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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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아니었다면 이사벨 아옌데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세피아빛 초상>을 읽기로 결심하고 살펴본 첫 번째는 당연히 작가의 연대기!!
민음사 전집 중 그녀의 작품이 이것 말고도 두 개나 더 있었다.
'영혼의 집'과 '운명의 딸'이 이 작품을 포함해 이사벨 아옌데의 대표 3부작 시리즈로 전부 여성들의 파란만장한 서사를 그려낸다.
난 앞서 두 편의 소설은 아직 접하지 못했고, <세피아빛 초상>을 완독했으니 두 작품을 마저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말인데 '가계도'가 1부 시작 전 한 페이지에 할애되어 있어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는 말씀~
네 여자를 주목해 볼 수 있다. 엘리사 소머스, 파울리나 델 바예, 아우로라 델 바예, 그리고 클라라.
러시아 문학처럼 가계도가 어마어마해 이 책 한 권 안에 4세대의 모든 일들을 쏟아낼 상황인줄 알고 긴장했었다. 작품의 출간 연도는 영혼의 집 - 1982년, 운명의 딸 - 1999년, 세피아빛 초상 - 2000년에 발간되었다. 하지만 시대순과 달리 각 작품속 주인공의 연대기를 통해 정리해 보면 클라라의 이야기가 담긴 영혼의 집, 엘리사의 운명의 딸, 그리고 아우로라가 중심인 세피아빛 초상이 있다. 각 작품 주인공들의 관점으로는 운명의 딸 - 세피아빛 초상 - 영혼의 집 순서로 여성 서사를 읽는데 더 큰 도움이 될 터이다. 

사대의 서사가 얽힌 <세피아빛 초상>에서 육중한 몸집으로 변해버린 파울리나는 할머니가 되었고 중의 타오 치엔과 결혼해 남매를 낳은 엘리사도 할머니가 되어 사돈 집안이 되었다.
파울리나의 장남 마티아스와 샌프란시스코 최고 미인 린 소머즈의 만남으로 아우로라가 태어난다. 그런데 마티아스는 원나잇같은 불꽃이었고, 린은 사랑이었다. 아우로라를 낳고 과다출혈로 린은 죽었고, 사생아가 된 아우로라는 린을 짝사랑하던 세베로의 자식으로 입적하게 된다. 1880년이었고, 세베로는 전쟁 중인 국가에 자원입대를 한다. 
볼리비아와 페루가 연합하여 칠레를 대항해 전쟁을 치르던 태령양 전쟁에 세베로가 참전해 한쪽 다리를 다쳐 절단하는 일이 벌어진다.  
아우로라는 어릴적 엘리사 할머니를 찾아 몰래 집을 빠져나와 거리를 헤매던 중 납치된 사건 이후 큰 충격으로 어릴적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 부분은 차이나타운의 아동 매춘에 관한 사건을 다룬 것인데 파울리나의 부와 권력을 가져다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칠레의 부르주아와 농민의 내부 갈등,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들 유입으로 인종차별을 겪었던 19세기의 역사를 여성들의 눈과 귀와 입으로 그려낸다. 

갑작스럽게 파울리나 할머니에게 위탁된 아우로라는 충격탓인지 그후로 계속 어떤 악몽에 시달린다. 악몽은 외할아버지였던 타오 치엔의 죽음과 연결된 것으로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풀리지 않은 결핍의 한 결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 깊은 악몽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 일을 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가 근원에 자리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고백적 글을 쓰고 빛을 찍어 간직해 두는 것. 기록을 남기는 일은 아우로라에겐 아주 중요한 흔적의 옥돌석과도 같다. 세피아빛은 우리가 좋아하는 필터 가운데 하나다. 색의 현상에 따라 때론 튀는 것을 눌러주고 때론 쳐지는 것도 띄워주는 그런 색이다. 감추인 듯 흐릿하나 촌스럽지 않게 주변에 묻어가는 비주류의 세련미. 그녀들의 활개는 그렇게 세피아빛으로 남는다.
1880년대, 19세기 격변의 칠레 역사 한순간 순간을 사진 속 그녀들의 삶과 열정 그리고 죽음과 사랑에 담아 오늘 나에게 이사벨 아옌데 작가의 문학이 각인되었다. 남은 두 시리즈의 작품도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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