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레인보 로웰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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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소녀들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사실 빨강머리는 인종차별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외모 가르기의 표적이기도 하다. 

로웰 작가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를 통해서도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또 성공시켰다. 그녀의 주인공들은 열여섯, 어린 친구들이지만 세상을 알아가면서 좌충우돌 부딪혀 좋고 나쁨을 모나지 않게 배워가는 시절의 돌덩이 같은 삶은 결코 어리지 않다.
나에게도 있었던 십 대 시절의 기억들. 다시 돌아보니 그때 아니면 몰랐을 감정들의 느낌과 모양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왜나면...... 남 몰래 나도 많이 아팠으니까...... 그 모든 어른이 되는 과정을 다시 마주하기엔 내가 너무 유약하다.

엘리노어와 파크 
그냥 이 두 어린 친구들의 성장통만 보여지는 게 아니다.
이 두 친구가 어깨에 메고 있는 삶의 무게라는 것이 만만한 것들이 아니다.
미국이란 나라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때론 다양성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트라우마들을 평생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굴레가 버거울 때가 더 많다. 그 타협에 이용되는 나의 정체성을 나는 허락할 수 없었다.그래서 나는 파크가 더없이 소중했는지도 모르겠다.
이혼, 재혼 가정, 그리고 다문화 가정.
엘리노어의 부모는 이혼과 재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이뤘으나 이마저도 불행이다. 새아빠는 알콜 중독자에 주사도 있고 가정폭력의 주범이다. 동생들은 줄줄이 사탕이다. 엘리노어는 항상 외톨이인데다가 학교에서도 아웃사이더다. 사랑과 행복을 충분히 받고 자라는 아이가 아니라 늘 불안과 긴장과 초조함 속에서 가난의 딱지를 이마에 찍고 다녀야 한다. 지난 일 년은 새아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저지른 바람에 다른 곳으로 철저히 유배 당해 혼자서 세상을 배워나가야 했다. 자그마치 일 년을......
사실 지금 우리의 현실도 그렇다. 가족이 한 공간에 있어도 서로 카톡으로 주고받는 몇 마디가 전부인 아이들의 대화없는 가정이 얼마나 많은가. 엘리노어는 자신의 것들을 철저히 마음 속 깊은 속에 묻어두고 자신의 말들을 쉽게 꺼내 놓는 법이 없다. 그게 그 아이의 생존 본능이다. 
파크는 만화덕후, 태권도과 스모키 메이크업을 숭배하는 펑크록을 사랑하는 한국계 아이다. 아...... 그래서 파크다. 여기서 한번 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로웰 작가의 풍성한 감성터치다. 이민자 가정의 문화와 십 대 아이들의 이유없는 반항과 갈등에서 오는 격한 감정의 업다운을 이렇게 섬세하고 리얼하게 묘사할 수가 있나 싶어 쏙쏙 빨려 들어갔다. 
파크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속에서 내게는 only 유일한 스모키 아이즈였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 따뜻하고 다정하고, 눈빛 속의 들어 있는 마음의 언어를 읽어낼 줄 아는 속 깊은 아이. 이런 아이가 엘리노어와 손가락 찌직을 하며 만화와 음악을 통해 서로 섞여가는 시간들은 차별도, 혐오도, 폭력도, 가난도 끼어들 수 없는 그들만의 블루투스가 세상 색깔을 지배한다.

엘리노어와 파크의 엄마들도 상당히 인상 깊다. 엘리노어 엄마는 너무 오랜 시간 가스라이팅과 세뇌를 당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다. 재혼한 남편에게 얻어터져도 희망을 품는다. 지금만 지나가면 괜찮아질거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아이들이 고스란히 폭행 환경에 노출되어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나약한 엄마. 반대로 파크의 엄마는 한국계 여자로 억척스럽게 자신의 환경을 개척하며 살아왔음을 알 수 있는 태도와 자신감을 지녔다. 그런 엄마들의 서로 다른 성향과 환경을 해석하는 방법과 태도의 차이가 아이들을 어디로 향하게 하는지 명확하게 보였다. 

곧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란 소식에 누가 엘리노어와 파크로 캐스팅이 될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들뜨게 된다. 내가 사랑했던 그 시절의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도 그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뒤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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