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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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피해자들의 임상 사례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성폭력과 가정 폭력을 겪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만 알고 있던 내게 이 책은 한 권의 트라우마의 모든 역사 같은 것이었다. 요즘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 오은영 박사의 금쪽 시리즈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 이 시리즈는 아동부터 성인까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편한 마음의 병 한 가지씩을 들고와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트라우마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편안해진 표정과 후련해진 가슴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순간은 그들 뿐만이 아니라 같이 시청 중인 나도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가 있거나 격하게 공감하는 때가 있다. 그러면 나 또한 박사님의 조언에 따라 치유되는 기분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트라우마>에서는 좀 더 깊고 전문적으로 히스테리아에 얽힌 다양한 연구와 사례들을 다루어 주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보 수준을 넘어 다양한 군들의 여러 외상을 경험한 피해자들의 후유증을 알 수 있고, 지금도 진행 중인 그들의 피해 상황에 대한 치료와 상담을 가감없이 논쟁하고 논의해 볼 수 있다.  특히 이들을 치료하고 회복 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행하고 있는지 또 어떤 구체적 지원과 정책 시스템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트라우마>는 공적이고 사적인 세계 사이, 개인과 공동체 사이, 그리고 남성과 여성 사이의 연결을 회복하는 것에 관한 책이라고 말한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과 개인의 문제에서 발생한 듯 생각된 인간의 보이지 않는 마음에 관한 문제가 나아가서는 국가와 범우주적 문제로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기본 개념에 숙연해졌다. 가볍게 볼 것이 전혀 아니었다. 
왜냐하면 강간 생존자, 참전 군인, 포로들, 아이들, 도처에 평범하게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노출된 상황이 가족에서 사회, 국가라는 공통적 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관계의 단절과 힘의 상실을 가져온다. 이것만큼 큰 고통이 없을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지속적인 마음의 고통과 기억의 고통, 망각의 고통이 수도 없이 밀려온다.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심리적 외상은 자신을 방어할 수 없어 무너진 그들이 죄의식처럼 달고 사는 무기력한 고통이다. 피해 상황이 발생 하는 순간, 그들은 인간에 의해 일방적으로 잔학 행위에 노출된다. 그래서 절망과 불안의 날들을 품고 매일 매 순간을 그어나가는 이들에게 죽음에서 다시 삶의 여정으로 돌아올 안전감의 회복은 정말 중요하다. 

끝없는 공포와 반복되는 기억은 어떻게 떨구어낼 수 있을까.
단순히 심리적 측면의 접근만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동시에 진행되어야만 한다. 잔혹 행위에 대한 기억들은 인간에 대항하여 무너진 신뢰감, 통제감, 연결감, 돌봄의 안전망을 압도하여 그들을 잠식하므로 이는 결국 피해자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리드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다시 길러 주는데 의의를 둔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편협하던 나의 관점을 교화하고, 가능성을 실천해 보이는 행동으로 모두의 공통성을 회복하는 일에 노력하는데 있다.

심리적 외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세계 안에 놓인 인간의 취약성과 인간 본성 안에 놓인 악(惡)의 가능성을 직면하는 것이다. 심리적 외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끔찍한 사건에 관해 증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p.20

특히 아동 학대에 관한 사례들을 보면서 많이 괴로웠다. 어린이, 여성, 유약한 사람들의 외상 후유증은 비참할 정도로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라도 도저히 혼자서는 견딜 수 없었을 거란 말이 저절로 나올 그런 경험들이 너무 많이 놓여 있었다. 외상을 겪은 그들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마치 지금도 계속해서 그 위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사건을 반복적으로 체험한다고 한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들의 기억을 방해하고, 시시때때로 그들을 기억 속에 가두고, 다시 억누른다. 그렇기에 이들은 치욕과 수치스러운 순간의 감정 아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반복적 외상은 아이들에겐 더욱 치명적이다. 
어른인 경우는 반복적 외상 경험으로 인하여 이미 형성된 성격 구조가 파괴되어 다른 양상을 띠게 되지만, 아동기에 발생하는 사건에 의한 반복적 외상 경험은 성격이 파괴되는 것만이 아니라 애초에 삐뚤게 변형된 성격을 만들어 내기에 더욱 무서운 것이다.

벌어진 일에 대하여 만약에란 가정은 없다. 
나라면 더 잘 극복하거나 아예 그런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가정은 무의미하다. 내가 피해자처럼 되지 않았을 거라 해서 가해자가 되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만약에로 가정하여 가해자처럼 굴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무시하거나 그들을 탓하고 비난하는 일은 해서도 안되고, 의심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그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임상연구들을 지속하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여 개인과 집단 사이의 연결고리를 견고하게 붙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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