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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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 - 신간살롱
『밤이여 오라』​​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펴냄)


밤이여 오라...이성아 장편소설.
제목을 대하고 사전 지식없이 작품을 상상했을 땐 핍박받았던 울분의 거친 저항 의식이 깔려 있을거란 짐작을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함을 알려주고 지금은 해결이 없는 상황이지만 앎 자체가 해결의 행동 시작이라는 굳은 믿음을 갖게 하리라 생각했다. 평화와 인권을 수호할 미래를 향한 열린 문이우리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말이 되겠지, 라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 정리를 하면서 첫 장을 열었다.

제 9회를 맞이한 제주 4.3 평화문학상은 9편의 주옥같은 문제작들을 수상작으로 내었을 것이다. 최근을 검색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게는 너무도 생소하던 평화문학상이었다. 어디 이런 역사의식의 자각을 깨우는 중요한 활동들이 이뿐일까. 내, 스스로가 저절로 부끄러워지는 역사 의식의 결핍이다. 

“취조실에서부터 시작된 이명증세와 악몽은 출소 후에도 이어졌다. 악몽은 종종 환각을 불러왔다. 발작처럼 착란에 빠지기도 했다. 착란 속에서 나는 마르부르크에 있었다. 나는 기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텅 빈 우체통을 들여다보면 거기 오도카니 앉아 있는 내가 보였고,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를 내 것인 양 타고 달렸다. 수많은 내가 여기저기에서 기표를 기다렸다. 내가 너무 많아서 기표가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바심쳤다. 때로는 맹렬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쫓기고 있었고 숨을 곳을 찾았다. 마침내 숨었다고 생각한 곳이 갑자기 광장처럼 탁 트이는가 하면 감옥처럼 사방이 막히기도 했다.”
- 147쪽

<밤이여 오라>는 나의 선입견과 편견을 완전하게 깨부숴버린 부드러운 칼침이다. 물안개가 서서히 피어오르듯 짙고 어두운 사유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덤덤하게 진술하하는 인물들 내면의 트라우마를 따라 시공간을 주행한다. 그러면서 어렵지 않게 마주하는 '국가폭력', '내전', '집단학살' 같은 누군가의 이야기 같은 사건들을 만난다. 불현듯 어느날 갑자기 겪게 되는 이숙이의 지극히 사적이었던 가족사와 개인사가 국가폭력에 압도되어 빨갱이로 몰리고, 종북간첩으로 몰리는 억울한 일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시간을 흘러왔다. 한국의 한국인의 근현대사라는 폐쇄적 시안을 초월해 세계시민들도 똑같이 겪고 있는 국가폭력의 사례들을 잇대어 살펴보니 그들의 시대와 우리의 시대를 움직이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권력을 향한 집념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누구니?
나는 너에게 누구였니?
그대로 덮어버릴 생각도 했다.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은 내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안 되는 게 있었다.
보이지도 않고 형태도 없던 것들이 부득부득 되살아나 발을 걸었다. 마음을 연다는 게 대화가 통한다는 게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해주었던, 대책 없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던 말들. 말은 비눗방울처럼 둥둥 떠다녔다. 나는 비눗방울에 걸려 넘어졌다.
그때 누나라고 부르던 상운이 떠올랐다.

형이 안기부에 끌려간 것 같아요.”
- 69쪽

변이숙이 한나가 되어 발칸 반도를 짚어보는 땅 밟기는 어떤 느낌일까.
그녀가 품은 가슴은 무엇을 말하기 위한 준비일까. 
<밤이여 오라>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려본 질문들이다. 한나는 국가에 표출했던 분노를 넘어서 수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오랜 동안 땅 밟기를 멈추지 않았다. 같지만 다른 얼굴들의 슬픔과 악몽들이 위로 받고 제대로 위안 받는 길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길밖에 없다. 그녀가 가슴으로 말하고 싶은 건 그만 멈추라...... 재심을 신청하는 날, 그녀는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이다. 이제 그만 용서를 구하고 폭력을 멈추라...... 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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