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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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제목에 한참동안 시선을 주었다.
'당신의 미래를 알려드립니다' -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로 소설과 위스키만 들고 페이지 터널을 들어간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책.
특히 나에 관해서라면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아무리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도 내가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우연이라 해도 벤 슈워츠먼. 당신의 찌질한 모습은 어찌 나와 그리도 닮았을까. 
당신이 주인공으로 낙인찍히고 이 신비로운 여정을 시작할 때 백치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엇박자의 스텝으로 밀려나는 모습도 진짜 보기 싫었던 나의 모습과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

잊지 마세요.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가져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으세요.
하지만, 시시때때 책에 의존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훅 빨려 들어간 책 속에서 술에 담긴 경험을 사고 파는 사건을 만난다. 태어나 죽는 날까지 우리가 연관된 울타리 안의 살림살이와 더불어 울고 웃고 사랑하는 그 모든 시간들이 한 사람의 인생 안에서 소멸되고 만다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우리는 이로써 말로 전할 수 없는 것들을 한 사람의 정신에서 다른 사람의 정신으로 경험을 옮긴다는 일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 기적일 수 있을까.
-130.
 
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면, 내가 핸디캡을 가지고 태어난 인생이라면, 내가 바라는 꿈과 행하는 실천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생이라면...... 나를 채워줄 그 경험치들은 위스키의 톡 쏘는 진한 맛처럼 오래토록 여운이 남아돌 소중한 추억들이 될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린 오직 낭만적이로 로맨틱한 순간들의 경험과 기억만을 떠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는 선과 악이 인간을 잠식하는 주도권은 오직 경험과 선택에서 나오는 것임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사람의 인생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선택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어떤 경험이 무르익느냐는 우리의 희망과 소원에 달린 것이다. 우리가 겪는 모든 것에서 기억을 남기고 그 기억은 술에 담겨 저장된다. 그 기억을 나누는 경험자들은 어떤 욕망을 키우고 싶어하는지에 따라 선과 악의 경계로 갈라선다. 이또한 우리의 선택이다. 
아마도 울프 하임은 그런 우리들의 어리숙한 동경과 섣부른 선택으로부터 나올 불행을 버리고 자신의 행복을 소담스럽게 가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스나트도 벤도 스테판과는 다르게 용기로 산 경험을 사랑으로 승화시킨다. 

“행복해지려면 꼭 알아야 할 네 가지가 있어.” 그녀가 말했다. 머리 위로 햇빛이 반짝이며 그녀의 얼굴 전체를 비추었다. “딱 네 가지야. 너를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네가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 너는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네게는 사랑할 능력이 있다는 것.”
- 238.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는 결국 나에게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재차 확인하는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선택지의 결말은......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경험과 기억과 그리고 추억과 사랑이 담길 것이었다. 
벤은 그래서 결국 타인의 경험을 수요해 변화된 인생을 맞이했다. 선한 기로를 선택한 것이다.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우리는 판타지를 따라 책이 안내하는 미로를 통과하는 동안 내가 무엇을 알고 싶어했는지는 잊게 만들었다. 다만 내가 경험하는 우리들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것으로 무엇을 사서 저장할지 최고의 순간을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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