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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비판적 독해
이언 파커 외 지음, 배성민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1월
평점 :
지젝, 비판적 독해
-글항아리 펴냄

우리는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타임 라인 위에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9년 12월에 점을 찍고 2년짜리 눈금에 밑줄을 긋고 있는 중이다. 지구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이슈를 들고 일어나는 피켓 참가자들은 사회가 또는 국가가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를 바라고, 행동해 주길 바라고, 해결해 주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이 상황 속에서도 극한의 이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럼 이런 사회적 반향들이 나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일까. 우선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식으로도 감성으로도 밖에서 외치는 피켓 그들의 삶을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촘촘한 사회망 유기구조에 비해 내가 알고 있는 영역들의 얄팍한 지성은 내 목소리를 지조있는 시그니처로 철학할 수 없다.
그런 뜻에서 지젝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다양한 상황을 포착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과 같다. 그가 논하는 세계는 난해하기도 하고, 독창적이기도 하기에 더불어 <지젝, 비판적 독해>를 통해 8명의 학자들과 살떨리는 논쟁의 장을 들여다 보게 된 것이 아닐까.
그가 참견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헤겔과 마르크스, 라캉스러운 정치적 견해와 인종, 계급 차별을 쟁점화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의 위기를 예표하는 가상현실, 환경 파괴, 지구온난화, 앱뉴노멀, 포퓰리즘, 젠더사상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지식확장을 뛰어넘어 최고의 지성인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총체적 난관에 놓여있는 듯한 지구의 위기는 팬테믹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처한 삶의 무게 총량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사회적 위기가 닥쳐와도 여전히 돈의 흐름에 휘둘리는 계급으로 표류하는 노동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생산수단을 소유했을 뿐이지 생산부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계층의 갭을 뛰어넘기 위하여 부단히 자기계발을 하고 좋은 일자리를 찾고, 스펙을 쌓아 경쟁도구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한다. 그러나 나는 부유한 개인이나 기업 시스템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노동 계급이라면 나의 시간 외의 잉여 가치를 생산하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새로운 경제 질서를 갈망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정치와 경제 활동의 목적은 과거나 미래나 달라질게 없을 것이다.
역발상을 해보자면, 지젝은 우리에게 논쟁하고 비판하길 권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국가정치적으로 갈등을 겪는 사안들을 돌출하고 어떤 사회를 희망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검증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이런 일말의 연대적 행위들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생명에 직결된 상징화 체계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의견을 제시하게 하고 비판하게 만든다. 이것이 지젝이 말하는 헤겔의 상징과 현실의 거리를 줄여나가기 위한 화해로 변증법적 해석의 실마리를 푸는 단계적 진보일지도 모른다.
어렵고 기이했고, 정치사상가들의 이론과 정신분석학을 융합한 그만의 인식체계들이 내 입맛에 쉽게 감칠맛을 당기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러했던 지젝의 지젝스러운 독특한 레시피가 자꾸 중독성을 일으킨다. 옳고 그르다를 떠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중심축이 꽂힌 구심점은 어떤 알갱이들로 모인 것인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 보고 새로이 발견하는 프리즘 사상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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