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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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 꼭대기 설원에서 보이는 것은 내 발자국 뿐이고,
들리는 것은 바람 일렁이는 내 숨소리 뿐이고......

오겡끼데스까......
잊을 수 없는 그녀의 안부는 그때와 지금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의미도 다르다......
이런 사랑...... 시대를 거친 그리운 사람의 안부를 묻는 정서가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는 이런 사랑은 오래간만에 만났다. 후지이 이츠키의 죽음 이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히로코를 중심으로 이제는 산에서 산 사람으로 묻힐 수 있도록 놓아줄 영혼으로 남아있다.
그는 히로코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갈 즈음, 돌연 떠나버렸고, 히로코는 그 빈자리를 어찌할 줄 몰라 아직도 그의 옛 그림자 속에 갇혀 사는 중이다.
그렇게 그가 남긴 긴 사랑의 여운을 따라 그의 어린 시절 속으로 성큼 다가선 히로코는 그의 졸업 앨범에 남겨진 옛집 주소로 돌아오지 않을 일반 편지를 보내본다. 
그런데 우연히 후지이 이츠키의 답장을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러브레터의 순수했던 사랑은 시작된다. 답장을 써 준 이츠키는 물론 히로코의 남자는 아니다.
또 다른 이츠키는 다음아닌 동명이인이었던 그의 중학교 동창생이다.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어린 시절의 이츠키 추억몰이는 듬성듬성 심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히로코의 가슴 속에 휘몰아치는 질투와 증오와 서운한 감정으로 변질되어 간다.
예전에 알았던 러브레터는 이츠키의 사랑이 히로코에 닿아 히로코가 모든 순간들을 포용했구나 싶어 흘렸던 눈물이었다면 다시 본 러브레터는 덤덤하게 이츠키의 사랑을 읊어주는 히로코의 진짜 안부였다.

당신은 잘 지내고 있나요?
라는 물음은 두 남녀 이츠키를 맞닿게 이어주는 히로코의 메시지라는 게 너무 슬펐다. 사랑을 잃고 다시 보는 러브레터는 반전에 반전이 숨어 있는 사랑과 애증의 양날이었다.
......
그런데 그것은 정말 그의 이름이었을까요?
온마음인 줄 알았던 이츠키의 히로코를 향했던 순수한 마음 마저도 의심하게 만들었던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첫사랑이 소설을 읽는 내내 끊어지는 끝을 예견하게 만든다. 히로코는 이츠키에게 반문한다.
그것은 정말 그의 이름이었을까요.
내 것이 아닌 사랑의 이름이 닿았던 곳은 도서관에서 발견한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대여 네이밍 카드의 뒷면에서 비밀을 드러낸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준 히로코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눈 덮인 설원 중턱에서 전한다.
당신이어서 참 다행인 고마운 사람들.
잘 지내고 있다는 히로코의 답례는 지난 시간들을 온전히 합당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듯한 목소리로 다가왔다.
지금 다시 보아도 명작인 '러브레터'는 그렇게 나의 겨울을 설원 중턱의 메아리로 남겨 놓은 듯 하다.
진짜 울림을 찾아 나도 사랑을 불러오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할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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