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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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2
회색여인 THE GREY WOMAN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ㅣ 이리나 옮김 ㅣ 휴머니스트 펴냄

나를 위한 리뷰를 쓸 때 가능하면 책 속에서 소개하지 않은 그밖에 좋은 문장들을 기록하려고 노력하는데, 이 문장은 꼭 써 두어야겠다.  

두 세기 전 여성의 삶을 지금의 현실에 빗대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불러일으키는 압도적인 공포가 있다.
-천희란(소설가)

작가의 생애를 살펴보니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어머니의 부재로 이모 집에서 성장하면서 주로 젠트리 계층의 전통교육을 받기도 했고, 독서와 글쓰기를 즐겼다고 한다. 지역사회 구제사업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녀는 어린 아들을 잃고 난 후 상실의 아픔을 잊기 위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생애 동안 자선 단체를 통해 빈민자들을 돌보고 교육했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했던 다양한 군상들의 비참하고 사회 부조리한 면모를 고발하고 드러내는 일에 사명을 다한 것 같다. 
그녀의 눈에 비쳤던 사회문제와 인간불평등의 문제, 계층간 구조적 갈등과 격차의 간극, 특히 여성이나 소수자들의 차별과 소외됨을 문학을 통해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에 헌신했다. 

특히, <회색여인>을 통해 우리가 돌아볼 주제는 여성 서사에 관한 것이었다. 여성과 공포를 동시에 구성하면서 시대는 흘렀으나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그러한가...아니면 이제는 안전한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둔다. 

- 여자들은 내가 좀 알지. 원래 그렇게 조용한 여자들이 악마라니까. 네가 집을 비우는 새 그 여자가 우리를 찢어 죽일 비밀을 알아내서 먼저 도망칠지도 몰라.
<회색 여인> 중에서

'아나'는 가정형편 때문에 원하지 않는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문제는 결혼한 남편이 사이코패스 기질의 연쇄살인마라는 점이다. 숨 막히는 결혼생활 중 아나를 도와줄 하녀 '아망테'가 집으로 들어오고, 어느 날 둘은 우연히 남편과 그 무리들이 죽인 시체처리에 관한 대화를 듣게 된다. 도저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던 '아나'는 '아망테'와 도주하기를 마음 먹고 계획을 실행한다.
굉장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두 여성이 도주하는 가운데 느끼는 불안과 죽음, 쫓기는자들로서 갖게 되는 공포와 절망에 대한 탁월한 심리 묘사가 완벽할 정도로 몰입이 된다. 게다가 '아망테'의 용감하고 절도있는 상황판단의 직관력은 두 도망자의 순간순간 닥쳐오는 위기 때마다 기지를 더한다. 여성이지만 남장여성으로 '아나'를 지켜주는 역할을 통해 우정과 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게 교차시킨다. 사랑과 성 정체성, 결혼관, 가정폭력에 묻어나는 시대의 가치관과 종교적 고정관념의 부당한 처사를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며 여성과 소수자들의 삶을 조명해 볼 수 있었다.
 
- 그래도 남편만은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결국엔 확신이 아닌 의문의 형태로 생각이 바뀌곤 했어. 그의 사랑은 오락가락했고,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계산된 방식일 때가 많았어. 자신이 미리 결정해서 행동했고, 내 바람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지.
<회색 여인> 중에서

〈마녀 로이스〉를 읽어보면 세일럼 마녀재판 사건을 연상시킨다. 집단적 군중 심리가 종교적 의식과 맞물려 광기어린 혐오를 드러내는 과정이 탁월하게 그려져 있다. ‘로이스’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유일한 후견인이 될 외삼촌이 살고있는 미국 세일럼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유일한 혈육, 외삼촌마저 죽게 되고 로이스는 철저하게 혼자 남게 된다. 그녀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세일럼 마을 사람들. 이방인과 여성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그들의 일그러진 편견이 로이스를 마녀로 몰아세우는 미친 상황으로 치닫고 외숙모마저 그녀와 그녀 자식들의 안전을 위해 로이스를 외면한다.  

엘리자베스 개스켈이 쓴 작품들은 200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현실의 생활상은 여지없이 오늘날의 문제들을 그 당시의 것으로 내포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 길고도 질긴 차별적인 시선과 무자비한 혐오들.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이상세계를 뒷받침하는 작품들이 아니었나 싶어 모든 것을 초월한 유대감에 쾌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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