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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4
귄터 그라스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4
고양이와 쥐
귄터 그라스 작품 ㅣ 박경희 옮김
<고양이와 쥐> 한 편만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통찰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단치히 3부작으로 묶을 양철북, 개같은 시절, 그리고 고양이와 쥐를 모두 봐야 독일과 폴란드 전쟁역사와 지정학적 관계, 그리고 나치즘이 국가와 개인에게 미친 사상적 영향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고양이는 실체가 있어 소설 내내 그들의 행위를 따라가지지만 쥐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온전히 나의 몰입이 필요했다. 특별하게도 귄터 그라스의 개인적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자전적 고백의 구성을 취한 짜임이 책을 읽는 나로 하여금 주인공 말케의 친구이며 화자인 필렌츠의 선택과 감정의 변화를 숨죽여 따라가게 만들었다.
또한 문학적 장치로 풍부한 은유와 비유가 사용되는데 거의 대부분이 다양한 신화를 비롯한 고전 속에서 인용된 것들도 있고, 독일과 폴란드의 디테일한 사회문화적 상식을 알지 못하면 그 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유머와 코믹, 절묘한 풍자들이 작가와 작품을 두고두고 해석해 볼만한 가치를 준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말케는 광대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꿈과는 멀게도 전쟁 영웅이 된다. 왜 하필 광대와 전쟁 영웅일까. 공연이 시작되면 자신의 진면모를 숨기고 관객의 만족을 위해 항상 완벽한 연기를 해야만 하는 광대, 관중의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먹고 사는 광대, 그리고 조국을 전쟁의 승리자로 이끄는 군인의 삶. 자신의 영광이 만천하에 드러날 영웅이 되어 돌아온 말케의 변화.
이런 말케를 필렌츠는 질투하는 것 같기도 하고 파괴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응원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게 조용한 수동적 자세로 써 내려간다.
사실 실체없는 쥐의 이미지는 말케의 유난히 툭 튀어나온 목울대뼈로 상징된다. 울대뼈는 말케의 치명적 아킬레스건과 같다. 숨기고 싶은 못난 부위. 말케는 이 울대뼈를 가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나약하던 말케의 체력도 침몰한 소해정을 드나들며 이것저것 울대뼈를 가리기 위한 물건들을 밖으로 가져나옴으로 인하여 잠수실력도 늘고 목에 걸고 다니는 것들도 점점 늘어난다. 그렇지만 말케의 친구들은 그런 말케를 추켜세우면서도 돌아서서는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한다. 광대와 전쟁영웅, 돌아온 영웅은 학교에서 간증과도 같은 영웅담을 늘어놓고, 사기를 북돋우며, 학교는 이를 부추긴다. 이 모든 것들이 전쟁과 나치를 옹호하는 사탕발림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진실하지 못하고 왜곡된 궤변을 늘어놓는 것 같다. 고양이들은 말케의 울대뼈가 어떤 소리를 낼지는지 궁금해 한다. 그래서 들어보려 부추긴다.
광대는 아니지만 전쟁영웅도 결국 나라에 조종당한 광대일 뿐이다.
말케가 유독 탐했던 전쟁 영웅의 목에 걸려 있는 훈장.
그는 말케의 학교 강당에서 전쟁 무용담을 간증하고자 방문한 수많은 쥐들 중 하나였을까. 그의 목에 걸려있는 기자십자철십자장은 그이 올대뼈를 역시 가려주고 있던 걸까. 말케에게도 딱이었다. 그래서 말케가 이걸 훔치는걸까. 더불어 같이 붙어온 영웅적 무용담도 말이다.
이 훈장을 봉봉이라고 부른다. 이 말이 참 재미있다. 봉봉은 사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작가는 훈장을 봉봉이라고 부른다. 결국 전쟁을 미화한 사탕발림, 달콤하게 되뇌인 영웅주의를 위장한 봉봉이었던 것이다. 집단적 책임의 문제를 책임회피로 일관하기 위한 연기 아닌 연기를 모두의 앞에서 박수갈채를 동원해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각없음이란 것 조차도 아직 알지 못한다. 봉봉이니까.
고양이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말케의 목적은 크고,
언제나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늘 주목을 받았다.
우리도 언제든 고양이일수도 그리고 쥐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만 한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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