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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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대부분의 사람이 고요한 절망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절망이 굳어지면 곧 체념이 된다. 우리는 절망의 도시에서 벗어나 절망의 시골로 가, 덫에 걸리면 자기 발을 물어뜯어서라도 도망친다는 밍크와 사향쥐의 용기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어야 할 것이다.

13쪽 _ 경제

 

 

 

미니멀 라이프, 한 달 살아보기, 나는 자연인이다, 비움의 기술, 소확행.

어찌 보면 우리는 소외된 모습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소로들일지도 모른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연인이다.

그는 1845년에서 1847년까지 2년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고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살았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170여 년 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연에 대한 동경과 소박한 삶을 그리워하는 정서는 변함이 없나 보다.

나는 그리할 수 없어도 누군가가 그런 삶을 살아내면 강한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잠시나마 그 누군가가 마치 나인 것처럼 감정이입을 해보며 힐링을 하기도 한다. 일종의 테라피처럼 말이다. 월든을 읽는 내내 급변하는 세상에 용기 내어 실천적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몸소 증거하는 소로의 파격 행보에 가슴이 막 뜨거워지기도 했다.

 

 

행복하려면 단순하게 ~

동물들에게 적당한 공간을 내주고

마음의 숲을 개척한 자는 얼마나 행복한가!

302쪽 _ 더 존귀한 법칙들

 

 

월든은 에세이 성격이 강하다. 처음엔 그의 날선 비판의 목소리에 철학적이거나 사상적 장르의 서사려나 했는데 중반,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삶에 대한 신념과 가치관을 기억하고 전하려는 의의가 담긴 자전적 기록의 실천적 성격이 짙어졌다. 그가 월든으로 짐 싸서 들어간 순간부터가 고행이지만 동시에 행복이고 천국이라는 그의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소로의 소박하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마음가짐에서 <월든>이라는 위대한 고전 작품이 나온 것이리라. 자연을 수단으로 여기는 지금의 수직적 자본주의 이념과는 달리 수평적으로 서로 친밀한 관계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한다.

 

 

 

그렇게 일거리를 잃었다.

그렇게 목가적인 전원의 삶은 우리 옆을 쏜살같이 스쳐 지나간다. 요란한 종소리가 들린다. 나는 철로에서 비켜서야 한다. 열차들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169쪽 _ 소리들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서 자급자족의 생활방식을 택했다. 대부분의 의식주를 자신의 힘으로 일궈냈다. 소로는 직접 손으로 노동하는 육체적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소로는 그곳에서 농사짓고 수고로이 일하는 삶을 병행했는데 기껏해야 1년에 6주 정도만 일하면 생계를 유지할 모든 생활비를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진정한 노동의 가치이고 삶의 진정한 이유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먹고사는데 쓸데없이 많이 갖고 탐내고 또 낭비하는 것이 얼마나 나를 파괴하고 어두운 삶으로 몰아가는 것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돈이 전부가 아님을, 인생의 목표가 아님을 돌아보게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돈의 노예가 될 게 아니라 검소하고 간결하게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그 길을 소로가 보여준다.

 

인간을 혐오하고 우울증에 사로잡힌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나 자연 속의 사물을 통해 가장 즐겁고 다정하고 순수하며 도움을 주는 벗을 만날 수 있음을 나는 몸소 체험하였다.

180쪽 _ 고독

 

 

 

소로가 살던 배경을 안 짚어볼 수 없다.

왜냐하면 월든 호숫가도 곧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는데 책의 곳곳에서 우리는 자연을 파괴하는 철도 소리를 들었고, 원주민 이웃들의 고통을 보았고, 동물들의 개체 수 감소를 근심했으며, 인간들의 탐욕적 본성을 개탄스럽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월든 호숫가 주변으로 철도 사업이 한창인 때를 볼 수 있다.

골드 러시라고 부르는 이 시기는 미국에서 서부 개척에 한창 열을 올리던 때이다. 대륙을 잇는 철도를 놓는 일이 활발했고 이로써 동부에서 서부로 대륙횡단이 가능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미국에 대한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투자가 활발해 어마어마한 자본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메리칸드림을이루기 위해 수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들었고, 졸지에 아메리카 토박이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영혼이 대대로 잇닿아 있는 삶의 터전인 대지를 잃지 않기 위해 무차별 전쟁을 하기도 했다.

 

자연은 황폐해지고 파괴되어 간다.

지금의 우리 상황과 결코 다르지 않다. 170여 년의 거리를 뛰어넘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역사의 한 흐름을 본다. 우리는 알아차릴 수 있다. 무엇이 자연을 거스르고 우리를 가진 자의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는지......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주의 법칙 또한 간결하게 변하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고독은 고독이 아니며,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나약한 부분도 나약함이 아니게 된다. 공중에 성을 쌓았다고 해서 그 성이 사라질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본래 그 성이 있어야 할 자리는 그곳이므로 이제는 그 아래 단단한 토대를 쌓으면 될 일이다.

445쪽 _ 맺는말

 

 

 

월든을 사랑하고 기억하려 애쓰는 지금, 우리들도 소로처럼 행복한 삶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 해결책을 고전을 통해 만나고 스스럼없이 나눈다면 그 길에는 계속 길이 열릴 것이다.

고전이란 그런 맛이 있는 거다.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타인의 작은 몸짓에도 반응하는 깊은 성찰 같은 것.

잘 살아가는 기술은 과거와 지금, 그리고 미래를 향한 대화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소로가 택한 삶의 방식, 자연을 예찬하고 경배하며 존중하는 태도는 분명 우리에게 <문명을 더욱 문명답게>라는 시험대 위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소로가 보여줬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

자연의 힘과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더불어 가치 있는 행복을 꾸려 가는 삶.

그리고 나의 나됨을 잃어버리지 않고 소신 있게 살아가는 삶.

그 어떤 권력과 물질의 유혹에도 고개 숙이지 않고 나를 지키는 삶.

 

 

 

 

나는 아직도 숲을 모른다.

소로가 보여준 자연의 위대함과 포용력을 감당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소로가 보여준 깊고 광활한 월든을 나는 반의반도 상상하지 못했다.

훗날 다시 월든을 꺼내든다면 그때는 나도 숲을 자유자재로 그려낼 수 있는 삶에 닿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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