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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위대한 개츠비 - 192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기선 옮김 / 더스토리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5년 작품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는 이미 영화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명작 중 명작이다.
잠시 검색을 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영화 말고도 여러 가지 버전을 이미 가지고 있는데 개츠비 원조 버전으로 로버트 레드포드, 그리고 우리가 아는 개츠비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일 유명한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는 영문학을 살펴볼 때 절대 빠지지 않을 필독도서인 만큼 그 이유를 찾자면 아메리카 드림을 가장 잘 그려낸 미국문학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 이 소설의 작품배경 없이 무작정 읽었던 때는 크게 감흥이 없던 책이었다. 게다가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미국사였으니 더더욱 그랬다. 필독은 필독일 뿐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서 1920년대 미국 소비문화를 예리하면서도 세련되게 비판했는지 알게 되니 내 눈에도 개츠비가 정말 위대해졌다.
<위대한 개츠비> 속에는 온통 The Roaring 20s라고도 불리는 1920년대의 미국 경제 부흥 시대상과 유럽 귀족사의 그림자가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장소, 신분, 직업, 예술, 패션 등 요소요소를 통해 드러나 있다.
미국의 부흥이 시작되던 때, 모든 사람의 꿈인 자유와 부를 찾아 위로 수직상승하는데 여념이 없는 분주하고 우월했던 개개인의 삶을 리얼하게 묘사한다. <위대한 개츠비>가 1925년에 발표된 걸 보면 그 시대가 얼마나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도덕과 부도덕의 경계를 위험하게 외줄타기 했는지 알 것 같다. 피츠제럴드로부터 탄생한 개츠비, 데이지, 닉, 톰, 외의 모든 주변 캐릭터들이 전부 아메리카 드림을 대변하고 있다.
미국 부의 시작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에서 미국으로 경제적 패권이 넘어오면서 최고의 호황을 누리게 된다. 주식, 부동산, 제조업 등 돈벌이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부강대륙인 유럽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때이다. 소설 곳곳에는 상류층의 미국인들이 돈을 어떻게 낭비하는지에 대한 적랄한 비판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개츠비의 으리으리한 저택을 포함해 집을 건축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방법이나 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 부자들의 자유여행을 통해 어디로 가는지, 여가 생활로 스포츠는 어떤 종류를 즐겨하는지, 특히 톰은 말을 타는 폴로 선수, 베이커는 골퍼라는 점, 요트를 탄다는 점, 럭셔리 오픈카, 보석과 패션으르 어떻게 창조해 내는지, 재즈와 와인으로 밤을 불밝히는 초호화 댄스 사교 파티 등등 을 읽다보면 피츠제럴드가 무엇을 꼬집어 비판하고 싶은지 잘 알 수 있다.

톰 부캐넌
"원래 집안이 엄청나게 부자라서 대학 시절에도 돈을 물 쓰듯했고 그 때문에 동창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시카고에서 동부로 이사를 갈 때에도 지나친 호사스러움으로 사람드르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이를테면 레이크 포레스트에서 경주용 말을 한 떼나 끌고 와서 폴로 경기를 하겠다는 식이었다 아무리 부자라도 우리 나이 치고는 지나친 허세라고나 할까?" -14쪽
"톰의 부부가 왜 동부로 이사를 했는지는 잘 모른다. 동부로 오기 전에는 별 이유없이 프랑스에서 일 년을 지냈고, 그 후 폴로 경기가 열리거나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돌아다녔다." - 15쪽
J. 개츠비
개츠비는 가진 것 없이 일어나 상류사회로의 진입을 꿈꾸는 허세의 사랑꾼 남성으로 그려진다. 글쎄...... 내가 느낀 개츠비는 오로지 데이지를 향한 순수한 사랑 하나의 상징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진입장벽이 두텁다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태생부터 상류층이었던 데이지를 처음 보고 다시 봤을 때는 이미 개츠비의 마음 속엔 데이지의 배경까지도 부여잡고 싶은 소유욕이 있었던 것 같다. 신분상승의 제물로 신성한 사랑이 바쳐져야 할 것 같은 과정 말이다.
"처음에는 캠프 테일러의 다른 장교들과 함께 데이지의 집에 놀러 갔지만 나중에는 혼자서 찾아갔다. 데이지의 집은 환상적이었다. 개츠비는 그렇게 아름다운 집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멋진 집보다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바로 그 집에 데이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개츠비에게 천막의 막사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데이지에게는 그 집이 일상이었다. 데이지의 집에는 어떤 신비로움이 감돌고 있었다.
