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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3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지음ㅣ송은주 옮김ㅣ휴머니스트 펴냄
이디스 워튼은 순수의 시대와 이선프롬을 통해 알았던 작가다. 워낙 독특한 작품을 통해 만났던 강열한 기억이 남아있던 터라 여성과 공포라는 테마에 선정된 석류의 씨를 읽는 동안 또 다른 감정몰입의 연장선이 계속 되었다.
그녀의 문학 작품 중에서 편지의 여운은 끝이 없다. 주인공 리지가 꼭 우리집 거실 쇼파에 꼿꼿이 앉아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모가지를 세우고 사랑을 지켜낼 것 같다.
<석류의 씨>에 소개된 이디스 워튼의 작품들은 너무 애틋한 마음이 든다. 내가 바라보는 성공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나를 안아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올까. 특히 <빗장 지른 문>의 그래니스는 인정받는 삶에 대한로망이 담긴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잊혀져 가는 자신의 존재를 견딜 수 없어 온통 절망의 분노에 가득찬 그가 저지른 일은 살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자신을 용의자로 지목하지 않을 뿐더러 의심조차 하지 않는 무시 아닌 무시에 자신의 유죄를 직접 자백하지만 아무도 설득당하지 않는다. <편지>의 리지는 남편의 관심 밖 여성이었던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게 된 순간,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그 삶에서 빠져나와야 할지 두려워하는 우리들에게 현실에 놓여 있는 문제들을 똑바로 직시하길 바라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것은 옳고 그르다의 분간이 아니다. 선과 악의 선택 조건도 아니다. 우리는 누구와도 관계 맺음에 따라 삶에 대한 애착과 가치관이 서로를 위한 조건처럼 다양하게 변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종국에는 행복한 삶, 안주하는 삶의 나다운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될 수 없다. 표제작 〈석류의 씨〉의 주인공 샬럿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 남편 앞으로 날아드는 의문의 회색편지를 받게 되면서 남편을 향한 자신의 마음에 불안과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편지>의 리지처럼 역시 알지만 참아내야 햐는 불리한 입장에서 자신의 삶을 재고해 봐야하는 무게를 지게 된다. 애써 외면하는 진실들. 배신은 있어도 인정은 할 수 없는 암묵적 동의와 동거해야만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결혼과 함께 삶의 전환이 일었고 사랑을 전제로 함께 꾸리는 생활이 있음에도 권위적 위계질서에 가로막혀 한계를 느끼는 여성들과 약자들의 불안과 공포를 짚어 보며 사라진 정체성을 되찾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이에 반해 빗장 지른 문의 성격은 약간 다르다. 늘 반듯하게 살아온 남자 그래니스는 오히려 자신의 삶이 유고지순하여 어느 누구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존재감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 여긴다. 자신의 실존 자체를 부정당한 그는 미친듯힐 불안과 소외당한 아웃사이더의 자격지심을 살인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더 불행한 일은 살인을 자수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진실을 궁금해 하거나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 주목받지 못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래니스는 비참하고 참담한 자신의 입지를 또 한번 확인할 뿐 어디서도 자신을 증명할 길이 없다.
이디스 워튼은 말한다.
-'고딕소설의 정신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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