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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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의견은 분분할 것이다. 그래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꼭 들어있을  것이란 확신으로 나열해 보라면 사랑, 가족, 행복한 가정은 장담할 수 있을지도.
여기 미래 학교가 있다. 이곳은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유롭고 열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미래지향적인 세계적 인재로 키우는 바른 교육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굉장히 혁신적인 학교다. 
아이들은 모두 존엄성을 존중 받으며 평등하고 독립적인 자질을 갖추도록 교육받는다. 일탈자나 낙오자는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 놀랄만한 절대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아이들만 같이 생활한다. 부모와 떨어져서 유년기를 자라내야 한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아이들은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보호 아래 어리광도 부리고 한걸음 한걸음 발도 떼고, 옹알이도 뗀다. 모든 경험은 그렇게 아이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고, 코가 되어 살아갈 힘을 단련시키고 학습시키고 인지시킨다. 
그런데 미래학교는 이 모든 인간다움의 육성이 아이들끼리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되리라 믿는다. 그 중심엔 문답이라는 교육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 이야기의 시작엔 샘이 흐르는 깊은 고요의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그 여름에 미카가 그곳에서 부모님의 사랑에 고파 소원을 빈다. 그리고 샘 속에 흘려 보내는 물감은 미카의 소원을 들어주기에 앞서  사회가 그곳을 주목하도록 이끄는 더 큰 크림을 그려주었다.
콘도 노리코는 4학년이던 때의 여름, 대안학교였던 미래학교로 일주일간 여름캠프를 참가하러 온다. 그곳에서 미카를 만났고, 외부의 아이들을 지칭하는 기슭의 아이들이란 용어로 미래학교에서 기숙하는 아이들과 구별한다. 그것은 마치 흑백논리처럼 숲 속과 기슭을 구분하여 선한 공동체의 삶을 우월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그 인연을 계기로 노리코는 미카와 잠깐의 우정을 나누며 기이한 캠프체험 했고 이 일은 별일 아닌듯 흘러 세월 속에 묻히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이들이 어른이 되어 만난다. 왜냐하면 미래학교의 예전 부지에서 발견된 백골 사체 때문이다. 뉴스로 접한 이 사건 소식은 노리코의 뇌리에 미카라는 이름을 퍼뜩 떠올리게 만든다. 문답으로 아이들의 사고력을 확장시키던 선생님들은 산파술처럼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은 다양하게 대답을 하며 옳고 그름의 길안내에 따라 정답을 찾기 위해 골똘한다. 어찌보면 결국 아이들이 찾아낸 정답의 의미는 어른들의 의도대로 심어지는 가스라이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여 있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수동적인 행위로 전락하는 그들의 공동체적 삶은 호박 안에  단단하게 에워싸여 그들만의 세상이 된지 오래다. 
왜 이 소설의 제목이 <호박의 여름>인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어도 미래학교 기숙아이들의 성장은 호박 안에 박혀 그 여름의 일과 함께 박제 되어 있다. 이 호박을 깨부수고 기억을 찾아와야만 히사노의 죽음에 가리워진 진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어찌보면 어른들이 모두 이곳에 없는 날, 진정한 의미의 아이들끼리만 남겨져 있던 그 날의 결과는 히사노의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이들은 연대책임을 지는 죄책감을 갖게 된다. 아이들끼리의 삶은 불안과 공포, 애정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충분한 동기들을 제시한다.

유토피아적 신세계를 만들고자 모였던 사람들의 공통된 신념은 더 나은 사회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모두가 공존하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이 담은 어두운 진실은 결국 존엄을 지키지 못한 그들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은폐하려는 이기적 행위에서 온 것이다. 샘에서 반짝이건 기슭에서 건너오건 성장통을 겪는 우리들의 시절은 그 자체가 빛나는 한 여름 밤의 별일 것이다. 혼자 두어서 정말 미안하다,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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