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등진 나. 일호.
하지만 그건 내 의지가 아니다. 다른 사람 탓이다.
억울하게 나의 하루를, 일상을 빼앗기고 죽음을 맞게 된 일호의 이야기다.
그러면 누구 탓을 해야 하냐고?
바로 잘 나가는 아이돌 랩퍼인 같은 학교 동급생 나도희.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려는 나도희를 구하려다 얼떨결에 같이 떨어져 버렸다.
나도희 탓이다.
이 이야기에서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모두 13명. 저승으로 가기 전 중간 캠프에서.
이들은 6월 12일 한 날에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어버린 자들이 모인 장소다.
이들을 이끌 두 저승 사자는 마천과 사비.
한 번 잃은 목숨은 되돌릴 수가 없다. 내게 주어진 생명의 시간을 소중히 잘 써야하는데 힘들고 때로는 어려운 고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한 현재와 미래. 그 선택에 응당한 댓가를 치뤄야만 하는 곳이 저승이다.
지금이 힘들다고 포기한 나의 영혼이 그곳에 가면 과연 편할까?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구원받아 좋은 길로 저승을 가려면 높은 분을 만나 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오디션을 통과해야만 한다. 탈락은 안된다. 기회는 10번!!
무엇을 보여주든 그것은 자유다. 다만 배정된 각자의 심사위원 한 명씩을 꼭 울려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일호는 자신이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순전히 나도희 탓이다.
저세상에 오류가 생겼다. 사자 마천과 사비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정체는? 어떤 오디션을 준비해야 그들을 감동시키고 통과할 수 있을까?
제발 저승 가는 길만이라도 꽃길로 가고 싶다.
자신의 생명을 놓아버릴 정도로 삶을 고통스럽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보낼 시간들을 공평하게 만들었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아라.”
비관적이고 우울하고 힘들다고 모두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닐거다. 때론 억울하고, 불의함에 분노가 치솟고, 어떤 사고에 의해서도 죽음을 맞이할 때가 있다. 우리는 각자가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한 사후의 길은 알 수가 없다. 모두의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상상, 그리고 상상 속에서 이뤄지는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나에 대한 미안함.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만의 열린 결말이 다가온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해줘야 할까.
그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해 본다.
“제발 죽지 마라! 죽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모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시간들.
나에게 주어진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는 시간들.
허비할 수 없다.
내 목숨은 내 것이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우리의 목숨이 되기도 하는 시간들.
<저세상 오디션>은 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식당2 버전이다.
나 자신과 우리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왔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면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살았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행복엔 분명 다양한 웃음소리가 함께 할테다. 책 속에 나왔던 13명의 영혼을 우리는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사연을 들었다.
우리는 책 속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이웃의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관심과 배려가 더 나은 삶을 선물로 줄지도 모른다. 소중한 나를 그리고 너를 아끼고 보듬을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생 일대의 선물 말이다.
*이 책은 책좋사에서 서평이벤트로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기록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