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도둑
해나 틴티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문학동네 #착한도둑 #해나틴티 #리투서평단

 


착한 도둑

THE GOOD THIEF

해나 틴티 장편소설

엄일녀 옮김

 

R.E.N. 12살 소년, 고아.

뉴잉글랜드 지방의 성 안토니오 수도원에 속해 있는 보육원에 기거하는 아이.

렌은 그냥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는데 어릴적 기억이 하나도 없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형제에 대한 기억은 물론 없다. 아이를 입양하거나 값싼 노동 인력이 필요하다면 한번씩 이곳 보육원에 방문하는 낯선이들이 있다. 그런 날이면 모두가 희망을 품고 선택받길 기도한다. 렌 역시 그런 아이들 중 한 명이지만, 렌은 번번히 탈락이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줄지어 선 렌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때마다,

다른 아이가 선택되는 것을 지켜볼 때마다,

그리고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렌의 흉터는 점점 더 근질거렸다.

30.

 

렌은 가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물건을 훔친다. 가려움은 질투와 시기, 절망, 좌절, 포기, 운명을 쥐고 있는 모든 마음의 근원이므로 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없어져야할 생채기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럴 수 없다.

왼손 손이 잘린 뭉툭한 흉터. 렌은 그루터기 아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드디어.

렌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동생을 찾으러 왔다는 남자, 벤저민 냅은 대번에 렌이 자신이 찾고 있는 잃어버린 어린 동생이 틀림없다며 가족임을 확인시키고 보육원으로부터 렌을 구원한다.

렌은 성 안토니오의 <성자들의 삶>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기적같은 이야기들을 꿈꾸며 냅과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보육원 밖에서의 새출발.

하지만, 오렌지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꿈은 먼발치. 댓가를 치뤄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훔치는 일은 다반사고, 이젠 거짓말까지 노련하게 할 줄 안다. 동정심도 유발시키며 능청스럽게 표정을 지을 줄도 안다.

렌은 착한데 도둑이다. 기도할 줄 알고, 우정과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정의로운 도둑이다. 은혜를 잊지 않는 마음 여리고 사랑할 줄 아는 천사 도둑이다.

벤저민을 따라나섰지만, 진정한 가족을 찾기란 쉽지 않다.

벤저민은 입만 번지르르 해 보이는 허풍쟁이 사기꾼, 동업자 톰과 한팀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떠돌이 약장수,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마다않는 무덤 약탈자, 급기야는 시체 도굴마저......그리고 무시무시한 쥐덫공장에서의 총성들. 복수심에 불타오른 맥긴티 외삼촌과의 만남, 그리고 잔인한 모자단.

물론 그 와중에 산송장이 될 뻔한 실인청부업자 돌리를 구해주는 기적같은 일도 벌어진다. 그 후 돌리와 렌이 보여주는 깊은 우정은 감동 그 자체다.

보육원 밖의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렌은 이 모든 일에 엮여 현실이지만 비현실적인 오렌지들을 실컷 맛보고 있다.

렌이 상상하던 달콤한 오렌지 맛일까, 그것은 과연.

외로운 미망인 샌즈부인을 만난 일은 렌에게 행복 그 자체다.

물에 빠져 죽은 아이를 기억하는 샌즈부인.

렌은 그리운 엄마와 집에 대한 기억을 샌즈부인에게 빗대어 찾아보기도 하지만,

퉁명스럽기도 하지만, 어쨌든 렌에게 마음 따뜻한 샌즈부인은 특별한 사람이다.

샌즈부인을 향한 렌의 연민이 잔잔하면서도 살랑거리는 봄바람처럼 그려지고 있어 애틋한 생각이 간절하다.

 

렌은 단 하나, 기적을 갖고 싶었는데......

벤저민 냅은 렌에게 그 기적을 약속해 줄수 있을까?

손을 놓지 않고 냅에 대한 믿음을 잃지않은 렌에게 그는 어떻게 약속을 지킬까.

깊은 물의 약속.


<착한 도둑>은 고딕 소설이다.

괴기스럽고 해괴한 공포 분위기와 인간의 내적 욕망, 기묘한 어그러짐을 흉망스럽게 상상하도록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잔인하고 매스꺼울 정도로 역한 장면일지라도 보면 볼수록 그 안에 함께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 할 수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도 안된다며 손사례를 치거나 고개를 세차게 저어 보지만, 내 눈은 이미 공포의 근원을 따라가고 있으며 머릿속에서는 요소요소에 깔려 있는 복선과 암시를 해독하려 애쓰고 있다.

<착한 도둑> 역시 그런 반전의 반전을 통쾌하게 그려내 읽는 나로 하여금 고딕소설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고딕소설의 마니아라면 감탄을 안할 수가 없을거다.

결말이 전형적으로 권선징악 프레임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선이 선이 아니고, 악이 악이 아닐수도 있다는 줄거리 안에 나의 고정 선입견 틀을 깨주고 있다. 누가 말인가?

 

그루터기 아이, 렌......전적으로 이 모든 상상을 그 아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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