는 그들의 태도와 부질없다고 단정해 버리는 옛것에 대한 무례한 손절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달았다.

니힐리스트 바자로프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가치관의 변화를 시인한다.
젊음이란...
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실험적인 그들의 신세대적 우월함을 젊음으로 포괄하기엔 부족하다.
귀족 기질의 흔적이 올드맨들보다 적다는 게 바로 그 우월함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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