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 - 1세대 페미니스트 안이희옥 연작소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역사가 된 일상의 기록
안이희옥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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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신간살롱
『안젤라』​​




안이희옥 (지음) | 열린책들 (펴냄)

다시 일어서는 힘.
돌이켜 생각해 보니 자신의 성격대로 불의를 못참고, 불평등을 못참고,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천성이었는데 불현듯 그런 당연한 일들이 무언가에 의해 불편하고 당연하지 않은 일로 와해각인되어버린 것들. 보이지 않는 벽은 더욱 두터워졌고, 대화와 소통보다는 명령하고 밀어붙이는 힘이 더 심플하고 먹히는 세상. 불통과 벽통이 통하는 사회가 당연한 듯 되어버린 세상.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어제 오늘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묵은 통념이 즈려 밟혀져 단단해진 세상.

<안젤라>를 읽는 내내 나도 그랬던 거구나 ...싶어 한번쯤 나의 개인사를 재정비하고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다. 소소한 일상이 역사가 되고 한 땀이 되고 다시 일상이 되는 쳇바퀴 통을 돌리며 세대를 넘겨주는 여성의 이름을 각인시켜본다.
안젤라는 유신 정권 군부 독재 시절 국가 폭력에 휘둘린 모진 고문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 때문에 평생을 고생하며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그 삶의 억울함은 아무도 모를거다. 이렇게 글로라도 풀어 속을 긁어내지 않으면 소통을 꿈꿀 수 없을 거다.
<안젤라>에는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자신의 온전한 삶인데도 주체적으로 살 수 없었고, 피동적으로 살아냈으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한계에 눌린 자신의 대물림에 관하여 소시민들에게 심판받고자 고백하는 이야기들로 들렸다. 
무섭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내 어린 시절, 나의 연대기에 일어났던 일들이라 생각하면 나의 무지함과 아둔함에 기록들을 파고들게 된다. 읽고 또 읽고. 읽다보니 과거사가 아닌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현대사로 매듭지어져 넘어온 비상식적 권력과 제도적 폭력에 다시 광장 양심선언을 하고 싶어졌다. 
어디서부터 이 뜨거운 울림이 솟아오르는걸까.

<안젤라>는 우리에게 광장과 시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자유분방한 사상체계를 허락해 준다. 어디서나 한결같이 고군분투했던 여성들의 투쟁의지가 와닿았고, 물질적 빈곤 상태와 소외계층으로 살아가느라 숨의 결이 위태로운 그녀들의 이야기가 나의 편견과 무지를 건드렸다. <안젤라>는 그렇게 우리를 인정하며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라고 말해준다. 나를 인정하고 다독이는 힘. 이것이 불의와 불공정, 보이지 않는 권력과 폭력에 맞서는 나의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안젤라가 재심받기를 결심하며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 반기를 든 죄목은 긴급 조치 9호 위반. 영장없이 체포가 가능하다는 무시무시한 법폭력이 깔려 있다. 그 어떤 상황이라도 말만 엮으면 위반 내역에 리스트를 올리는 건 이중 펜대와 무력 시해 고문이 앞장선다. 유신헌법 부정, 반대, 왜곡, 비방, 개정 및 폐기의 주장 혹은 청원, 선동 이를 보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는...... 이렇게 모두가 낚인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도 몸이 기억하는 폭력의 잔혹성은 안젤라가 이 개인사를 기록해야만 하는 당위성으로 일어났다. 정신이 기억하는 그날들의 악몽은 소소한 행복을 꿈꾸게 했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 가기를 소원하게 했다. 지금도 여러 곳곳에 숨어 웅크리고 있는 안젤라가 있다. 그리고 더딘 변화 속에서도 여성의 가치를 누리게 하고자 힘쓰는 수많은 소시민 안젤라가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모두가 안젤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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