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
노재승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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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운문편

어렵기도 어려웠지만, 밑줄 긋고 그 숨은 뜻과 의미를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열심히 주입하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뿐인가, 나름 창의적으로 파악한답시고 덤벼들었다가 포기하고 그냥 달달 외웠던 그 고전 시가들. 
상징적 이미지를 들추어 내며 당대의 시대 배경과 서민들의 삶을 연결 짓는 사회 문화적 정서와 사건들을 파악하던 그 수업들이 지금은 아련하기만 하다. 사실 어쩌다 한번씩 기회가 닿을 때 서점에서 수능 국어 영역 기출 문제들을 들여다 보면 이게 고등학생들의 사고 수준이란 말인가... 싶어 입이 떡 벌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는 현직 국어 선생님인 노재승 작가가 5년이란 긴 시간에 정성을 쏟아 글과 그림을 그려 완성한 책이다. 만화라는 장르의 특징은 한 컷의 그림 당 이야기 주머니 안에 길지 않게 말글이 오고 가야만 한다. 그런 짜임까지 고려해서 스토리를 구성하고 단어를 고르고 골라 구성을 맞추고 전체적 맥락과 구조까지 파악해야 하니 정말 까다로운 글쓰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운문을 표현하기에 만화보다 더 깔맞춤인 장르도 없겠다 싶다.

구지가와 공무도하가를 너무나 좋아했던 나는 첫 장부터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한 챕터 당 한 편 씩 소개해 주고 있는 필수 코스의 대표 고전 운문을 선별할 때에도 고민을 무지하게 했을 저자의 수고로움이 보였다. 거기에 스토리까지 입혀서 좀비들을 무찔러야 하는 좀비킬러 히어로의 액션 무비 신들을 녹여내었다. 각 운문의 특징을 잘 파악하면서 우리가 알기 쉽고 내용을 재미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음을 느낄 수 있다.

공무도하가를 읽으며 물이 주는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낭군을 속수무책 바라보다 허무하게 그 뒤를 밟는 여인네를......
그 둘을 물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오는 뱃사공. 그는 자신이 물에서 본 것을 여인에게 몽땅 이야기하고 그 여인은 음률을 타고 그 물이 삼킨 광경을 악기로 연주하며 노래를 한다.
이것이 공무도하가였다.
물은 사랑이자 죽음인 것을 그때는 알고 지금은 느낀다.
이런 시공간 차이를 <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를 통해 배우고 또 다시 깨닫는다.
새삼 다시 보는 고전들이 지금 더 많이 삶에 녹아내리는 이유는 내가 성장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더 간절해졌기 때문일까.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는 고전 운문의 맛을 노재승 선생님 덕분에 감칠 맛나게 먹어버린 것 같다.

어떤 상황이 와도 국어 수업을 하고야 마는 할아버지의 억척스러운 사명 앞에 현대 운문편도 내놓아 주십사 제의를 지내고 싶어진다. 주인공인 박삼술 할아버지의 안경 너머 느껴지는 지긋한 삶에 대한 통찰도 결국 공부를 더해 알아진 인간사였지 않았을까. 
공부하는 그 누구라도 고전 시가들을 맛봐야 한다면 이 책을 입문서로 꼭 추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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