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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글로리아 그라넬 지음, 킴 토레스 그림, 문주선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0년 8월
평점 :
글로리아 그라넬 글 / 킴 토레스 그림 / 문주선 옮김 / 모래알 그림책
스페인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해외 그림책 중에서도 지중해를 끼고 바다에 잇닿아 사는 예술가들의 그림은 독특한 화풍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림선들이 비정형적이거나 비대칭적이어서 그림들이 동적이고 상상놀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안과 밖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아 그림 따라 이야기 따라 생각도 감정도 넘실넘실 파도를 타고 다니는 것 같아요.
첫표지를 보고 "아~~!!" 하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눈물도 났어요.
빨랫줄에 널려있는 할아버지의 옷들과 함께 커다란 여름 홑이불......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이란 제목이 이불 안에 프린팅 되어 있는데 왠지 이 이불은 더이상 햇볕에 널 이유가 없어을 듯 싶은 할아버지를 향한 마지막 안녕......
일상적인 하루 일과에 고양이도 갈매기도 스페인과 바다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파란 하늘...... 아이는 할아버지의 무등에 올라 뱃놀이를 즐기는 하
늘 배경이 마치 바다같아요. 작가는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그림으로 잘 표현했을까요. 할아버지는 이불 속에서 그림자로만 비춰지고 손녀를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네요.
할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 곁을 떠날 수도 있어요. 나이가 아주 많거든요.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죽음에 관해서 말입니다. 이별의 순간은 모두에게 찾아오는 때이지만,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막연하게 슬프고 고통스럽고 때론 아무 감각없이 둔탁한 이름으로만 떠오르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죽음과 이별에 관한 생각을 '미소'로 화답하기로 하면서 인생을 정리해요.

할아버지는,
눈 깜짝 할 사이에
힘을 잃고,
부드러움을 잃고,
빛을 잃어요.
움직임도 잃어버리고,
소리도 잃어버려요.
마지막으로 기억도 잃어버리지요.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평온한 미소를 보여주었고,
죽음도 또한 특별할 것 없는 삶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소박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죽음 앞에 나는 어떠한 자세로 대처하고 싶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어느 아침, 엄마가 말했어요.
할아버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에
집에서 쉬면서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을 지켜야 한다고요.
미소......
삶을 관망하는 처세......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을까요......
손녀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죽음으로 이별이 온 것이 아니라
이별이 오면 죽음이 할아버지를 데리러 오는 줄 알겠지요.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깨달았어요.
하나씩 하나씩 잃어 가다가 결국 사라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요.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아이에게 커다란 구멍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리워하는 마음의 자리에 불이 들어오면 할아버지의 미소가 보일지도 몰라요.
아이는 동생과 함께 할아버지의 부재로 잃어버린 것들의 자리를 하나씩 하나씩 다시 채워나갑니다.
그리고 아이는 다시 새로운 여름을 맞이하겠지요.
아이가 한뼘 크는 만큼 우리는 한뼘 작아지겠지만, 덤덤하게 삶과 죽음을 함께 받아들여보아요. 할아버지처럼요...... 그러면 우리도 할아버지의 미소에 웃음이 터질지도 몰라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