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시골 의사 책세상 세계문학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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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은 언제 다시 봐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갈등때문에 고민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갈등이 어떤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냐를 찾아가는 것인데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무기력점에서 흔들리고 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느 날 아침 정말 눈 뜨기 싫다고 되내이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10년 쯤 후로 뛰어넘어 안정된 자신의 삶을 로망하기도 했었다. 똑같은 루틴은 불안했고, 만성적 스트레스로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매너리즘에 빠져 움직이던 내 자신의 무의식적 일상생활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었다. 

카프카의 변신은 나의 이런 무감각을 자극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최고의 소설이다. 
가장 하찮고 혐오스럽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벌레로 변신한 나의 몸이 인간 사고를 고스란히 담은 채 양쪽 세계를 위험스럽게 오가는 설정을 갖고 있다. 그레고르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벌레로 바뀐 후 자신의 가족 입장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거리 두기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 가며 모든 경제적 책임과 장자의 부담을 고스란히 지고 있던 그레고르는 무엇이 가장 두렵고 힘들었을까. 자신의 존재가 가족 안에서 인정받는 방식이 가족의 일원으로서라기 보다는 물질적 도움을 당연히 줘야만 하는 일하는 존재로 밖에 여겨지지 않아 자신의 정체성에 늘 의문을 품고 있었다. 
카프카는 그레고르에 투영된 자신의 삶이 어떤 질의 것인지 고발하고 있다. 
그는 관료직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조직사회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어 소설을 통해 인간 존재의 고독과 소외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레고르는 강박적으로 일만 하는 존재다. 아버지는 도산했고, 그는 외판원 일을 하고 있다. 매일 벌어지는 일상은 고루할 정도로 똑같다. 그레고르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벌레가 되어 있는 자신을 마주한다. 문제는 벌레가 된 자신이 놀랍지도 않다는 것에 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은 온통 돈과 가족과 일 밖에는 없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싸이클과 뭐가 다를까. 당연한 듯 우리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은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삶을 옥죄어 든다. 어떤 이유로 몰락하는지, 존재하는지, 살아가는지 의미를 묻지 않는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어버리고 나니 가족들은 그를 외면하기로 한다. 이용가치가 덜어진 쓸모가 없는 폐기물 취급을 한다. 그는 등껍질에 사과가 박힌 채 썩어가는 상처를 끌어안고 늘 하던 고민을 내려놓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계속한다. 가족은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가치의 가족이 아니었다. 
그는 결국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벌레인 채로 죽음을 맞이한다.
여기서 늘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벌레였기에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걸까. 그가 벌레였으므로 가족으로부터 스스로 돌아 앉아 채념한 채 죽음을 맞이했던 걸까. 존재의 해방을 얻은 걸까. 쟁취한 걸까.
가족은 그를 외면한 것이 맞다. 문제는 그의 마음가짐이다. 그는 가족을 가족으로 여기기에 체념한 것일까 아니면 단념한 것일까. 
선택의 또 다른 이름은 버림이다.
기로에 서서 내게 다가오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나는 선택하고 하나는 버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해법을 다 쥐고 있을 수는 없다.
카프카는 자신의 여러 정체성으로 아웃사이더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한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섞여들지 못했다.
그레고르와 카프카 그리고 나.
너무나도 닮아 있는 세 인물의 모습을 통해 내가 처한 지금의 현실을 냉혹하게 반성할 수 있다. 
현실의 부조리함과 개인의 불안하고 불편한 사회 관계의 원인을 찾고자 스스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카프카의 변신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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