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책 : 문학 편 1 - 르몽드, 뉴욕타임스 선정, 세기를 대표하는 100권의 책
디오니소스 지음 / 디페랑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오니소스적 가치라고 프롤로그에 붙여준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탐색에 탐색을 거쳐 선정된 책들의 리스트가 궁금했었다. 
<세기의 책>에 실린 작품과 작가는 모두 아는 유명한 시대의 아이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손대지 못했던 책들이 다수였다. 역시 독서를 만만하게 볼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나름 책을 읽었노라, 말했노라, 기록했노라 했지만, 그건 나의 소소한 작업에 불과한 작은 우주의 실체였다. 
그런 나의 우주 확장을 위해서 밑거름이 된 이 책은 나에게 정말 유익했다. 우선 작품에 대한 감상 포인트와 시대가 주목해야 할 디오니소스적 가치에 대한 상정이 양질의 과즙으로 꽉 차 있기 때문이었다.
몇 작품을 소개하자면 <고도를 기다리며>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래 전 읽은 기억과 함께 그동안 한번도 이 책에 대한 토론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난해하고 지루하게 읽혔던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디오니소스의 고도에 대한 정갈할 해석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마음에 닿는 장면들이 새록새록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내가 성장한 것일까, 아니면 지금이라 세계관이 열리는 걸까.
고도가 누구인지, 왜 기다리는지, 시간이 흐르는 만큼 왜 자꾸 고도에 의존하는건지..... 그런데 디오니소스는 이를 명확하게 반문해 준다. 사실 우리가 삶의 목표나 의미를 명확히 하나로 정리할 수 없는 일과 같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기다림의 미학처럼 새로움이 솟을 거란 기대와 희망이 아닌 오히려 고도가 온다면 지금까지 모두가 바라온 희망과 소망이 고도와 함께 소멸할 거란 다른 의구심에 휘말리는 것.
그래서 고도는 오지 않아야 한다. 오면 우리가 바라던 각개의 희망과 믿음은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어린 왕자>에 대한 해석도 너무 좋았다.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생텍쥐페리가 보여주는 방식은 숨겨버리는 것이기에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 실상이 아닌 허상을 좇아 어린 시절의 잃어버린 꿈들을 다시 소환해야만 하는 의무가 어른이에게 있다는 것. 어른이 되어 갈수록 우리는 실한 열매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껍질만 딱딱하고 두꺼운 호두처럼 우리를 너무 강력한 행성으로 둔갑시켜 놓았다.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방법은 지구에서의 죽음이라는 말, 결국 그 죽음에서 탈피하는 것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고 이 깨어남은 다시 어린왕자를 만나기 이전의 삶 자체를 부수는 것이라는 것.
어린 왕자 속에 이렇게 거대한 개인사에 관한 사유와 삶과 죽음의 조망이 녹아져 있을 줄 몰랐다.
나는 대체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왔던 것인지......
모든 관점들이 새롭고 가치 있는 일화의 기록이다.
르몽드지 선정 100편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첫 시리즈는 너무 좋았다.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의 잘못된 습관에 대해 반성하게 만들어 주었으니 다시 제대로 읽으면 된다. 문하 작품을 왜 읽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문학비평가 김현의 어록 중 하나를 제시해 줬다. 그 이유는 자기의 욕망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불명확한 세상 속에서 나만의 소우주를 지켜낼 수는 없다. 결국 소통과 반문과 각성이 나의 영양분이고 밑거름이 될 것이다. 책을 손에서 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으니 나는 이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겠다.


#세기의책 #디오니소스 #디페랑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