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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다시 읽은 인간실격이 이런 이야기였었나 싶어 내겐 강렬하게 다가왔다.
-인간을 향한 저의 마지막 구애...- 라는 표현으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낸다.
요조의 사진 세 장이 클리셰가 되었다.
분명 같은 얼굴을 가진 한 사람임에도 그의 얼굴은 인생이 다 다르다. 무엇이 그를 세상과 분리되어 무섭고 두려운 떨림으로 광대짓을 하게 만들었을까.
어쩌면 스스로가 자신을 가두고 세상을 멀리했을지도 모른다.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성적 수치심의 경험들이 그의 이중적 행동양식을 굳게 했을지도 모른다. 병약하고 심약했던 그의 선천적 기질 자체가 그를 묶어두고 있기도 하다.
그는 오히려 서로 속이고 있으면서도 하루하루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거나 살아갈 자신이 있어 보이는 인간들이 난해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는 탓은 그들이 오히려 끝내 그럴 수 있는 요령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핀잔한다. 이 모든걸 그는 고독이라 칭하고 그걸 신뢰하는 모든 사람들과 불안하고 떨리는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
그리고 그 끝은 자살이라는 파멸의 종착지로 그를 이끈다.
술, 약, 담배, 매춘부, 그리고 자살...... 자살이 있다.
요조와 동반 자살을 선택한 여자는 혼자 죽었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그녀는 달랑 동전 세 개 뿐인 그의 주머니 사정에 모욕을 줬고, 부잣집 도련님 부류 경계에서 정체성을 잃어가던 그에게 스스로 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요조는 나약한 의지가 죽음의 고리를 계속 연결 지어가듯 지속적인 불안감에 휩싸이다 여자들 등골을 빼먹는 듯 기생하는 삶을 이어 살다 정신 병동으로 끌려간다.
그러다 그는 도대체 세상이 뭔지 의구심을 품는다.
인간의 무엇일까.
그의 고민은 세상과 인간을 구분 짓지 못하는 실체없는 상실에까지 미친다.
세상이란 엄하고, 강하고 두려운 그 무엇이라 여기며 의구심도 극구 부정하며 버티는 그에게, 호리키는 세상이 요조 너를 더 이상 용납 하지 않을거라 말한다. 세상은 인간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니 그는 거대 괴물이 타인에게 잠들어 있기 내 안에 있기도 하겠구나 싶어 더 이상 관계에 대한 신뢰는 믿음이 없어졌고, 그러다보니 신뢰심은 곧 죄로 이어지는 무거운 연결 고리에 자신을 질책하고 만다. 사람들을 세상이라 믿고 굽어 살피던 그의 광대짓 불행이 자신을 결국 죄인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인간, 실격.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진리 하나가 세상에 통하는 유일한 단서임을 깨달은 그는 스물일곱 살의 나이에 머리가 하얗게 새버린 마흔의 얼굴을 주검처럼 달고 사는 인간 아닌 인간이 되어 버렸다.그의 고뇌와 고통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버거웠을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 그때는 있었는지도 몰랐고, 지금은 있다.
나에게 세상은 무엇일까. 역시 마주하기 어렵고, 나아가기 두려운 이 시대에 인간이 될 수 없다면, 나도 그저 지나가길 바라며 광대짓을 하염없이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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