위층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시원한 침실이 자리하고, 복도에는 늘 즐거운 일들만 가득할 것 같았다. 게다가 케케묵은 로맨스가 아니라, 최신형 고급차의 향기를 뿜어내는 따끈따끈하고 생생한 로맨스가 펼쳐지고, 조금도 시들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춤을 출 것만 같았다." -227~228쪽
"개츠비는 부유함 속에서 젊음과 돈이 유지된다는 것, 데이지의 화려한 옷가지, 은빛으로 빛나는 신선한 생동감이 가난한 이들의 처절한 삶과는 무관하게 평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229쪽
데이지
데이지는 전형적인 상류 갑부사회의 상징으로 대표된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죠."
개츠비가 내 말을 받아쳤다.
바로 그것이었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충만했다. 데이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높낮이의 매력은 바로 돈이었다. 찰랑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심벌즈 소리처럼 요란하기도 했다. 하얀 궁전의 저 높은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으로 만든 소녀상처럼......"
-181쪽
그런 데이지를 사랑하지만 개츠비는 더럽고 어두운 루머가 무성한 자수성가의 졸부로 치부됨으로 결국 데이지로부터도 외면 받게 되는 불우한 운명을 가진다. 밀주판매를 한다는 루머를 듣고 톰 역시도 개츠비가 불법적인 천한 돈벌이를 한다고 폄하하고 무시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 시대엔 금주령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츠비 스스로도 약국을 운영한다고 닉에게 말했지만 그 약국의 진짜 숨겨진 의미는 알코올 소독약으로 둔갑한 술을 밀거래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작가는 시대의 퇴폐적 사회문제를 소설 속에 이와 같이 장치해 갈등의 주된 요소로 삼은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는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맛이 살아있다.
닉을 한번 보자.
닉은 서부 출신의 사람이지만 출세가두를 위해 동부로의 이주를 꿈꾸고 계획한다. 닉은 성품이 반듯하여 동부에서의 삶에 휩쓸리는 일이 없다. 개츠비의 죽음 후로는 다시 서부로 돌아오는 장면도 압권이다. 결국 자신이 어디를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개츠비를 통해 깨닫고 가는 귀향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중심생각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이어지는 아메리카 드림이 비단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에 더욱 <위대한 개츠비>가 빛나는 고전작품이 된 것 같다.
"대도시의 현란한 어둠 속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꼈고 사람들도 쓸쓸해 보였다. 삶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낭비하고 있는 젊은이들,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며 레스토랑 쇼윈도 앞을 서성이는 직장인들, 그들에게서 나는 떨쳐 버리기 힘든 인생의 고독을 느꼈다."
-86쪽
"나는 웨스트에그 그 자체를 완벽한 세계로 인식하고,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뒤지지 않는 가치를 지닌 세계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 155쪽
닉이 고백하는 이 헛헛한 도시 공간에서의 고독은 지금으로부터 약100년 전이다. 그런데 그 거리에 어이없게 지금 이 모습 그대로의 내가 보인다. 묘한 기분이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77쪽

<위대한 개츠비>를 새롭게 읽으며 감상포인트가 되어준 명장면이 있다.
개츠비가 되어 보기도 했고 마찬가지로 닉이 되어 보기도 하며 한참동안 책장을 넘기지 않고 빠져있던 장면이다. 개츠비의 꿈, 이상, 열정과 포부 그리고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한땀한땀 소중하게 그려나갔을 그 장면. 그 문장을 적어보련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볼 생각이라면, 꼭 이 문장을 곱씹어 나의 상상과 느낌을 함께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안개가 끼지 않으면 만 건너로 당신 집이 보여요."
개츠비가 말했다.
"부두 끝에 있는 당신 집은 밤새도록 초록색 등을 켜 두고 계시더군요."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다가가서 팔짱을 꼈다. 그러나 개츠비는 자기 말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았다. 그 등불의 의미가 이제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와 데이지를 갈라놓은 거리에 비하면, 그 불및은 바로 옆에서 데이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가까운 거리라고 여겼을 것이다. 마치 달 가까이 있는 별처럼 말이다. 이제 그 불빛은 부두에서 깜빡이는 단순한 등불에 지나지 않았고, 개츠비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대상 하나가 줄어든 셈이다." -138쪽
"신세계의 싱그러운 초록색 젖가슴과도 같은 섬이었다. 이 섬에서 사라진 나무, 개츠비의 저택으로 이어지는 길을 내느라 자취를 감춘 나무, 한때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꿈을 속삭이며 유혹했던 것이다. 인간이라면 이 대륙의 존재 앞에서 넋을 잃고 숨죽였을 순간도 있었으리라.
......
나는 한동안 그곳에 앉아 미지의 옛날을 상상하다,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집에서 처음으로 초록색 불빛을 발견했을 때 느꼈을 그 신기함과 경이로움을 생각해 보았다. 그는 먼 길을 돌아 이 푸른 잔디에 이르렀다.
......
개츠비는 해가 갈수록 멀어지는 그 초록 불빛의 황홀한 미래를 믿었다. 그때의 초록색 불빛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더 빨리 뛸 것이고, 그럴수록 두 팔은 더 멀리 뻗어 갈 것이다."
-276~27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