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 (올컬러 에디션) - 세상을 다르게 보는 니체의 인생수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송동윤 엮음, 강동호 그림 / 스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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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북적북적
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 송동윤 (옮김) | 강동호 (그림) | 스타북스 (펴냄)


니체의 책은 언제 다시 곱씹어도 늘 날 것처럼 들리기에 자꾸 곁에 두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니체의 말들이 쉽다는 게 아니다. 정말 어렵다. 그리고 대꾸하려면 짜증이 날 정도도 반박하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항상 건져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있다. 나의 마음이 단단해 지는 뒷통수 맞는 처방전말이다. 
삶의 한가운데 관계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 자비와 동정이 허무주의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말해 주니 얼마나 어깨가 가벼워지던지 말이다. 인생을 계절과 비유하여 여름을 20대로 생각해본다. 열정과 지루함이 공존하는 그 시기에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 30대는 인생의 봄이라니......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닌 아침 저녁으로 온도차가 큰 불안정의 대기권. 그 이름이 30대다. 높고 푸르게 정지된 가을은 40대고, 니체는 그 다음의 겨울은 정의내리지 않았다. 40데 이후로는 다 겨울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뜨겁게 사랑하고 열정으로 일하고, 미친듯이 올라서길 갈망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인간적으로 너무나 인간적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면 그 후로는 다 겨울인가보다. 생명을 품는 것도 겨울이고 생명을 죽이는 것도 겨울이다 생명을 죽음과 함께 쥐고 사는 인생. 이것이 진정한 겨울인 듯 느껴지는 걸 보니 어느새 나는 니체를 중반쯤 읽고 있었다. 

영화감독인 송동윤 필자가 픽한 니체의 뼈대 있는 문장들을 강동호 작가님의 삽화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젊은 패기에 넘어져 봤던 수많은 절름발이들은 니체를 중심으로 모인다. 신이 해결해 줄 수 없었던 작가의 근원적 물음을 니체는 해결해 준 것이다. 도덕적이고 실천적인 것들의 롤모델은 신이 아니라 인간의 역동적 관찰과 치열한 토론이었다. 그것들이 유익한 지혜를 맛보게 했고, 지혜는 우리에게 체계적인 사고의 유희를 알게 했다.
길고 촘촘한 지식의 대결이 아닌 짧고 가벼운 예술의 광기가 더 중요했던 니체의 삶은 그래서, 강약조절이 절실한 삶의 현장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험하며 우리에게 대안을 늘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있게 사랑하라는 니체의 중심 사상에 동감하고 공감하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이 현실이고 이 현실은 언제나 과거와 미래를 대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하지 않고선 모든 시간과 공간을 보듬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청춘은 언제나 괜찮을 것이고, 타인을 긍정할 것이며,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즐길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무엇보다 용기를 내세운 초인의 삶을 높이 사고, 그렇게 되어 가기를 몸소 보여주며 지금도 여전히 그 길로 우리를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장황한 말들이 없다.
니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 순간이 우리에게 닿으면 격하게 가슴이 뛰도록 만들었다. 찰나에 질문과 답을 모두 한 폭에 담는 그는 진정한 예술가의 광기를 지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40대의 어느 날, 왜~!!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힐 때,
니체는 '인간이라 원래 그래~'라고  정리해 버린다. 인간이라서 다른 동물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운명에 반항하고, 미래에 도전하는 습성을 타고 났다고 말이다. 그러니 인간은 자기 실험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이고, 연적이 없으니 만족할 수 없을 만큼 허무할 것이고, 끓어오르는 욕망과 주체할 수 없는 야욕이 뒤범벅 되어 늘 고뇌할 수밖에 없도록 지어진 것이 인간인 것이다.
그런 인간이 살다가 40대를 넘어섰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날, 다시 보는 니체는 내게 또 다른 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좋은 그림과 니체의 단상, 그리고 작가의 세월이 녹아져 있는 깊은 사색의 공간에서 흠뻑 빠져 지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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