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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화성의 시간
유영민 장편소설 ㅣ 자음과모음

타인의 표정과 생각을 읽어낼 줄 안다는 건 나에게 그 일이 가능한 민감도가 상당히 높다는 뜻일 것이다. 타인에 대한 민감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타인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이 모든 우주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알력의 사건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서로를 상관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화성의 시간>을 읽으며 내내 들었던 생각은 그것이다. 1억6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행성이지만그 거리가 뭐란 말인가. 결국 물리적 시간과 정서적 시간의 간극은 공허와 허무함이 가득하고 극복하지 못하면 더는 영혼과 기회조차 얻기 힘든 지루한 거리로 남겨질 것이다.
형사를 그만두고 민간조사원으로 일하는 성환은 학교폭력으로 딸을 잃어버린 그 후의 세월을 잘 지내고 있다는 영혼의 신호를 계속 보내며 살아간다. 6년 전 홀연히 사라진 문미옥. 그녀가 흔적으로 남겨 놓은 것이라고는 어린 딸과 남편, 그리고 보험금 30억원의 기회이다. 보험금의 최대수혜자는 그녀의 남편, 오두진.뭔가 미심쩍은 실종사건을 살해사건으로 심증을 굳힌 그녀 친오빠의 사건추적 의뢰를 계기로 이야기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한다.
전쟁이란 가장 인간적인 영역이 아닐까요?
어쩌면 전쟁은 인간이 삶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일지도 몰라요.
우리 모두가 숱하게 치르는 내면의 전쟁을 떠올려봐도, 그것은 자기애의 한 표현이고, 뜨거운 정열 없이는 절대 실행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 점에서 그리스신화의 마르스가 전쟁과 정열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은 퍽 의미심장하죠.
167쪽
작가가 바라보는 전쟁과 인간의 내적 욕망의 동일시 관점에 공감한다. 문미옥이 왜 실종됐는가에 물음표를 던지고 쫓는 보험조사원들과 경찰들의 조사는 사건 해결 과정 중 국내 실종자 실태 팩트의 진실을 고발하며 지금도 수많은 미해결 사건들이 산재해 있다는 경각심을 독자에게 일깨워준다.
'여보'라는 단어가, 그 의미심장한 단어가, 왜 그렇게 가슴에 사무치던지. 그러나 사무침 속에서 제가 한 남자의 아내라는 사실과 한 아이의 어미라는 사실이 자각되며 그동안 텅 비어 있던 제 속이 뭔가로 가득 채워지는 듯했어요.
181쪽
문미옥이 어떻게 실종됐는지 의아해 하며 그 질문에 근접해 가는 성환의 심리 프로파일 추적은 예리하고 치밀하다. 특히 도덕적 갈등과 인간적 연민 사이에서 인간의 생명을 대하는 중심 축이 무엇 때문에 흔들리게 되는지 고민해 보게 된다. <화성의 시간>은 멈춘듯 흐른듯 알 수 없는 정적감이 흐르는 소설이다. 섬세하고 은밀하게 인물들의 억울한 시간을 추적하고, 그들의 공허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상처를 치료해 준다. 그들의 아픈 과거를 들어만줘도 그들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남의 눈을 거쳐야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바로 타인에 의해 변화되고 성장하는 것이다. 어려운 고비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한 단계 오르는 인간의 성숙은 오직 사랑으로 관계의 거리를 채우는 것뿐이라는 걸 인물들을 통해 느낀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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