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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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움베르트 에코. 열린책들

다시 보는 장미의 이름 하권이 끝나고 하루 동안 머릿속 정리 시간을 공백으로 가졌다. 수많은 사건들이 얽히고 설킨 가운데 명확하게 해결되거나 마무리되지 못한 군데군데 미혹의 추리들이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독이긴 하지만 오래 전에 작품을 어거지로 읽었었고, 영화로도 봤지만 이 역시 오래 전이기도 하고 상당 부분 편집된 것으로 기억나기도 해서 이번에 읽었던 완독이 처음이라고 봐도 괜찮을 정도다.

장미의 이름하면 웃음이란 단어와 연관지어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에 이은 희극에 대한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다. 과연 움베르토 에코는 이 단서로 시작해 소설을 썼고, 이 단서로 인간 사상의 모든 공통된 방점을 찍는 것으로 결말지으려고 했을까. 그러기엔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이 움베르토 에코의 머릿속에서 연결되어 있고 연결된 지점들이 그의 기호학, 철학, 종교학 등등의 독특한 시그니처로 다층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마어마하고 방대한 역사적 사실과 추리 장르의 픽션이 혼합되어 있어 우리를 스펙타클한 시공간으로 안내하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매력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세적인 배경이 암울하고 경직된 그 당시의 종교적 이념과 신앙에 대해 과학적 접근이 불러 일으킨 갈등을 초래하고, 교황과 황제의 권력 암투와 주도권 싸움에서 그리스도의 청빈 운동, 마녀 사냥 등을 도구로 이용하는 사건들을 다루기도 해 비판하며 읽어야 하는 독서 자세가 내게는 정말 중요했다. 장미의 이름으로 이 모든 별개의 사건들을 보듬어 하나의 주제로 녹여내었기 때문이다. 형상화된 그것은 수도사 윌리엄과 젊은 아드소의 황홀한 케미로 베일을 벗는다. 

아드소는 윌리엄과 함께 전국방방곡곡 수도원을 방문하는데 왜 그런지 살펴보니 윌리엄의 이력이 중요했다. 윌리엄은 굉장히 지혜롭고 위트가 넘치는 박식한 이단 조사관이었다.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아델모라는 젊은 번역 수도사의 기이한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에게 조사를 의뢰하게 된다.  윌리엄과 아드소가 방문한 이래 그곳은 수상쩍은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고, 심지어 계속해서 수도사가 연쇄적으로 죽어나가는 일이 빵빵 터진다.  용의 선상에 올랐던 인물들은 무도 죽어나가고 꼬리를 무는 의문은 한 곳을 가리키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장서관이라는 시공간이었다. 우리는 이미 책의 시작부터 범인이 누구인이 짐작하며 읽게 되지만 왜 그가 범인일 수 밖에 없는지 그 동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움베르토 에코의 지적 유희에 빨려들어간다.  앞서 언급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과 희극이 지적 유희와 추리 장르의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웃음은 교단 밖으로 지옥불로 내쳐져야 할  것으로 간주하여 원칙주의자들과 신지식인들의 대척점을 보여주었고, 다시 이것으로 신앙과 과학의 화합점으로 길을 안내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마지막 문장이 더 빛을 발하지 않나 싶다.
그 유명한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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