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서 중세 유럽을 만나다 - 십자군 유적지 여행 여행자의 시선 1
임영호 지음 / 컬처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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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유적지 여행을 다녀온 작가가 얼마나 부럽던지...
읽는 내내 나의 버킷 리스트를 계속 떠올리며 나를 위한 계획을 세우던 열정을 다시금 소환했다. 

유럽은 누구나 품게 되는 여행지 1순위의 로망이 있다.
유럽 곳곳에 깃든 고풍스럽고 멋스러운 유적지들은 보여지는 것만이 다는 아니었다.
책 속에 보여지는 십자군 흔적이 묻어있는 장소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폐허로 변해버린 곳들이 허다하다. 처음엔 성채라는 말이 무엇인지 몰라 찾아보았다. 성과 요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교회와 성채는 유럽의 전부라고 할만큼 모든 인간들의 삶과 죽음, 구원의 뜻이 박혀 있다. 
십자군의 활약은 20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1095년 카톨릭교회 교황의 주창으로 시작되어 성지 회복 운동이라는 명분 아래 기독교가 아닌 이교도들과 이국적 문명들을 철저히 파멸해 간  정복전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쟁과 종교가 뜻을 도모해 대대적인 원정을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기독교가 곧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여행을 시작한 이 책에는 십자군 기사단 중에서도 요한 구호 기사단으 행적을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다. 몰타나 요르단까지 이어진 여행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예루살렘을 다룬 3부는 특히 나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예수님이 세례를 받았던 그 터가.....사진으로 보기엔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작은 공터가 보여 한참을 들여다 보아야 보이는 그런 장소다. 예수님이 세례 받던 그 시절엔 작은 물길이 흘러 요르단 강과 합류하는 곳이라 했다. 사진 속에선 2000년의 세월을 흐르며 지형이 바뀌어 더 이상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는 볼 수가 없었다. 너무 메마른 땅으로 변해버려 왠지 마음이 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돌계단 밑의 작은 웅덩이가 작가의 순례길에 들었고, 내 마음 속에 저장되었다. 
게다가 수많은 유적지를 돌면서 유럽 속의 기독교, 기독교 속의 유럽 문화를 살펴보지만, 종교 이념의 문제 등으로 유적 문화를 공유할 수 없는 지금은 이슬람 지역의 순례는 꿈꿀 수도 없다.

특히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작가는 여행 중, 낯선 세계에 대한 불편함이 가져온 결과들에 대한 생각을 털어 놓는다. 800년 전 십자군이나 순례자로서 중동 땅을 처음 밟은 유럽인의 반응에 대한 상상을 해 본다. 낯설고 이질감을 느꼈을 유럽인들이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였던 행동들의 잔혹사와 그에 반했던 사건들을 동시에 떠올리며 말이다. 
지금도 고고학 발굴이 여전히 진행 중인 지중해의 유럽은 우리에게 수많은 영감과 미지의 감동을 준다. 하지만 오늘날의 유럽은 더 이상 기독교의 대륙이 아니다. 과거는 과거대로 우리에게 감흥을 주고, 현재는 현재대로 복잡한 문제들이 서로 얽힌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 전쟁이 한창이라고 생각된다. 문명과 인종에 대한 편견과 혐오, 적대감은 또 다른 폐허를 만들어 낼 것 일테다.

십자군 원정을 역사적인 사건으로만 보아왔던 나의 지식 안에서 중세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좁은 시야가 가져온 좋은 점도 있었다.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십자군 원정으로 오랜 전쟁과 풍파를 겪은 이 땅은 누구의 성지였을까?
이 물음을 보자마자 나는 아~~~하는 즉시 깨달음이 왔다. 내가 로망하던 유럽사 중 하나인 십자군 전쟁을 너무 미화했구나...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만 보인다더니 내가 알고 싶어하더니 아는 대로만 해석할 줄 알았던 내겐 큰 질문이었다.
작가의 현답은 이것이다.
예루살렘은 서유럽 기독교인이 기억하는 성지이자 아르메니아인이나 시리아인, 유대인의 성지이며 아랍인의 성지이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성지 이야기는 유럽인의 기억을 부각할 뿐, 아르메니아인이나 시리아인 등 다른 기독교인의 기억, 아랍인의 기억은 뚜렷하게 들려주지 않는다.

다시 공부해야 할 유럽사의 출발선을 이렇게 끊는다.
모든 인문학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을좋아하는사람 서평이벤트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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