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무얼 부르지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4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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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얼 부르지

- 박솔뫼

 

 

박솔뫼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굉장히 뭐랄까......

내게는 낯선 세계의 만남이었다.

독특한 문체가 말소리와 글소리의 경계를 온점없이 자연스럽게 넘나드는데 처음엔 어떤 호흡으로 맞추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불편했는데 그게 점점 그 문체로 빠져드니까 작가의 소리가 들리는거다.

박솔뫼 작가의 발표된 소설들을 좀 더 읽어봐야만 <그럼 무얼 부르지>의 내면에 좀더 밀착해 그들의 말소리와 글소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혼잣말을 했는데도 지친다. 입이 말라.

- 안 해 53쪽

 

<그럼 무얼 부르지> 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 문장이다.

무얼 부른다는게

남을 위할 때도 남을 해할 때도 있지만,

나를 위할 때도 나를 해할 때도 있는거다.

그런데 그 부름이 그냥 중얼중얼 옹알이 일수도 있겠고,

샤우팅일수도 있겠고,

노래일 수도 있겠다 싶어 정말 지칠것 같다.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다양한 서사는 그렇게 다들 혼잣말을 지껄인다. 그런데 그게 잘 들어봐야 알 수 있는데 열심히 뭔가를 끊임없이 하긴 하는데 특별하지 않고 깃털처럼 가벼워서 그냥 구멍이고 통과하고 벽이 사라지는 그런 것들이다. 너무 관념적인 느낌인가......

표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니 이나현 사진 작가의 Noise라는 작품으로 '미래 작가상'을 수상한 2018 작품이라는 거다. 소설의 제목은 <그럼 무얼 부르지>고 커버 사진은 <Noise, 잡음>이다. 무얼 불러도 그게 그거고 감흥이 별로고, 그럼 무얼 부르지......다시 골라 불러도 결국 잡음인거다. 두꺼운 유리 벽을 미끄러져 뚫고 들어가 이쪽 공간과 저쪽 공간에 걸쳐 굳어진 물은 모양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의 만남 같은 것.

첫 소설 시작인 <차가운 혀>에서는 오렌지와 사과와 나의 삼각관계가 나오는데 각각의 꼭짓점이 선으로 만나 면을 세우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계속 한다. 그 삼각틀 안에서 모양없이 이유없이 살다가 밖으로 걸쳐져 빠져 나오는 계기가 있는데 사장의 런던 여행기가 새로운 노래처럼 불려지고 있었기 대문일까.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여전히 걸쳐진 현재와 미래의 끼인 틈일뿐, 무얼 열성적으로 부르는 것은 아니며, 목표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은 낯설었는데

내가 멀리 간 것일 수도 있지만

소설들도 나름대로 발이 달려서

어디로 간 것 같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초판 작가의 말 251쪽

이 소설의 초판이 2014년에 출간되었을 때 작가의 말이다. 이 내공은 무엇일까. 스스로 낯선 거리를 실험하듯 성큼성큼 뛰어나가 보고 느낀 날것의 감정 그대로 발을 달아 우리에게 가도록 풀어놓다니 말이다.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나를 구분 짓는 시간들을 떠올렸고

그런 시간들은 동시에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겹쳐진다는 생각도 했다.

- 개정판 작가의 말 249쪽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구분짓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다가올 미래 앞에서 공감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겠지.

무언가를 잘하게 되는데 필요한 건 열심히가 아니라고 그게 남들이 보기엔 열심히로 보여도 당사자에겐 아니라니까 열심히가 아냐 무작정이 아니란 말이야 좀 더 구체적으로 지목할 수 있는 항목이 당사자와 함께 달려 나가는 거에 가깝다니까. 뭐 양보해서 열심히가 중요하다고 쳐도 정말로 열심히의 세계가 있겠어? 있다 해도 그게 튼튼해? 검은 옷 당신의 말처럼 열심히의 세계로 만들어진 노래가 자기의 몸을 부수고 세상에 던져질 만큼 튼튼해? 게다가 열심히로 만들어진 노래라니 조금도 듣고 싶지 않잖아. 안 그래? 정말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생각이라는 것을 했는데 아니라고 생각해.

- 안 해 53쪽

 

내가 부수고 깨뜨려야 할 세계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까. 부른들 튼튼할까......

튼튼하게 부를 열심은 있는걸까. 마구마구 드는 생각은 결국 이 모든게 혼잣말이라는거.

여전히 나는 가볍고 바람이 통과하고 흔들거리고 텅 비어 있고, 질문들은 빈 공간을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은 사람도 돌아가고 싶어지는 때도 없다. 언제나 그랬지만 다시 어딘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게 어떻지는 않았다. 사라지는 것을 계속 지켜볼 수 있을 뿐이었다.

- 해만 93쪽

 

어쩜 이리도 돌이키고 싶지 않은 삶에 대한 불성실한 기억을 아름답게 예찬할 수 있을까......지나온 시간과 공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고 붙잡고 싶지 않아 보이는 유리벽을 통과하는 물처럼 잡음을 듣는 나.

별표와 별표 바깥의 작은 사각형과 사각형이 놓인 선과 그 선이 가리키는 길을 떠올려 보았다. 생선을 굽는 냄새와 연기 어딜 가도 이어질 것 같던 연기 그 연기가 피어나는 식당과 그 식당 안의 오래된 탁자와 의자들 무심한 주인과 그 남자의 몽타주와 원그리스도교정 달력과 그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드는 생선 굽는 냄새와 연기.

- 해만의 지도 173쪽

 

 

<해만>과 <해만의 지도>가 연결되어 있는 작품인데 해만이라는 작은 장소에서 주인공 '나'가 겪는 일말의 사건들은 나에겐 외줄타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특히 점과 선이 만나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사각형의 갇힌 장벽을 치고 길을 냈지만 단단하게 굳어보이던 해만도 결국 생선 굽는 냄새와 연기에 경계를 무너뜨리고마는 사라져 가는 것에 불과하다. 애쓰는 일은 없다.

내겐 박솔뫼 작가의 <그럼 무얼 부르지>는 하나의 실험이었다. 다시 읽으면 지금과 또 다른 느낌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몰라도 내가 끌려가는 소설에 대한 나의 정서와 서사는 사뭇 내 안에 숨어 있던 무성의와 안열심 태도에 관한 죄책감을 당당하게 돌아보게 해 주었다. 지칠 필요없는 혼잣말이 되라고. 다독이는 혼잣말이 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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