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현 옮김 / 이소노미아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WHY. 버지니아 울프

 

 

이소노미아에서 출간된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첫번째 책으로버지니아 울프의 <WHY>가 번역된 데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같다.
이소노미아의 사전적 의미는 그리스어로 정의,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이지 않은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에 이름을 올리며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기억해야할 고전으로 살아있는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펜대에서튀어나온 온갖 의식있는 흐름들이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싣고 그녀만의 방에서 뛰쳐 나와, 우리에게 유산이 되었다. WHY 표제작을 포함해 3편의 에세이와 7편의 단편선을 묶어 비주류로 묻힐뻔한 그녀의 문제작들을 통해 여성에 대한 주제 의식말고도 다양한 사회문제를 유연하게 관찰하고 통찰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집에서 여러분만의 방을 차지했습니다. 크나큰 수고와 노력 없이는 힘들겠지만 집세를 낼 능력도 있습니다. (......) 허나 이런 자유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방은 여러분의 것이지만 여전히 텅 비어 있습니다. 그러니 방 안에 가구를 갖춰야 합니다. 장식도 해야 하고요. 남들과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기도 해야 하지요." - 여성의 직업, 32.


울프가 방에 집착을 갖는 건 그 공간을 어떻게 해서든지 의식적인 것으로 채워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젠더, 도덕, 성, 인간관계, 윤리, 미적 아름다움 등 울프는 그 방식이 투쟁이든 문학이든 교화이든 간에 의식의 흐름대로 깨이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노력을 들여 논제를 표면 위로 끌어 올려야 함에 집중했던 것 같다.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개척이지만 그 길을 그녀만의 방을 모델삼아 아무나 보여주는 방을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뒤를 이른 <왜, Why>라는 에세이는 더 강력한 나와 지식인들의 대결구도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내가 무엇을 목표삼아 나아가야 하는지 진정한 깨어있음이 어떤 의미이고, 교육의 참가치가 무엇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하는지 의심하며 성장하길 기대하게 만든다.



마지막 편 에세이, <런던 모험, 거리 유랑하기>편은 압권이다.
"물론 우리는 고독한 자기만의 방을 나선 후에야 이들 무리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방에서는 우리 자신의 기괴한 특성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물건에 둘러싸여 있거든요. 또 그게 예전 경험을 떠오르게 하지요." -48, 49.

긍극적으로는 남성으로부터 독립한 자아가 자력으로 성취를 이끌고, 영혼의 집짓기에 성공했다면 그곳에서 안주하지 말고, 반드시 자기만의 방에서 빠져 나와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자유자재로 자기만의 방과 그 바깥 세상을 들락날락해야만 진정한 자유와 일상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일탈은 최상의 즐거움이에요. 겨울의 거리 유랑은 최고의 모허미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현관 앞 계단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오래된 물건들과 낡아빠진 편견을 감지하고 거기서 안도합니다. 거리 모퉁이마다 바람을 맞고, 접근할 수 없는 수많은 가로등 불꽃에 나방처럼 두드려 맞던 자아는 피난처를 찾아 보호받습니다. 여기, 다시 익숙한 문이 보입니다. (......) 우리가 이 도시의 모든 보물 중에서 유일하게 찾아온 전리품, 연필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 69.


여기까지가 세 편의 에세이를 감상한 나의 기록이다.
천사를 죽여야 살 수 있었던 버지니아 울프.
그녀만의 방을 벗어나 일탈을 즐길 줄 알며 권위적이고 지성인이라 자부하는 남성들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데 조용하고 날렵하게 선제 공격할 줄 아는 아름다운 혁신가였다고 생각한다. 강물에 몸을 던져 자신의 의식과 더불어 육체 또한 흐름에 맡겨야 했던 그녀의 멍에와 고뇌는 거기에서 멈췄지만, 인류를 사랑했으므로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대신하여 이소노미아를 위한 작업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글을 읽고, 누군가는 글을 말한다. 이런 일탈을 매일매일 꿈꾸며 각 사람이 버지니아 울프로 수많은 그녀들로, 그들로 변신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을까. 그녀가 생명을 준 프리켓 엘리스와 같은 남자, 유령들, 안젤라, 이사벨라......
역시 버지니아 울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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