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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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작가의 오늘의 젊은 작가 19, 민음사에서 출간한 장편소설이다.

민음사 출간 책 중 특히 오늘의 젊은 작가 소설선을 좋아한다.

작가들의 예리하고 독특한 시선, 다양한 장르, 소재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배로 증폭시켜 준다. 때론 어렵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읽기에 힘든 문체들도 있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모두 매력있는 선별이다.


 

"꿈미래실험공동주택"

꿈이 있는 미래를 향하는 방향성을 목표로 실험적인데 공동으로 모인다.

그리고 사무실도, 학교도 아닌 주택이다.

모두 열두쌍의 부부를 모시는 곳인데 우선 네 가구가 들어갔고, 그들이 입주 특약에 각서까지 써 가며 공동의 선과 장을 실현하기 위해 식탁에 둘러 앉았다.

구병모 작가를 좋아한다. 작가의 문체를 읽다 보면 아주 장문장이다보니 호흡이 길고, 앞뒤를 곱씹으며 눈을 굴려야할 병렬구조이므로 따라가는 생각이 길게 평평해 진다. 어느 순간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에 내가 묻어가고 그녀의 이야기가 곧 내 이야기처럼 읽혀진다. 독특한 세계관과 문장력이다 싶었는데 작년에 애나 번스의 <밀크맨>을 읽었던 기억에 <네 이웃의 식탁>이 굉장히 흡사한 문장 구사력이구나 생각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꿈미래실험공동주택"

특약은 이랬다.

십 년 안에 세 아이를 갖는 것.

일단 어찌어찌 해보다가 정권이 바뀌면 혹시...누가 알랴? 특약도 때가 되면 흐지부지 사라질 인권보호 차원에서 없어질지도.

하나 둘 낳아 키우기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넉넉은 사치여서 청약률 높은 경쟁을 뚫고 당첨된 네 이웃의 이야기를 한다.

전은오, 서요진

신재강, 홍단희

고여산, 강교원

손상낙, 조효내

그리고, 각 가정의 영유아들.

우선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의 위치가 참 애매하다.

경기 외곽이긴 한데 교통시설 확충이 아직 미비하고, 그래서 자가로 이동하지 않으면 곤란한데다 수도권까지 거리도 그닥 가까운 편은 아니다. 편의 시설도 아직은 부족해 뭐든 쉽지 않은 거리에 거리를 둔다. 한번 삐걱거렸다 입주를 시작한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런 곳에서의 생활 기반을 잡는다는게 돈 때문이 아니면 결정하기 쉽지는 않았을 중산층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할 육아 문제가 대두된다.

머리를 맞대고 담론을 시작하게 만든 거대한 대리석 식탁.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의 아이콘인 이 식탁에 둘러 앉아 네 이웃의 인사를 시작으로 함께 해요~라는 슬로건을 홍단희 중심으로 시작한다.

순번을 정해 크고 작은 일들을 사서로이 함께 나누며 공동으로 책임을 지기 시작하는데 결코 쉽지만은 않다. 여기저기 새 나오는 잡음과 이웃간의 미묘한 성적 발언 수위가 관계를 어그러지게 만들고, 그들의 삶 속에 공과 사 구분없이 깊이 잠식해 부부간에 균열을 일으키게 만든다.

있을법한 상황 설정에 내 얘기일 수도 있을 인물 캐릭터들의 생활 반경, 내가 짊어지고 있는 고민과 갈등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한 그들의 속사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깜짝 놀랐다.

모두 같은 생각이겠구나, 싶으니 더욱 씁쓸한 회한이다.

특히 요진의 캐릭터는 십중팔구 내 모습이다.

출퇴근 길에 행복카를 같이 타던 내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이야기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나는 그때 말하지 못했던, 행동하지 못했던 단호함을 요진은 하고 있어서 내 깊은 곳의 상처가 힐링되는 느낌도 있었다.

지금은 흐릿한 기억이지만.

개인주의식으로 관심 반, 거리두기 반으로 살아오던 이들이 공동이란 이름 아래 얼마나 알기자기한 꿈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아이 셋은 낳을 수 있을까. 어느 정도를 배려하고 감수하고, 이해하고 베풀어야 서로 악감정 없이 호탕하게 지낼 수 있을까.


 

네 가정은 각기 다른 삶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우리의 진짜 군상을 담고 싶은 작가의 의도라 생각하며,

그래도 중요 키워드인 돌봄, 품앗이, 공동 육아라는 선에서 생각해 보자면,

여전히 여성의 위치가 위태롭고, 피로하며 허기져 있다는 데 공감안할 수가 없다.

정부의 출산 장려를 독려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탁상공론의 정책이 공동 주택의 대리석 식탁으로 변모하여 상징성을 보이고, 그 상징적인 쓸모없는 식탁 위에서 서로의 부족함과 한계를 개인의 책임인양 한번 더 잔인하게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결론을 말하자면, 답답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그려져 끝없이 공감하는 <네 이웃의 식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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