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의 첫 데뷔작, 동시에 2018년 코스타 북어워즈 신인소설상을 거머쥐게 만든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600쪽이 넘는 긴 호흡의 스토리임에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모든 크루 하나하나에 연결고리를 숨겨놓았다.

 

 

 

SF 미스터리라 여기고 펼친 첫 장.

체스판에서의 밀고 당기는 브레인 싸움을 하다가 신의 한 수를 노리듯 잽싸게 훅을 날리면서 치고 빠지다 위기를 넘기는 순간 게임오버~. 주인공은 위너임을 자축하며 복기하다 엔딩이겠지~,를 그려봤다.

하!!!...... 너무 가볍게 본 단순한 나의 추측이었다.

 

 

주인공 에이든 비숍.

등장부터 긴장감이 넘친다.

배경은 블랙히스, 하드캐슬 경의 고풍스러운 대저택. 이곳에서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오늘이다. 비숍은 숲에서 미친 듯이 길을 헤매며 애나를 찾는데 독자가 이 기묘한 분위기에 빨려 들어 압도당하게 만든다. 귓가에 맴도는 낙엽 으스러지는 소리, 그리고 단발의 총성. 정체를 알 수 없는 애나를 본능적으로 찾는 중인 비숍은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다.

쫓고 쫓기는 소름 끼치는 소리들의 묘사에 정신을 빼앗기나 했더니 타임슬립을 하는 중이다. 애나는 사라지고, 비숍은 다른 호스트의 육체로 들어가 그 사람의 정신으로 오늘의 상황을 파악하려 애쓴다. 이러기를 여덟 번. 일곱 번의 죽음. 동일한 오늘을 살아내면서 호스트를 이어가는 게임은 계속된다.

게임에 초대된 나는 어느덧 몸을 이동해가며 비숍과 함께 살인자를 밝혀내려 애쓴다. 여덟 명의 호스트는 인간 본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만약 실패한다면 비숍 본연의 자아는 스스로 괴멸되고 이 운명 같은 게임 속에 영영 갇히게 된다. 나올 수 있는 출구가 없다.

 

 

에블린 하드캐슬, 가장무도회에서 살해당함. 블랙히스 대저택에서.

비숍이 운명처럼 넘나드는 여덟 명의 호스트들을 포함한 가장무도회에 초대된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비숍이 살인자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호스트 육체 이동을 하는 동안 에블린 하드캐슬은 유감스럽지만 매일 죽어야만 한다.

비숍이 에블린 하드캐슬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자신의 인격은 점차 사라지며 여덟 명의 호스트 인격체로 경험한 각기 다른 관점의 살인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해야만 한다.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애써 뒤져본다.

기억은 손끝에 닿을락 말락한 거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기억은 어둠에 묻힌 방 안의 가구처럼 무게와 형체를 갖추고 있다.

약간의 불빛만 들인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7.

 

 

기억을 되찾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진실한 듯 살아내지만,

돌이켜 보면 나의 진실은 내 안에서만 유효하다.

이를 타인의 인격에게 강요할 수 없을 것이다.

비숍이 호스트들의 인격체를 통해 집요하게 증명하고자 하는 기억에 대한 진실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강한 확신 때문이지 않을까..

 

 

난 우리가 왜 이곳으로 끌려왔는지 몰라요.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하지만 우린 이 부당함을 증명하는 데 집중해야 해요.

거기에 휩쓸려 괴물이 될 게 아니라.

418.

 

 

블랙히스 대저택에 하드캐슬가의 오랜 숨겨진 가족사를 맞닥뜨리면 가슴이 뭉클하다. 에블린의 죽음과 애나의 정체가 나의 가슴에 남기는 여운이 있다.

나는 어떤 호스트의 인격체와 닮아 있는지 대입해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매일 죽고 있지나 않는지, 이 게임의 승부사 갈림 속에서 나의 한 수는 늘 승리하고 있던 것인지 헤아려 본다. 미스터리 장르라고만 볼 수 없던 순식간의 탐독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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