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 권재술 지음 / 특별한 서재

우주를 만지다


 

<우주를 만지다>

제목이 주는 우주에 대한 예의는 두 손으로 보듬어 안아 깨지지 않도록 살살 어루만져 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우주적 상상력을 충분히 끌어 올려 준 삶의 철학같은 책을 만났다.

올해는 물리학과 친해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시간이었다. 워낙 건조한 영역이라 갖고 있는 지식이 짧은 내가 친해지기 쉽지 않아 일부러 더 읽어 보려 선택했던 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우려는 말 그대로 그냥 과잉 엄살이었다.

노을지는 우주를 상상하게 만드는 표지부터 시작해 기름종이로 파른 하늘에 막을 씌어주는 속지 선택까지. 신비로운 우주를 콕 찝어 보는 느낌을 갖게 했다.

우주에는 너희 철학이 몽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네.

윌리엄 셰익스피어

우주 안에 다 있을 법한 시간과 공간과 나 와 너, 그리고 빛.

그런데 이 모든게 사실이 아닐 수 있다. 흐르는 것들 뿐인 우주 속에서 나는 항상 과거를 사는 것이다.

너무 신기한 생각인데 사실 이것이 신기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달은 지금의 달이 아니다. 1.3초 전의 달이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8분 전의 태양이다. 태양계의 가장자리라고 하는 오르트 구름대는 1년 전의 모습,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4년 전의 모습, 북극성은 400년 전의 모습, 안드로메다 은하는 230만 년 전의 모습이다."

-28.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과거라니 사실인데 신기하다. 우주의 속성이라는 것이 이런가보다. 나의 존재를 초월해 만나기를 희망하는 꿈과 미래의 소망, 이 모든 것들이 이미 이루어져버린 과거라는 도돌이에 숙연해지고 한없이 겸손해 진다.

그래서 <별 하나 나 하나> 편은 정말 감동적이다.

팽창하는 우주에서 멀리있는 별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질테고, 빛의 파장도 따라서 점점 더 길어질테고, 그 애틋한 사이를 헤아리기 위해 우리는 속도와 거리를 알아내기 위해 애쓰고, 그 애쓰는 마음이 우주에 닿아 감추어져 있던 비밀을 우리에게 허락한다.

때르릉 걸려오는 전화 소리

나와의 거리를 재는 소리다

......

별과 별 사이

원자와 원자 사이

어제와 내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너와 나 사이

- 43.

이렇게 애틋하게 이름지어 주어도 우주는 무생물에서 탄생한 것이다. 나의 존재와는 분명 다름이 있다. 하지만 <2장 원자들의 춤>을 읽다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빅뱅에서 수많은 별과 그 수많은 은하가 만들어지기까지 우주의 진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원자다. 원자가 탄생함으로써 비로소 이 우주에 존재하는 것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123.

생물도 탄생하는 순간 존재하고 끝내 죽음에 이르듯이,

무생물도 탄생하는 순간 존재하고 소멸되어 가는 과정이 있다.

상상의 한계를 넘나들게 만드는 생각이다. 수많은 생명이 변화와 변이를 거듭해 진화하고 그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사활을 걸듯이 우주 역시 원자의 고유한 존재를 영원불멸의 모습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우주는 아무것도 아닌 허상인 듯 싶고 공허한 듯 싶지만, 그 안에 무수한 물질들이 자신만의 정채성을 드러내는 원자를 소유한채 만난다. 화합하고 끌어당기기도 하며 멀리 보내기도 한다.


<3장 주사위 놀이>에서 이 우주적 인연에 대해서 더 자상하게 풀어준다.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듯이 물질들 사이에도 인연이 있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력, 전기력, 핵력이라는 끈 말이다. 각각 개체이면서 때에 따라 끌어당기기도 하고 구속하기도 하고 자유를 주기도 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한다.

한때 소립자였던 그 꿈 하나,

아버지 꿈 어머니 꿈

아들 꿈 딸 꿈

이 꿈이 붙잡고 저 꿈이 당기고

이 꿈이 소매잡고 저 꿈이 다리 걸고

우주에 꽉 찼던 그 꿈 하나

-169.

나와는 상관없듯 보이던 우주가 조금씩 사랑스러워진다. 만져진다.

너무나도 섬세한 우주적 에세이 한 권을 만난 후 모든 만물이 소중하고 귀하게 보인다. 어떤 인연으로 우리가 만나 함께 생을 태우고 소멸하는 순간까지, 나는 사라져도 사라진게 아닐 것이다.


 

 

 

 

책좋사와 특별한 서재에서 지원해 준 도서를 읽고 썼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