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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목소리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
버넌 리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4
리투 - 휴식시간
사악한 목소리

버넌 리 지음ㅣ김선형 옮김ㅣ휴머니스트 펴냄
유령 연인 / 끈질긴 사랑 / 사악한 목소리 / 마법의 숲
이렇게 네 편의 작품이 버넌 리의 '여성과 공포'에 대한 생각이다.
<유령 연인>은 정말 뛰어난 작품이다. 오크 부인이 환상 속에서 동경하던 '앨리스 오크'를 카피캣하는 동안 앨리스 오크의 연인이었던 크리스토퍼 러브록을 진짜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의처증이 아주 심한 오크씨가 날이갈수록 오크 부인에 집착하는 정도가 심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크 부인의 초상화를 그려야 하는 화가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게 돌아간다. 화가 역시 오크 부인의 몽환적 미모와 신비로운 자태에 푹 빠져버려 그녀의 시선너머 움틀대는 꽃들에게 마저도 집착을 보일 정도다. 오크 부인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혼 생활로 무료하고 권태로운 시간들에 회의적이다가 끝내 러브록을 망상 이상으로 끌어올려 현실 사랑처럼 혼돈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은 앨리스와 러브록의 관계에 파고들수록 불타오른다. 그녀의 팜므파탈적 변신이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지도 모르고 꿈결처럼 부풀어 있다. 그 비밀을 아는 우리는 불안하기만 하다.
<끈질긴 사랑〉 역시 사랑의 집착이 추락하는 끝에는 허상의 끝없는 블랙홀이 우리를 당기기만 하는 것 뿐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삐뚤어진 사랑은 권력과 제어하는 힘을 만나 광기를 부린다. 가질 수 없다면 없애버리는 게 나을거란 왜곡된 사랑은 소름끼치도록 두렵고 공포스럽기만 하다.
버넌 리의 작품에서는 여성들이 통제당한다. 남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데 전혀 사랑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사랑이라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강박에 눌려 집착 당해야 한다. 여성들은 그들의 권위에 눌려 자신들의 사랑하는 법을 숨겨야만 한다. 알지만 말할 수 없고, 부당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속이야기.
우리가 미투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미 시대적으로 앞서서 문학을 통해 미투를 고발하고 있었음을 알아간다.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이야기와 다큐, 그리고 문학의 힘이 저변에 깔려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불편했던 것들을 용기내어 분명하고 단호하게 세워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버넌 리의 작품 세계는 또 다른 희열이었다. 상상과 환상의 교차점에서 현실을 되돌아 보게 하고, 어떤 관계를 맺던 그 시간을 누적한 설움과 공포가 고스란히 퇴적되어 켜켜이 쌓였다. 그 눌려버린 어그러진 사랑은 기이한 폭력으로 변하기도 하고, 지나친 사랑으로 덮쳐오기도 하고, 슬픈 분노와 질투섞인 욕정으로 몰아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의 여성만의 내성을 길러내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정답은 한 가지 색깔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 아무도 우리에게 아무말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존감 높이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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