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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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

스테판 말라르메 ㅣ 앙리 마티스 그림 ㅣ 최윤경 역
 


 


문예출판사 ㅣ 2021년 12월 24일

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 제 2외국어는 프랑스어였다. 그때 우연히 프랑스 문학 중 시를 낭독하던 기회에 목신의 오후를 드뷔시의 음악과 연관지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시 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클래식 음악을 수강 신청해 공부하던 중 다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를 듣다가 교수님이 소개해 주신 무용극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는 종합예술 장르라고 표명해야 할 듯 싶다. 앙리 마티스가 미완성이던 말라르메의 작품에 그린 삽화들은 이 작품의 보는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미술, 음악, 무용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친 <목신의 오후>는 현대 예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목신>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 중 목동들과 양떼의 수호신으로 그리스 신화에서는 판이라고도 부른다. 목신의 또 다른 이름은 음악의 신이다. 피리를 잘 불렀고, 목신이 부는 피리를 시링크스라고도 하는데 유래가 있다. 님프가 목신을 피해 도망치다 갈대로 변했더니 이를 뒤쫓다 붙잡아 그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버렸다고 한다.

이 님프들, 그네들을 영원히 전하고 싶구나.
-84.
목신이 잠에서 깨어 두 여신들을 향해 떠오르던 육감적인 기억이 꿈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관능적 상황에 도취되어 독백을 한다. <내가 꿈을 사랑했던가?>하고 말이다. 이 육체적 쾌락의 분위기를 영원토록 간직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목신은 자신을 의심한다. 

그러면서도 두 님프들을 선명한 기억으로 보듬는다. 가장 정숙한 여자와 깊이 한숨 짓는 여자로 말이다. 목신은 물과 불처럼 너무도 대조적인 두 여신 모두를 사랑하고 품고 싶은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목신은 그 순간 자신의 음악을 통해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일으켜 자신이 육감적인 쾌락만을 쫓는 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욕망은 음악을 통해 잠재울 수 있는 인위적인 숨결이라는 것, 시는 예술적 영감의 숨결을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말라르메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기 없이, 누런 시간 속에 모든 것이 불타고
'라' 음을 찾는 이가 그토록 바라던 결혼은 무슨 수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86.

'라'음에 관한 중요한 단서가 있다. 이중적인 의미의 제유법이 사용된 부분이라 하는데, 여성정관사 'la'는 여자와 음악의 '라' 음계를 동시에 나타내는 것으로 여자와 음악을 동시에 취하는 목신의 야심을 알아챌 수 있다. 쾌락과 성욕을 쫓는 목신과 음악의 신 목신. 목신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목신을 통해 말라르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대조적인 모든 것, 예를 들어 정열과 순수, 관능과 정신적 고결함, 이 모든 대척점을 한 몸에 쥐고 있는 목신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환각과 현실의 경계선을 뭉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 역시 말라르메의 시학풍이다.

도피의 악기, 오 얄궂은 피리
시링크스여, 그러니 호숫가에서 다시 꽃피어 나를 기다려라!
-89.

목신은 육체적 쾌락이 사라진 음악의 아름다움은 쓸모가 없다고 여겨 피리를 호수에 던져 버린다. 그리고 다시 쾌락을 추구한다. <도피의 악기>란 무엇일까? 목신의 피리소리는 님프들을 달아나게 말들기도 하지만, 님프들과의 육체적 향락을 즐겼던 몽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가장 멋드러진 부분이 절정에 오른다.

그렇게, 포도송이에서 빛을 빨아먹으며
회한을 떨쳐버린 체하며 몰아내려고
웃으며 나는 빈 포도 껍질을 여름 하늘에 들어 올리네
그 투명한 껍질에 숨결 불어넣으며, 취하고 싶은 
이 마음은 저녁이 다 되도록 비쳐보누나.
-90.

말라르메적인 아름다운 시구로 칭송되는 부분으로 그의 시론과 일치한다고 한다. 즉, 물질이나 대상 자체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부재한 가운데서도 그에 대한 순수한 개념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 포도알을 빨아먹고 빈 포도 껍질만 남았어도 숨결을 불어넣어 비쳐보는 행위. 이것은 오로지 시의 힘으로 재창조 될 수 있는 것으로 물질적인 것이 정신적, 예술적 도취로 이완이 가능하다는 시적 방법론을 보여준다. 

<목신의 오후>를 이번처럼 정독하여 본 적이 없었다. 어디서 본듯하나 내가 본것이려니 싶은 애매모호한 교차점이 아닌 확실히 내것이 된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를 해석해 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신화를 통해 은밀하게 짚어주는 관능, 음악, 지성의 끌림은 모두 인간 형상화에 기여하는 내재적 본능이라는 것이다. 관능은 육체적 쾌락으로, 지성은 몽환적 환상과 꿈에 대한 회유와 성찰로, 음악은 꿈과 추억을 고차원적 예술로 승화시킴으로 말이다.

 


*독서 카페 책좋사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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