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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안희정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데브라 N. 맨커프(지음) | 안희정(옮김) | 윌북(펴냄)

매일챌린지를 진행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 대한 다양한 배경 지식을 전수받은 기분이었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제목 답게 시크릿 코드가 숨겨져 있는 55개의 작품과 작가들이 주제별로 담겨 은밀한 감상 포인트를 알려 주었다.
8개의 챕터로 콘텐츠를 분류했는데 주제와 작품을 확장해 가는 순서 배열 역시 초보관람자 입장에서 친절하고 배려가 담긴 열정 큐레이터의 구상과 의도가 단연 돋보인 느낌이었다. 그만큼 데브라N. 맨커프님의 구상이 내 입맛에 맞다는 것일테지.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는 기분으로 첫 장을 펴면 '물감 속을 꿰뚫어 보다'라는 주제로 작품의 풍만한 색채감과 독특한 색채 질감을 자랑하는 대표작이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하지만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어떤 작품은 그 작가만의 독특한 시그니처로 미술사를 깜짝 놀래키기도 한다.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자신만의 재료를 사용해 작품을 만든 작가는 작품에 서명과 제작 날짜를 남기기도 한다(15p.).
시그니처는 이뿐만이 아니다. 2장에서 "표면 아래"라고 말하는 것처럼, 시간이 오랠수록 재료가 변질되거나 떨어져나가기도 하고, 복구나 수리 중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때론 의뢰자의 입맛에 맞춰 추가되거나 삭제된 밑층이 드러나지 않던 표면 위로 떠오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작가의 생각이나 작품의 스토리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때로는 전형적인 기법, 전통적인 고정관념, 이미 굳어진 화풍 때문에 더이상 관람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거나 의례적 감상으로 지루함이 넘쳐난다면 참신한 변화에 눈을 돌릴 필요도 있을 것이다. 비밀 코드를 재해석하며 작품을 감상하다 3장 착시의 미술 편으로 넘어오면 <믿을 수 있는 공간, 믿을 수 없는 환상> 아래 원근법과 착시 효과 표현 기법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방 전체 벽과 천장에 그려진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리고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중반쯤 들어오면 4장 정체를 숨기다 편을 만난다. 미술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에 정체성을 불어넣는다(93p.) 자신의 그림 속에 자기 자신을 그려 넣어 작품의 의미를 더해준다. 물론 관람객은 왜~ 라는 질문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헤치려 즐거운 감상 놀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분분한 해석, 미스테리한 가설, 아직도 베일에 쌓여 풀리지 않는 그림의 역사. 그리하여 관람객은 더욱 열광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에 의해 열릴 작품의 비밀을 기다린다. 때론 시대적 배경과 사상, 종교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의 검열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파괴되는 작품들도 있다. 작품 또한 시대의 아픔, 혹은 타락한 사회, 추락한 도덕성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권력과 압력으로 인해 강제 해체되거나 훼손되기도 한다. 이런 내용을 5장 <검열>에서 다룬다. 개인적으로 5장의 내용을 의미심장하게 읽어 나가며 내가 새로이 알게된 나만의 미술사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검열을 피하고 작품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6장 <비밀스러운 상징>을 활용하는 것은 작가가 부릴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다. 상징체계가 갖는 의미들이 세월의 흔적에 따라 소실되거나 부재될 수는 있어도 거짓되고 별개의 또 다른 사유로 상징될 수는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이 고도의 기술을 활용해 작품의 새 생명을 불어넣기도 한다. 잊혀진 것들의 숨은 의미를 찾아 그림 속에 그려 넣으면 관람객들과 미술사학자들은 비밀 코드를 찾기에 바쁘다.
개인적으로 8장의 주제가 마음에 담긴다. <완성되지 못하고, 훼손되고, 파괴된> 이라는 주제를 따라 남겨진 작품들을 만나보니 더욱 인상깊다. 우리는 깨지거나 손상되고, 파괴된 작품을 보고 전체 모습이나 원래 형태를 상상한다. 하지만 미완성의 작품을 완벽한 작품으로 받아들이면 더욱 정직하게 작품을 생각할 수 있다(205p.) 완성되지 못한 의도는 그대로 공명 상태로 2% 부족한 자리를 여운으로 남겨둔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대로 완벽해지고자 하는 것인지 자꾸만 그 빈 자리를 눈엣가시처럼 아쉬워 하기도 한다. 현대미술사는 또 어떨까. 혁신과 창조, 파격적인 작가 정신이 각광받는 시대, 개성이 도드라지는가 보여준 경매장 파쇄 작품 이벤트처럼 파괴 조차도 창작 활동 범주로 정의해 주는 지금이 예술활동 하기 가장 좋은 전성시대이지 않을까.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을 덮으며 작품의 감상 포인트 감을 잡을 줄 아는 나만의 표준들이 줄을 선 느낌이다. 미술을 이해하고 싶은 입문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잘 생긴 미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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