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죄가 없다 - 우리가 오해한 신화 속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
나탈리 헤인즈 지음,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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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감상하면서 첫 번째 들었던 생각은, 드디어 올 것이 왔도다란 것이었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소설이 새로운 세상의 역동적 탄생을 리드했을 때 남성의 독점이었던 글과 토론과 독서의 유행이 여성과 소시민의 지위를 상승시키고 개방시켰다고 생각한다. 여성도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글을 읽기 시작하고 또 쓰기를 즐겨했기 때문에 그녀들의 주도로 창작된 소설의 인기는 대단했다. 새로운 문화양식은 파격적이고 가히 혁신적인 혁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여성은 여성의 권리와 자유, 존엄성에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날이 가까운 미래에 완성될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사랑한 최고의 고전인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리워졌던 진실을 찾아 자유롭게 재해석할 수 있는 시간에 이른 듯 하다. 나탈리 헤인즈 저자의 책은 미스터리 소설처럼 아주 극적인 요소들을 파고들어 읽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고대엔 여성이 동물보다 못한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더 감춰지고 왜곡되어 쓰여지거나 혐오나 흉물의 대체상징으로 때론 악으로 표현되어 이야기 자체가 변질되거나 여성성의 정체성이 훼손되어 기록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이 오래된 어두운 동굴같은 세상 속 갇혔던 이야기가 새로운 날개를 단 것이다. 우리가 여성의 이야기를 다시 바라 볼 열린 눈이 생겼기 때문에 이 보는 힘과 더불어 말할 수 있는 힘, 그리고 다시 쓰여질 재기록의 힘이 함께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신화 차례가 온 것이다. 우리가 다시 제대로 살펴 볼 세계가 말이다. 이 책에선 여성을 판단하는 옛 사회 속 통념이 어떻게 지난한 나날들을 오래도록 내버려둘 수 있었는지 역사적 배경까지도 말해준다.

첫 번째 초대된 주인공이 바로 판도라였다. 우리는 그녀를 판도라의 상자와 함께 기억한다. 상자가 없는 판도라는 말할 수 없었을 정도로..... 그리고 판도라는 사실 상자를 열지도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상자는 헤시오도스가 그리스어 시를 쓰고 난 후 16세기 정도에 등장하고, 에라스뮈스가 그의 시 '일과 날'을 라틴어로 번역할 때까지는 판도라의 이야기에 상자는 없었다고 한다. 단지 ‘항아리’를 무엇으로 번역해야 하는가만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것이 나중엔 들고다니기 편한 상자로 둔갑한 것이다. 

또 이오카스테나 헬레네는 어떤가.
오이디푸스 왕의 서사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이오카스테에게 불어닥친 불행은 가볍게 지나치게 되었고, 감정이입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은 채, 오이디푸스의 대사만 5배 이상 많이 할애해 극의 장면을 이루고 있다. 
사실 이 책 안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열려 있다. 특히 신화 속에서 사라져버린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시 조명하는 일은 역사 속에서 사회문화 속에서 우리의 역할과 분량을 올바르게 찾아내는 일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이런 일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성평등 의식이 많이 달라져 있다. 재탕 삼탕 늘 다시 쓰여졌던 신화들은 그때그때 시대의 맞춤 입김이 들어가 있고, 다시 확대 해석되면 또 다시 남성 중심의 명분을 내세워 리메이크되거나 뭔가 오브제가 첨가되거나 하는 방식이다. 

인간의 모델인 판도라와 그녀의 항아리, 아니 상자를 다시 보며 우리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도 함께 생각해 본다. 고대 중세 그리고 근대를 지나 현대 사회에 와서 우리가 여전히 입지를 세워가는 다양한 분야의 여성 권위는 앞으로도 계속 확장되고 넓어질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신화 다음으로 어느 세계가 베일을 벗고 새로이 재탄생할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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