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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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주당파
『마담 보바리』




"운명의 잘못이지요!"

19세기 위대한 프랑스 작가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마담 보바리>특별판이 선보였다. 특히 이브 생로랑의 스케치 삽화와 필사본이 수록된 새번역 작품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여인이었다라 말해주고 싶은 마담 보바리.
그녀의 삶은 그때로부터 지금이나 여자로서 숱한 가십거리를 작품 안팎으로 뿌려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바리의 끼 많은 열정에 가슴 떨려 했는지. 소설 속 엠마, 마담 보바리는 사실 플로베르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니 그녀의 모든 톡톡 튀는 열정과 바람은 그의 욕망과 애환을 그대로 담아냈던 것일테다. 
다시 읽는 마담 보바리는 내게 좀 더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내가 나이를 먹은 것일까. 그녀의 공허하고 사랑에 목말라했던 결핍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밋밋한 생활, 변주하나 없이 지나가는 일상이 얼마나 지루하고 무료했을까. 엠마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마다 자신이 그려내는 상상 속 설렘을 살그머니 느낀다. 
엠마는 어린 시절 수도원에서 성장했다. 수도원의 특성상, 폐쇄적이고 종교적인 집단 생활 속에서 엠마가 상상하고 꿈 꿀 수 있었던 유일한 소통 창구는 '책'이었다. 그녀에게 책은 현실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고, 귀적적인 삶에 대한 환상과 욕망을 키워 나가는 또 다른 세계가 되어 주었다. 그녀의 초라하고 지루한 일상을 귀족적 화려함과 신분상승으로 보상받고 싶었다. 
엠마는 상상을 좋아한다.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엠마를 진짜 그렇게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샤를과의 결혼이 아무 감정도 감흥도 불러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세상에, 내가 왜 결혼을 했지?"
-107.

결혼 전에는 그녀가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였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랑도 행복도 그녀 주위에서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이쯤되면 엠마는 생각할 것이다. 책에서 배웠던 아름답고 몽환적인 열정, 사랑, 행복, 도취...... 모든 기품있고, 세련되고, 전부였던 말들이..... 전혀 공감된 의미로 와닿지 않을 때. 그녀는 마음 속 구석구석 드리워진 거미줄을 걷어내고 알아내야 할 터였다.
엠마가 현실과 상상 간의 거리를 줄여나가지 못하고 자꾸만 자신의 뜻과는 어긋나게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자신에게 상처 주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도 우리가 엠마처럼 똑같은 일들을 되풀이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해진다. 헛일이었다. 더 나은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를 해 보지만, 현실에서 부딪히는 이런저런 장애물들은 결국 사람이거나 보이지 않는 편견이거나 나의 열등감이거나......  
심지어 엠마는 아들을 원했지만......,

남자는 적어도 자유롭다. 그런데 여자는 계속 금지에 부딪힌다. 무력하고도 유순한 여자는 연약한 몸과 법률의 속박에 직면해 있다. 언제나 욕망에 끌리면서, 적절하게 행동해야 하는 관습에 붙들린다. 어느 일요일 여섯 시쯤, 아침 해가 떠오를 때 그녀는 아이를 낳았다. “딸이야.” 샤를이 말했다. 엠마는 머리를 옆으로 돌렸고 정신을 잃었다. 
-159.
  
이제 엠마에게 샤를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다. 무도회에서 함께 춤을 추었던 자작, 로돌프를 향한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이 그녀를 파멸로 이끌고 있다. 도산 위기에 직면했고, 로돌프는 그녀를 버렸다. 게다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현실 속의 공포와 상실감,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끝자락에서 엠마는 별거 아닐 평화로운 죽음의 통과의례를 지나 다른 세계로 운명처럼 건너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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